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봉실산 백패킹 - 소풍(逍風)..!
토요일 오후 간단히 짐을 꾸려 가까운 완주 봉실산에서 한뎃잠을 자고 왔다.
온 나라가 대형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기에 산에서 잠을 잔다는 게 염치 없는 행동인 줄 알지만,
근무처 사정으로 토요일 오후에나 전주 집에 오는 형편이라 어중간하지만 황금 같은 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까워서다.
당분간은 일요일 당일산행이나 아님 이런 퇴근박 형식으로 산냄새를 맡아야 할 모양이다.
학림사 - 남능선 - 테크(일박) - 헬기장(소실봉) - 봉실산 - 둘레길 - 학림사 원점회귀산행 / 2.38km
학림사 못 미쳐 산행입구 한켠에 주차 후 스띠~~또...(15:30)
300미터 안쪽 학림사 경내에 너른 주차장이 있지만 평소 하던대로 주차하고 봉실산으로 길을 잡았다.
네비주소는 '봉실산 학림사;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간벌꾼을 산림감시원으로 착각하고 순간 움칫했다는 거,
안전모와 방진마스크로 무장을 했지만 요즘은 간벌도 전부 외국노동자가 하는 모양인데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에고. 놀래라~~^^
박지까지 700m 남짓밖에 되지 않지만 빡세 오름길이라 용을 쓰는데 만발한 진달래가 한결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상당히 긴 테크가 시작되고...
안전상 설치하였겠지만 테크도 결국은 계단이라 날 것 그대로의 암릉이 훨씬 수월하였던 것 같다.
테크길 끝단 전망대에 이르고...
예전엔 봉실산 전위봉인 소실봉 헬기장에서 노숙을 하였지만 오늘은 테크 끝단 전망대에서 하룻밤 보낼 생각이다.
남향인 전주시 방향...
뿌연 미세먼지로 시야는 흐리지만 전주 사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시는 모악산 능선이 아스라히 눈에 들어온다.
남서쪽...
정면인 남동쪽 봉동 좌측으로 완주군 산군들이 펼쳐진다.
동성산 좌우로 장군봉과 성봉이 희미하게 시야에 잡히나 동쪽 고산면 방향은 고산 휴양림 능선에 막혀 산군이 보이지 않는다.
소실봉 헬기장...
봉실산 봉우리중 조망이 제일 좋아 테크 전망대가 들어서기 전에는 여기서 노숙을 했었다.
봉실산
시인 우보환
산은 산이지만
너무 다정해
날오라하네
날오라하네
언제나 애인처럼
설레이는 가슴안고
높지도 낮지도 않은 채
그저 친구같은 형상으로
추억의 달이되고자
내 마음의 별이되고자
날 오라하네
날 오라하네
봉실 봉실 포근함 그대로
봉실산(鳳實山)..
고도는 전형적인 동네 뒷산급인 372m 밖에 되지 않지만 산세는 거창하게 '봉황이 열매를 먹는 형국'이라 하여 봉실산이라 불리운다.
주변엔 봉황과 연관이 있는 지명이 많은데 봉동의 옛 지명 봉상(鳳翔)과 근동 비봉(飛鳳)은 봉황이 날아간다는 의미고,인근 사찰 봉서사( 鳳捿寺)는 봉황이 알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
테크 전망대로 돌와오니 서서히 해가 기울기 시작하며 시야가 맑아져 일단 집부터 짓고 못다한 조망을 즐겨본다.
일몰을 제대 보려면 200m 거리인 정상으로 다시 가야해서 그냥 패쓰~~
붉디붉은 노을에 괜히 일몰을 포기했나 잠시 후회가 되었지만 어둠이 내려앉으며 야경이 시작되어 또다른 즐거움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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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온나라가 난리라 양심상 비화식을 준비했더니 酒님 찬배에 한계가 있어 야경 한번 더 보고 꿈나라로...
봉동 3공단 현대자동차......
신흥 개발지구인 삼봉과 봉동...
전주시...
나 어릴 적에는 전국 7대 도시였지만 별 발전이 없어 그때나 지금이나 차이를 못 느꼈는데 야경으로 보니 그래도 발전을 하긴 한 모양이다.
익일 아침 여명...(05:40)
소실봉 못 미쳐 바위 조망처에 서니 어제 보이지 않던 대둔산과 천등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날씨가 흐려 일출은 이정도...
그러나저러나 모닝커피가 생각나는데 보온병 물도 식어버리고 아무 생각이 없다.
난생 처음 비화식으로 노숙을 하였더니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라 아내가 물끄러미 집 방향을 한참을 바라보더니...
아침이고 뭐고 그냥 내려갑시다...!
아무리 날로 먹는 백패킹을 왔지만 왔던 길로 백하기는 뭐해 학림사 방향으로 빙 둘러가기로...
소실봉과 봉실산 중간 안부 삼거리에서 둘레길 따라 학림사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능선을 따르다 삼거리에서 우측 학림사 방향으로...
봉실산 학림사...
예전 학림암(鶴林庵)이라 불릴때는 상당히 북적거렸는데 오늘은 인기척도 없이 적막김이 감돈다.
무려 남북국시대 통일신라의 혜명이 창건한 암자로서 특기할 만한 문화유산은 없으나 금산사(金山寺)의 말사로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는데....
학림사에서 잠깐 임도를 따르면 차량을 주차한 봉실산 들머리다.
귓가길에 자주 가던 국밥집에 들렀더니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는지 아님 장사가 안되는지 일요일은 휴무라 걸려있어 그냥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