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산

지리산 만복대 눈산행 -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난데(power) 2024. 12. 25. 15:52

'만복대 억새밭에서...'

 

 

 

 

 

 

 

 

전국적으로 눈비가 예보된 토요일에 지리산 만복대로 눈산행을 다녀왔다.

눈산행은 눈 내린 다음날 하얀 터널을 이룬 소나무 숲길을 걸음 하는 게 최고기에 일요일로 미루려다 그냥 진행했다.

혹자는 눈산행의 진수는 아무도 가지 않은 심설 숫눈길을 헤치고 길을 내가는 맛이라고 하지만 이팔청춘도 아니고 이제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럼 생고생을 할 걸 알면서도 감행한 이유는 산지가 만복대라서다...

 

 

 

 

 

 

 

 

 

달궁삼거리 - 군막터 - 묘봉암터 - 만복대골 - 만복대 - 서북능선 - 정령치 - 737정령치로 - 달궁삼거리 원점회귀산행 / 12.43km

 

 

 

 

 

 

 

 

 

 

어스름이 막 걷힌 7시 20분 경에 달궁삼거리에 도착하니 정령치 방향 도로는 아예 페쇄를 하고 성삼재 방향은 가변 차단기로 막아놓았다.

출입금지 기간이 작년까지만 해도 4월 1일까지였는데 지구온난화 영향인지 3월 1일로 줄었다.

 

 

 

 

 

 

 

 

 

 

 

 

 

 

 

 

 

 

 

 

 

9시 경부터 눈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처음부터 스패츠를 착용하고 시작하기로...

아이젠은 무릎까지 빠지는 심설이나 눈이 내리는 당일에는 무겁기만 하지 별무 소용이라 착용하지 않았다.

 

 

 

 

 

 

 

 

 

 

 

 

 

 

 

 

 

 

해마다 걸음하는 루틴대로 성삼재 방향 도로 따라 군막터에서 만복대골로 길을 잡는데 새로 철책을 야무지게 설치하여서 상당히 난감했다.

다행스럽게(?) 강풍에 넘어진 고목이 훼손한 부분이 있어 진입할 수 있었다.

예전에 성삼재 횡단도로를 건설하던 군인들이 이 곳에 막사를 설치하여 머물던 곳이라 군막터라 불리웠다.

 

 

 

 

 

 

 

 

 

 

 

 

 

 

 

 

 

 

 

 

 

금줄을 넘자마자 바로 우틀하여 산죽 사이 산길로 진행하다 초입부 폭포로 내려서 빙폭을 즐기곤 하는데 온화한 기후에 빙폭도 없지만 날씨 상황에 마음이 불편하여 그냥 진행을 했다.

 

 

 

 

 

 

 

 

 

 

 

 

 

 

 

 

 

 

 

 

 

 

 

 

 

 

 

 

묘봉암터...

겨우살이가 지천인 묘봉암터 한켠에서 커피 한잔에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직진 방향 만복대 남릉으로 길을 잡기로 한다.

항상 여기서 산동장길 따라 묘봉치로 진행하여 만복대를 올랐는데 산동장길이 갈수록 묵혀가는 데다 눈이 많이 내려 일단 만복대로 오른 후 하산길을 정하기로 한다.

 

 

 

 

 

 

 

 

 

 

 

 

 

 

 

 

 

 

 

 

 

 

 

 

 

 

 

묘봉암터 위 묘지에서부터 급사면 경사길이 시작됨과 동시에 눈이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여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무도 가지 않은 숫눈길을 걷는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눈이 깊어지고 바람이 몰아붙인 능선의 눈이 정강이를 넘나든다. 

 

 

 

 

 

 

 

 

 

 

 

 

 

 

 

 

 

 

 

 

 

 

 

 

 

 

 

 

 

 

 

 

 

 

 

억새밭에 들어서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서로 사진을 담아주며 이 미친 짓을 함께하는 동행이 있음에 감사함을 나눈다.

 

 

 

 

 

 

 

 

 

 

 

 

 

 

 

 

 

 

 

 

 

 

 

 

 

 

만복대 동릉 분기점에 다와가는데 어디선가 토깽이 한마리가 놀라서 부리나케 달아난다.

사실은 그녀석 보다 내가 더 놀랐다....

 

 

 

 

 

 

 

 

 

 

 

 

 

 

 

 

 

 

 

서북능선 맹주 만복대...

고도에 비하여 부드러운 산세와 편안한 형태 때문에 지리산의 만복이 깃든 곳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나 싶다.

'기도(祈禱)하는...' '걱정마 다 잘 될 거야...' '求福하면 역시 萬福臺...' 몸에 이상을 느낀 2019년부터 다음해 첫 수술을 받기 전까지 만복대를 찾으며 기록한 산행기 제목중 일부다.

결국 두 번의 수술과 이런저런 횡액으로 해마다 병원신세를 져야 했지만 잘 회복하여 다시 산행을 이어감은 지금도 그 당시 간절히 기구했던 만복대 산신령님 은덕으로 생각하고 있다.

 

 

 

 

 

 

 

 

 

 

 

 

 

 

 

 

 

 

 

 

 

 

 

 

 

가는 해 오는 해,

세월이 흐름은 자연스런 삼라만상의 섭리임을 익히 알지만 해가 바뀌는 세밑에는 유난히 시린 마음이 더하는 것 같다.

나름대로 올해도 열심히 살았고 앞만 보고 걷는다고 노력하였건만 나이가 묵어가나 항상 이맘 때면 무언가에 의지하고프다.

 

 

 

 

 

 

 

 

 

 

 

 

 

 

 

 

 

 

 

 

 

 

 

 

 

 

하산은 평소 하던 대로 묘봉치에서 산동장길을 따르려 하였는데 능선 눈 상태가 어마무시하여 안전하게 정령치에서 도로 따라 달궁삼거리로 내려서기로 한다.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라고... '만족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때를 알면 위태롭지 않아, 가히 오래갈 수 있다.'는 노자 도덕경 구절을 되뇌이며....

 

 

 

 

 

 

 

 

 

 

 

 

 

 

 

 

 

 

 

 

 

 

 

 

 

 

 

 

하산로를 산길 거리가 2km 밖에 안되는 정령치로 잡았지만 눈이 많기로 유명한 서북능선이라 이 마저도 만만치가 않았다.

 

 

 

 

 

 

 

 

 

 

 

 

 

 

 

 

 

 

 

 

 

 

 

 

 

 

능선 중간 쯤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눈이 오다 말다 반복을 하는 바람에 타프 치기가 애매하여 그냥 점심상을 차렸더니 결국 눈반 음식 반 식사를 해야만 했다.

휘발류 버너도 있고 리액터도 챙겼지만 겨울에는 그저 성능 좋은 보온병에 컵라면 하나 챙기는 게 최고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오늘도 추위와 바람에 꺼내놓기 귀찮아 과일을 비롯한 각종 간식류나 반찬을 꺼내지도 않고 그냥 배낭채 메고 내려왔다.

 

 

 

 

 

 

 

 

 

 

 

 

 

 

 

 

 

 

 

 

 

 

 

 

 

 

 

 

따끈한 오뎅으로 점심을 맛나게 들었건만 능선 대부분이 바람이 몰아붙인 눈언덕이라 허벅지를 넘어 허리춤까지 눈이 올라와 체력 소모가 아주 심했다.

 

 

 

 

 

 

 

 

 

 

 

 

 

 

 

 

 

 

 

어렵사리 정령치에 내려서고....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눈을 헤쳐오느라 겨우 2km를 내려서는데 점심시간 20분 포함하여 2시간이나 걸렸다.

정령치에서 달궁삼거리까지는 쉬엄쉬엄 이런저런 한담을 나누면서 천천히 걸었음에도 5.5km가 도로라 1시간 20분 정도 걸리더라.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라지만 막상 도로를 따르려니 약간 계면쩍었는데 눈길 헤치느라 진을 뺀 걸 생각하니 이내 가오는 무슨 개뿔~~

 

 

 

 

 

 

 

 

 

 

 

 

 

 

 

 

 

 

 

 

 

 

 

 

 

 

 

 

 

 

정령치에서 2/3 정도 내려오면 산동장길 들머리 새목재를 만나고....

 

 

 

 

 

 

 

 

 

 

 

 

 

 

 

 

 

 

 

만복대 남릉 일명 만복대 쉼터라 불리우는 비박지에서 내려서는 절골 초입을 지나...

 

 

 

 

 

 

 

 

 

 

 

 

 

 

 

 

 

 

 

코너를 한번 더 돌면 차량을 주차한 달궁삼거리가 바로 시야에 들어온다.

차량은 여러대 주차해 있지만 눈싸움 하는 가족은 겨우 한팀이라 다른 차주분들은 어디로 다 스며드셨을까나...?

그분들의 안전산행을 빌어보며 '산은 발로 걷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걷고, 오르는 것이 아니라 품에 안기는 것이다.' 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이렇게 지리산에 들어선 이래 난생 처음 산길 반 도로 반으로 12.43km를 걸음한 만복대 눈산행을 마침니다.

귀가길에 보니 주 손님층이 구례에서 성삼재 넘어오는 차량들인데 통제를 하니 달궁 거리에는 에먼 장작만 붉게 타고 있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