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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산

지리 삼정산 백패킹-줄탁동시(啐啄同時)...배려와 헌신 & 기쁨...!

'삼불사에서...'

 

 

 

 

 

 

단풍 구경도 제대로 못했는데 설악엔 벌써 눈소식이다.

우물쭈물하다 보니 짧디짧은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는지 거리엔 온통 은행잎이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는 건 올해도 얼마남지 않다는 거...문득 단내 나는 빡센 산행을 하고 싶다.

예전같지 않은 체력에 곧 포기하고 말았지만 심심상인(心心相人)이라고 찬붕성이 지리 삼정산으로 비박을 가잔다.

근력도 걱정되고 정통 지리가 아닌 언저리라 조금 아쉬웠지만 지리에 든다니 소풍 전 아이처럼 설레임에 잠을 설친다.

 

 

 

 

 

 

 

음정마을-벽소령작전도로-도솔암-영원사-빗기재-삼정산-상무주암-문수암-삼불사-견성골-도마마을 / 13km 

(몇번 걸음한 익숙한 산길이라 오룩스맵을 가동하지 않아 지도에 직접 표시했다)

 

 

 

 

 

 

 

 

 

 

 

 

 

 

음정마을을 벗어나 좌측 산길로 접어드니 뜬금없이 옛 시조가 생각난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다는...

10 년전 처음 찾을 때나 산길은 변함 없는데 흘러간 세월 만큼 체력이 떨어졌나 가파른 경사에 숨이 턱에 찬다.

 

 

 

 

 

 

 

 

 

 

 

 

 

 

 

벽소령 작전도로 차단막...

아래는 아직 가을이건만 작전도로에 올라서니 주능과 삼정산 능선에 눈이 제법 쌓여 설경을 이루고 있다.

 

 

 

 

 

 

 

 

 

 

 

 

 

 

 

 

 

 

도솔암 들머리...

지리구조이정목 13-5에서 150m 위에 조성한 낙석방지석축 바로 위에 있다.

 

 

 

 

 

 

 

 

 

 

 

 

 

 

 

수미산 꼭대기 위에 있다는 도솔천에서 유래된 도솔암답게 찾아가는 길은 가파르고 올곧다.

그래도 능선부터는 온순한 경사의 너덜길이 이어지고 잠시 눈덮힌 너덜을 헤치면 도솔암 사립문이다.

 

 

 

 

 

 

 

 

 

 

 

 

 

 

 

 

 

 

 

 

안거중인 청정 도량 도솔암 사립문을 들어서면 뜻밖에에도 해우소가 바로다.

그렇지만 그냥 해우소가 아니라는 거...지리산 천왕봉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천혜의 명당이다.

 

 

 

 

 

 

 

 

 

 

 

 

 

 

 

 

 

 

 

 

도솔암과 요사채...

 

 

 

 

 

 

 

 

 

 

 

삼소굴...

도솔암은 해발 1200m에 자리한 청정 도량으로 서산대사의 제자인 청매스님이 머문 곳으로 유명하다.

종정 혜암스님이 쓴 ‘도솔암’과 ‘삼소굴’ 친필 현판이 걸려 있는 유서 깊은 암자로 현재는 정견스님이 안거 중이다. 

도솔암을 찾을 때마다 안거중인 스님을 못 뵙고 보살님만 뵈어서 그동안 혼자서 혹시 비구니 사찰인가 착각을 하였다.

 

 

 

 

 

 

 

 

 

 

 

 

 

 

 

 

 

 

 

 

 

 

 

 

 

 

 

 

 

대웅전 뒤 조망처에서 바라본 지리 천왕봉...

 

 

 

 

 

 

 

 

 

 

 

 

 

 

 

 

 

 

 

 

계곡길 중간쯤에 위치한 주목군락지...

도솔암에서 영원사 가는 산길은 잠깐 삼나무숲이 이어지나 주로 활엽수와 너덜이 주인 계곡길이다.

 

 

 

 

 

 

 

 

 

 

 

 

 

 

 

 

 

 

 

 

 

 

 

영원사...

통일신라시대 고승 영원대사가 건립했다 하여 절 이름을 영원사라고 한다.

여순 반란사건 때 반란군 아지트였다가 화재로 모두 소실되었는데 1971년에 다시 중건하였다.

 

 

 

 

 

 

 

 

 

 

 

 

 

 

 

 

 

 

 

 

 

불사가 한창인 영원사...

 

 

 

 

 

 

 

 

 

 

 

 

 

 

 

 

 

 

영원사가 지리산 칠암자 중에 실상사 다음으로 교통이 좋아 해우소 사용하는 데 부담이 없어 한참을 쉬어간다.

 

 

 

 

 

 

 

 

 

 

 

 

 

 

 

해우소 앞에서 가파른 비탈길을 20 여분 치고 오르면 빗기재다.

경사도 있는 데다 새벽 내린 눈으로 등로도 촉촉하고 산내음이 향긋하여 제법 산타는 재미가 나는 구간이었다.

 

 

 

 

 

 

 

 

 

 

 

 

 

 

얼마 만에 내뱉어 보는 가뿐 숨 거친 걸음인가...

 

 

 

 

 

 

 

 

 

 

 

 

 

 

 

 

 

 

 

 

 

 

 

 

 

 

 

 

 

 

 

 

 

숨은 턱에 차지만 그저 이 순간이 가슴 벅차도록 싱그럽고 즐겁기만 히다.

 

 

 

 

 

 

 

 

 

 

 

영원령과 상무주암으로 갈라지는 빗기재...

제법 힘을 쓴 구간이라 잠시 쉼을 가지며 숨을 고르는데 엄습하는 한기 때문에 오래 머물지를 못하고 이동한다.

 

 

 

 

 

 

 

 

 

 

 

 

 

 

 

다시 한구비 치고 오르면 능선으로 이어지는데 바위구간에서 사면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조망처에서 휘둘러보는 산색은 어느새 한고비 넘어가는 듯하고 바람 속에 스며든 냉기는 겨울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상무주암(上無住庵)...

상무주는 부처님도 발을 들이지 못하는 경계(上)이고, 머무름이 없는 자리(無住)라는 뜻이다.

절간 구경은 내일 하기로 하고 일년 사시사철 물이 풍부한 샘터에서 취수를 하여 노숙할 삼정산으로 바로 길을 잡았다.

 

 

 

 

 

 

 

 

 

 

 

 

 

 

 

 

여느때와 같이 삼정산 아래 헬기장에 집을 짓고 산상만찬을 즐기려는데 메뉴 보고 깜짝 놀랐다....!

 

 

 

 

 

 

 

심지어 반찬이나 떡 과일 등 주접부리 몇가지는 빠졌는데 이 많은 먹거리가 대부분 여인네들 배낭에서 나왔다는 야그다.어찌보면 춥고 배고픈 걸 즐기는 게 비박이라는데 너무 과한거 아니냐고 나무랄 수 있겠지만 세상사 다 보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 아닌가 싶다. 비박을 오면서 세상 어디에 자기 배 부르자고 이 무거운 먹거리를 지고 오는 사람이 있겠는가? 무거운 등짐에 허리가 휘어도 먹거리를 줄이지 못함은 내입 보다는 오늘 함께 한 동행인의 입 때문 아니겠는가?

 

 

 

 

 

 

 

 

 

 

 

 

 

 

 

 

 

 

 

 

 

 

이 추운 겨울에 산에서 같이 밤을 보내는 동행이 있음이 나는 행복하다...!

춥고 배고픈 걸 즐기는 게 백패킹의 진수라지만 그건 전문가들 애기고, 나에겐 낯선 곳에서 하룻밤 보내는 여행이라,

떠나갈 듯 부는 바람에 셀터 안 안온함을 즐기며 나누는 이런저런 정담에 밤이 깊어간다.

 

 

 

 

 

 

 

 

 

 

 

 

 

 

 

 

 

 

 

 

익일 새벽 일출은 예상대로 꽝~~

 

 

 

 

 

 

 

 

 

 

 

 

 

 

 

 

 

 

 

 

 

 

대신 가볍게 아침을 든 후 조망바위에서 까불기~~♬

 

 

 

 

 

 

 

 

 

 

 

 

 

 

 

 

 

 

 

 

 

 

 

 

기념샷 한장 남긴 후 왔던 길 백하여 상무주암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망바위마다 올라서보지만 오늘은 날씨가 영 좋지 못하다.

 

 

 

 

 

 

 

 

 

 

 

 

어라, 웬일로 출입금지를 알리는 나무가 내려져있네...! 덕분에 오늘 처음으로 경내를 둘러본다.

 

 

 

 

 

 

 

 

 

 

 

 

 

전삼삼 여 후삼삼(前三三  與 後三三)...

쉬운 한자인 영향도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풀리지 않았다는 말에 자꾸 눈이 간다.

 

 

 

 

 

 

 

 

 

 

 

 

 

 

 

문수암...

봉암결사에 참여한 혜암스님이 상무주암에서 정진하시다가 터를 닦으시고 상좌였던 도봉스님이 수행하고 계셨는데, 

2014년 이래 못 뵈어서 수행하는 젊은 스님에게 안부를 물어보니 지금은 연로하셔서 합천 해인사로 요양하러 가셨단다.

 

 

 

 

 

 

 

 

 

삼불사 직전 조망처...

 

 

 

 

 

 

 

 

 

 

 

 

벽송능선과 함양독바위, 상내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인데 오늘은 날씨가 영~~

 

 

 

 

 

 

 

 

 

 

 

 

 

 

 

 

삼불사...

내 기억엔 지리산 칠암자 중 약사암과 더불어 비구니 사찰인 점과 봄에 오면 지천에 핀 야생화가 아름다웠다는...

 

 

 

 

 

 

 

 

 

 

 

 

 

 

또 다른 특이점은 지리산 칠암자 중 유불선(儒佛仙)을 두루 모신 산신각이 있어 이색적이었다는 점이다.

 

 

 

 

 

 

 

 

 

 

 

 

 

 

 

오늘 보니 원래 비구니 스님 거처였던 삼불사가 얼마 전부터 젊은 비구 스님의 거처로 바뀌어 있다.

온후하게 보이는 여 보살님과 함께 기거하는 거 같은데 젊은 스님답게 커피 한잔 들고 가시라며 내려주신다.

마침 예불시간이라 스님의 독경을 들을 수 있었는데 비록 내용은 잘 모르지만 깊은 바리톤 음색이 참 듣기 좋았다는...

 

 

 

 

 

 

 

 

 

 

 

 

 

 

 

 

 

 

 

학창시절부터 찾던 지리산이지만 처음으로 비탐길에 들어선 산길이 벽송능선과 함양독바위라 유난히 눈길이 간다.

 

 

 

 

 

 

 

 

 

 

 

 

 

 

 

 

 

 

 

내 기억엔 도솔암에서 실상사까지 지리산 칠암자 순례 총 거리가 삼정산 왕복을 포함하여 14.4km로 알고 있다.

여기서 도마마을로 내려가면 13km 정도라 별 차이가 없지만 차량회수가 용이하지 않아 처음 걸음하시는 분은 아쉽지만,

남은 암자 약수암과 실상사는 다음 만남을 위해 남겨두기로 하고 견성골 계곡을 따라 도마마을로 하산로를 잡기로 한다.

 

 

 

 

 

 

 

 

 

 

 

 

 

 

 

 

 

 

 

 

 

 

 

 

 

 

 

 

 

 

 

견성골로 내림하는 중 문수암과 삼불사 등로가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마지막 배낭털이로 점심을...

얼마나 많은 먹거리를 챙겨왔는지 어제 그렇게 먹고도 아직도 먹을 게 남았다는 사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도마마을로 하산하여 백무동 택시를 콜하여 산행을 시작한 음정마을로...

 

 

 

 

 

줄탁동시(啐啄同時)...말 그대로 '줄(啐)과 탁(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가 때가 되면 알 밖으로 나오기 위해 부리로 껍데기 안쪽을 쪼는데 이를 ‘줄’이라 하며,

어미 닭이 병아리 소리를 듣고 같이 알을 쪼아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행위를 도와주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배울려는 제자를 끌어주는 이상적인 사제지간이나,서로 협심담합하여 일이 잘 되는 행위를 비유할때 쓰는 말이다.

그동안 산우들과 산행을 제법 하였지만 이번 삼정산 백패킹이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줄탁동시 산행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