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샘 천상데미 - 심심상인(心心相印)...!
'데미샘에서...'
심심상인(心心相印)...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뜻으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通)하는 사람이나 사이를 말한다.
'자연을 즐기며 모나지 않고 평화롭게 살자'는 게 인생 모토인데 비슷한 성향의 산우가 있어 십 년 넘게 같이 산을 다니고 있다.
광주에 거주하는 찬붕성을 말함인데 모처럼 전주로 눈산행을 와서 함께 했다.
데미샘 자연휴양림주차장 - 등산로 - 데미샘 - 천상데미 - 깃대봉(정자) - 오계치 - 휴양림 - 휴양림주차장 원점회귀산행 / 5.1km
백운면 점전폭포 일대에 산림체험관 공사로 통제 중이라 오늘은 데미샘 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삼아 산행을 시작한다.
산세가 좋은 이유도 있지만 데미샘 자연 휴양림이 고지 686m에 위치해 있어 오늘 걸음 할 1100m 이상 선각산 삿갓봉 깃대봉 등반이 그리 힘들지 않았던 기억 때문이다.
네비주소는 '데미샘 자연휴양림' 또는 '전북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 1길 172'
전라북도 산림 환경 연구소가 관리하는 데미샘 자연휴양림은 주차비와 입장료가 무료다.
그래도 예의상 한창 제설준비에 여념 없는 직원분에게 주차와 입장을 허락받고 길을 나서는데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인사말을 건네신다.
한창 공사 중이던 2010년 겨울 그때도 폭설이 내렸던 날 고딩인 큰애와 같이 오늘과 똑같은 코스로 걸음 하였는데 하산 시 몸 좀 녹이고 가라는 친절에 감동했던 추억이 있다.
오늘 계획한 산행은 파란색으로 표시한 천상데미와 깃대봉으로 오름 하여 빨간색으로 표시한 삿갓봉과 선각산을 거쳐 하산할 예정이었으나 눈이 너무 많아 파란색 부분만 걸음 했다.
결과적으로 가지 못했지만 천상데미에 들렀다가 오계치에서 오름 할 삿갓봉 아래 정자를 한번 눈에 넣어보고 데미샘으로 걸음을 시작한다.
데미샘은 휴양림에 들어서자마자 관리동 뒤 우측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그런데 비록 눈산행을 왔다지만 초입부터 적설량이 생각 밖으로 많아 기쁨 반 당황 반 복잡해진다.
▼자료사진
원래 이런 산행로인데 계단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많이 쌓였다.
사실 선각산과 덕태산 일대는 지역권 산인 데다 만만치 않은 산세에 조망이 좋아 속칭 눈 감고도 찾아갈 정도로 자주 찾은 산군이다.
조금 고도를 높였다고 눈이 더 쌓여 데미샘 삼거리부터는 길 자체가 아예 변했다.
▼자료사진
데미샘 가는 이런 너덜 계단길에 눈이 많이 쌓이니...
이렇게 변하여 스틱으로 일일이 찍어가며 계단 상층부에 발을 딛으려니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데미샘...
데미샘 일대는 아예 너덜겅 지역인데 적설량이 많다 보니 전혀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름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에 대한 어원은 두 가지가 있다.
데미가 무엇을 뜻하는 사투리냐에 따라 설이 나뉘는데 오래전에는 돌더미의 전라도 사투리 '돌데미'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정설이었다.
실제 데미샘이 있는 이 일대가 너덜겅 즉 돌더미로 이루어진 지형이라 돌더미 사이에서 물이 나오는 샘이라 해서 데미샘이라 부른다는 설명이다.
현재 정설로 알려진 설은 데미를 봉우리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 '더미'의 변형으로 보는 설이다.
즉, 천상데미는 천상으로 올라서는 봉우리란 의미이고 데미샘은 천상데미 아래에 있는 샘이라 하여 데미샘이라 했다는 설이다.
더미를 봉우리로 보냐 아님 돌무더기로 보냐는 차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으로 천상데미와 데미샘 중 어떤 게 먼저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한다.
확실한 고증이 필요한 중요한 문제이지 이런 설이 있더라는 식으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커피 한잔에 과일 한 조각으로 간식을 들고 데미샘 오른쪽 방향 경사 급한 테크계단을 따라 천상데미로 길을 잡는데 좀처럼 발이 땅에 붙지를 않는다.
계단 자체의 경사도 급하지만 눈이 오랜 기간 누적되어 거의 미끄럼틀 수준이다.
거기에 테크계단을 지나 지능선에 올라서면 호남정맥 주능선 천상데미에 붙기까지 경사 눈 덮인 급경사 지봉 6개를 넘어야 해서 상당히 힘이 들었다.
군데군데 눈 속에 감춰진 바위구간은 덤이고....
▼자료사진
천상데미(1080m)에 올라서고...
눈이 많아 데미샘 휴양림주차장에서 데미샘을 거쳐 이곳 천상데미까지 겨우 1.9km 거리를 2시간이나 걸려서 올라섰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苦生) 끝에 낙(樂)이라고... 천 고지가 넘는 천상데미(1080m)에 올라서니 눈꽃이 반겨준다.
깃대봉으로...
요즘에는 이곳 천상데미와 정자가 있는 깃대봉을 혼용하는 분이 많지만 10여 년 전에는 천상데미는 몰라도 정자가 있는 봉우리를 깃대봉으로 알고 다들 그렇게 불렀다.
천상데미에서 깃대봉 정자까지 이정목 표기를 기준으로 계산하여 보니 350m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눈이 무릎을 넘어 허벅까지 올라오는 곳이 대부분이라 20분이나 걸렸다.
정자가 있는 깃대봉(1098m)...
깃대봉이 천상데미 능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데다 정자까지 세워진 후부터 천상데미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지붕이 있는 정자건만 눈이 많이 들이쳐서 누군가 가져다 놓은 싸리비로 눈을 치운 후 점심상을 차렸다.
원래 계획은 삿갓봉 아래 정자에서 점심을 들 예정이었는데 적설량이 많아 러셀을 하면서 진행하다 보니 1km 진행하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
걸어온 천상데미 능선과 그 뒤로 팔공산...
자리한 터가 구룡쟁주지지(九龍爭珠之地) 명당이란 명성으로 성수산 자체보다 상이암이 더 유명한 성수산 능선...
아쉽게도 남덕유와 거창의 산군들 조망이 멋진 장수군 좌우 동 북 방향은 진한 헤이즈로 조망이 제로...
오계치 건너 선각산 덕태산 산군들....
나 홀로 객지생활을 한 후부터는 자주 찾지 못하지만 당일산행은 10여 회를 상회하고 백패킹으로도 여러 차례 찾았던 산군들이다.
가야 할 삿갓봉과 선각산 능선...
북향이라 그런지 선각산 보다 눈이 많아 전북의 숨은 눈꽃 산행 성지 덕태산 산군들....
선각산 좌 우로 임실의 명산 고덕산과 내동산 그 뒤 실루엣은 모악산이다.
여기서 아직 시간도 12시 전이고 서서히 날씨도 좋아지니 삿갓봉과 선각산을 걸음 할 시간은 충분하지만 그만 오계치에서 하산을 하기로 합의를 본다.
심심상인(心心相印)이라고 학연이나 지연 등 아무런 연고가 없는 그저 산에서 만난 형님동생 사이지만 莫逆之友란 말처럼 말하지 않아도 상황에 따른 대처가 거의 일치한다.
삿갓봉 오름이 거칠고 선각산 능선에 눈이 더 많을지라도 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못 갈리도 없겠지만 이팔청춘도 아니기에 이제는 접을 때를 안다고 할거나...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만족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때를 알면 위태롭지 않아, 가히 오래갈 수 있다.
내년 5월 산철쭉이 만발한 시기에 다시 오마 다짐하며 깃대봉에서 오계치로 길을 잡는데 내림길 능선 적설량도 어마무시하다.
봄이면 산철쭉이 아름다운 구간을 지나면 와룡산 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능선 갈림길이 등장하고...
여기서부터 오계치까지 내림길 대부분이 통나무 계단이 주라 되도록이면 눈도 피할 겸 최대한 좌측으로 붙어 내려선다.
▼자료사진
오계치 못 미쳐 삿갓봉 조망이 터치는 곳에서 잠시 쉼을 가지며 약간의 아쉬움에 삿갓봉을 눈에 넣어본다.
오계치...(12:50)
포기해서 변명처럼 들리겠자만 몇 번 걸음 한 삿갓봉 오름길이 오늘따라 유난히 만만치 않게 보인다.
다시 한번 아쉬움을 떨쳐내고 여기서 걸음을 멈추고 데미샘 휴양림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닭 다섯 마리가 떼 지어 넘어가는 형상의 고개란 의미인 오계치(五鷄峙)는 덕태산과 선각산 산군들이 오계치를 넘어 천상데미로 향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휴양림 임도 끝에서 등산로로...
오늘은 하루종일 아무도 걷지 않은 답설무흔 숫눈길을 걸음 하는 호사를 누리는구나
아침에 지나친 데미샘 삼거리에서 등산로를 버리고 걸음 하지 않은 임도로...
임도 따라 데미샘 자연휴양림으로 원점회귀하며 산행이라고 하기도 뭐 한 5km 남짓 거리를 걸음 했음에도 심설을 헤치고 러셀을 해서인지 삭신이 기분 좋게 뻐근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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