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미봉 정상에서...'
아무리 100세 시대라지만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사는 형님들이 공사가 더 다망하여 송년모임 날 잡기가 더 힘든다.
진즉부터 송년모임으로 저녁 한 끼 먹자는 애기가 나왔으나 보낸 세월만큼 인연이 많은 법이라 영 시간을 못 맞추다 그냥 송년산행으로 갈음하기로 한다.
이 날도 손주가 온다는 등 이런저런 일정들이 있어 천은사 뒷산 간미봉을 상복골재로 올라 남릉 따라 내려서는 최단코스로 걸음 했다.

천은사 - 상생의 길 - 합수부 - 상복골재 - 간미봉 - 남릉 - 천은사 원점회귀산행 / 6.03km

천은사...(07:30)
한동안 포근하더니 주말부터 영하 -10˚c 이하로 떨어진다는 예보에 블랙아이스가 걱정되어 1시간 일찍 출발했더니 일행들보다 한참 먼저 도착하여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는 정상에 묘지가 있는 간미봉 능선 분기봉이고 상복골재와 간미봉은 남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천은사 저수지 테크길 아래 수변에 웬 사슴이 보이길래 설마 하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럼 그렇지 그냥 나무뿌리더라....


08시 정각에 광주서 출발한 일행들 도착하여 천은사 경내를 지나 상복골재 초입이 있는 천은사골 합수부로...
천은사(泉隱寺)는 신라 흥덕왕 때 서역에서 건너온 인도 승려 덕운조사가 창건하여 병든 사람을 샘물로 치료하여 감로사라 불리웠는데,
임진왜란 때 절이 불타서 숙종 때 중수할 때 감로샘이 말라서 '샘물이 숨었다'는 의미인 천은사로 이름을 바꾸웠다고 한다.




상생의 길 끝단 삼거리에서 탐방로 아님 이정목을 따르면 상복골과 천은사골 본류 합수부가 나온다.


천은사골 본류를 건너 좌측 상복골재로...


취수장 지나 또 다른 합수부에서 좌측 상복골재로... 직진하면 서두에 언급한 간미봉 분기봉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소나무숲 덕에 송이버섯 채취가 많은 영향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계곡 좌우로 뜬금없는 산판길이 한참을 이어진다.



천은사에서 30여 분 걸음하나 산판길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너덜이 섞인 산길이 시작된다.
계곡을 끼고 좌우로 이어지는 산길이 너덜이 섞였지만 경사가 완만하여 걸음 하기 편하여 일행들 이구동성으로 덕동마을에서 정각재로 올라서는 오얏골에 온 듯하단다.




습지에 도착하고...
습지를 지나면서 경사가 급격히 가팔라지는데 이 또한 오얏골과 판박이다.



습지를 지나면서 잡목 우거진 급사면이 시작되는데 잡목이 성긴 왼편으로 길을 잡았더니 상복골재에서 약간 벗어난 걸 확인하고 사면 우측으로 비스듬히 길을 잡았다.



진달래를 비롯한 잡목이 너무 무성하여 어렵사리 상복골재 왼편으로 올라서고...



상복골재 너머는 지리산 온천과 산수유 마을로 유명한 구례군 산동면이고 우리는 좌틀하여 간미봉 방향으로...
이후부터 국립공원 표지석이 간미봉 남릉 끝까지 이어지는데 능선 말미 표자석에서 좌측 사면으로 길을 잡아야 천은사고 직진 능선을 따르면 저수지로 내려서게 된다..



능선 따라 형성된 산길을 따라 간미봉으로 길을 잡는데 진달래나무가 능선을 뒤덮다시피 밀집하여 무수히 귀싸대기를 후려친다.



묘역 두 기가 자리한 간미봉 직전 능선 삼거리에서 우측 지초봉 방향으로 잠시 내려가 조망처가 있나 살펴보지만 기미가 없어 백하여 간미봉으로....



간미봉(艮美峰)... 728.4m
그런데 산행기를 쓰며 자료를 찾아보니 산이름이 좀 이상하다.
간미봉 첫 글자 간을 볼 간(看) 자가 아니라 어긋날 간(艮) 자를 써서 즉 미에서 거리가 먼 봉우리란 의미다.
아무리 생각에도 세상에 이런 산명이 존재할 이유는 없고 칡이 많다는 의미인 칡 갈(葛) 자를 사용한 갈미봉의 오기가 아닌가 싶다.


노고단 종석대 차일봉 능선...


종석대...

노고단...

작은 고리봉...

만복대...

하산은 소나무가 울창한 남릉 따라 천은사로...



울창한 소나무숲 능선 하산길은 제법 뚜렷한데 간미봉 정상에서 10여 분 내려서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뚜렷한 직진길 대신 좌측 능선을 따라야 천은사로 내려설 수 있다.


소나무숲 사이로 천은사가 내려다보이는 능선 말미 표지석에서 능선을 버리고 좌측 사면으로...
송이채취 때문인 듯 숲 이쪽저쪽으로 길이 여러 갈래 있어 방향을 잘 잡아 내려서야 원래 계획한 천은사 수홍루 근처로 내려설 수 있다.



천은사 수홍루 근처 화장실 앞으로 내려서고...




천은사 수홍루(垂紅樓)...
한자를 풀어보면 드리울 수(垂)에 붉은 홍(紅) 누각 루(樓)라... 붉음을 드리운 누각이란 의미인데..
지금은 피안교라 불리는 홍교 위에 지은 누각이라 무지개를 드리운다는 의미로 수홍루라는 이름을 붙였단다.
현재는 이름의 의미나 누각의 아름다움보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고애심과 김희상이 이별하는 장면을 이 누각 아래에서 촬영한 것으로 더 유명하다.


이렇게 지리산을 찾은 이래 가장 짧게 걸음 한 간미봉 산행을 마친 후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휑하던 주차장이 만차다.
아마도 동절기 안전대책으로 노고단 일주도로를 폐쇄하는 차단막을 천은사 앞 도로에 설치하여 헛걸음을 한 탐방객들이 꿩대신 닭 격으로 천은사에 몰렸을 것이다.
'한국의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천왕봉 - 아, 바람 바람~ 바람~~! (0) | 2024.02.18 |
---|---|
지리산 만복대 - 비나이다 비나이다...! (0) | 2024.02.03 |
두륜산 투구봉 - 친우 숯댕이눈썹을 추모하며..! (0) | 2023.11.23 |
지리산 조개골 써리봉 능선 - 단풍 보러 왔는데... 단풍보러 갔는데...? (0) | 2023.11.15 |
지리산 폭포수골 박영발비트-묘향암 - 함박골 이끼폭포... 못다 한 숙제...! (0) | 2023.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