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Bivouac)...야영(野營)...노숙(露宿)...!
독일어(Biwak)와 프랑스어(Bivouac)로 야영을 뜻한다.
원래는 텐트 없이 밤을 지새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백패킹과 혼용되어 사용된다.
필자가 처음 산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는 백패킹(backpacking)에 들어설 때만해도 주변에 백패커 수가 많지 않았는데,
아웃도어 광풍이 몰아치더니 오토캠핑 바람으로 이어지고 연달아 백패킹 바람까지 불어 지금은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원래 백패킹이란 고산준령을 넘다 힘과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산에서 하룻밤 야영을 하는 행위를 말함인데
이제는 밤하늘 고운 별빛 아래서 정담을 나누다 산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는 자연과 교감하는 캠핑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과거 비박이나 야영은 산꾼들만의 전유물로 먼저 산을 이해하는 산행과 등반이 우선이고 야영과 비박은 이 과정에서 얻게되는 부산물이었다.
비롯 대학산악부나 전통적인 산악회 출신은 아니더라도 지리종주나 설악암벽 아니면 장거리산행을 자주하는 전통 산꾼들만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산을 잘 모르면서 야영의 낭만만 보고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보통 워킹부터 시작해 자연스럽게 등반, 야영,비박에 발을 들여놓는 게 순서인데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바로 백패킹에 입문하는 식이다.
문제는 아예 처음부터 산 언저리 둔덕에 사이트를 구축하고 소풍을 나온듯 바리바리 먹거리를 장만하여 밤새 酒주님을 찬양하는 놀이문화다.
시대적인 흐름과 개인취향이 다르므로 이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산에서 야영하고 잠을 자고자 한다면 최소한 등산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산을 존중하고 자연과 교감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함이 기본이지 산을 웃고 떠들고 놀러오는 곳으로 취급함은 곤란하지 않은가?
그럼 제대로된 비박이나 야영은 뭘 말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딱 이 거다 하는 정답은 없겠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지켜져야 자연은 물론 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지내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전통적인 산꾼과는 거리가 있고 산에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그동안 느꼈던 바를 두서없이 나열할까 한다.
참고로 필자는 백패킹은 지리산으로 가고 캠핑분위기에 가까운 가족백패킹은 주변 일반산으로,오리지널 전투형 비박은 설악산산행시 시행한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 배낭의 중량일까...?
자료를 찾아보면 적정한 배낭 무게는 자기 체중의 15~20% 정도가 신체에 무리가 없는 수치라 한다.
배낭무게가 지나치게 무거우면 골격에 압박을 가해 등 뒤 흉부와 허리뼈에 굴곡 변화를 유발하고, 심하면 허리디스크를 발생시킨다.
속칭 등판에 쫙 달라붙는 최고급 최첨단 배낭을 택하여 하중을 어깨와 허리,골반으로 분산시켜 준다고 한들 결국은 무게와의 싸움이다.
산행기를 읽어보면 배낭무게가 30kg을 초과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 안에 대체 뭐가 들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운좋게 백패킹 입문을 지리산꾼의 리딩으로 시작한 덕에 일년에 반 이상을 지리산으로 백패킹을 나서는 내 산행스타일과 체력으로 보면은
동계나 하계를 막론하고 20kg 이내로 팩킹하여야 마지막 계곡에서 취수한 물울 지고 막바지 급경사 능선을 치고 박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모든 산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지리산은 막판 능선이 대부분 급경사 사면위에 있어 능선에 붙기 위해서는 코를 땅에 박듯 치고올라야 한다.
개나리봇짐을 매고 올라도 힘든데 20~30kg 이상을 매고 올라야 함은 극한의 조건이라 최대한 무게를 가볍게 하여 올라야 함은 상식이다.
어차피 산에서의 백패킹산행은 춥고 배고프고 부족함을 즐기는 행위이다.
1박 이상의 숙식을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고 오로지 자신의 두발로만 이동하는 야생의 놀이다.
캠핑같은 야영, 호화노숙, 훈련등반이 아니면 굳이 배낭무게가 20kg을 초과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적게 먹고 적게 배출함이 자연사랑의 첫걸음 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아주 간단한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자.
그리고 음식과 장비욕심을 버려야 한걸음 더 걸을 수 있고 배낭이 가벼울수록 진정한 백패커 고수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는 박산행에 대한 계명에 평소 본인이 느꼈던 생각을 추려봤다.
1.과일이나 맥주등 호화로운 먹거리는 배낭에 넣지말라.
2.매에 장사 없듯 술에도 장사 없고 짐에도 장사 없다.
3.남에게 짐이 되는(신세 지는) 산행을 하지말라.
4.아무리 귀하고 먹음직스런 음식이라도 남에게 맡기지 말라.
5.평소 자기 장비의 무게와 배낭의 중량을 정확히 알아두자.
6.무게기준을 넘으면 생명과 관계없는 술과 장비는 과감히 빼라.
7.버너 코펠등 공용장비는 남자가 매어도 여자도 개인장비와 식량은 본인이 지참한다.
8.사회에서 자식자랑 아내자랑 금하듯 산에서 의복자랑 장비자랑 하지말라 팔불출 지름길이다.
9.산에서까지 이성에게 지나친 친절과 관심을 베풀지 말라 TV 드라마로도 충분히 차고 넘친다.
10.산행 후 미사용 장비와 남겨진 음식물 무게를 체크하고 반성하자.
11.바둑도 복기가 중요하듯 산행 후기를 꼭 글로 남기자.
12.아름다운 산에 나의 흔적을 남기지 말자.
◈산을 대하는 자새에 대하여 하고 싶은 애기는 많은데 천박한 지식에 안절부절 하다가 우연히 좋은 책을 발견하여 소개할까 한다.
산악인 한왕용씨에 대한 책을 소개하는 내용인데 글이 길어 '더보기'로 올렸습니다.클릭하면 열렸다 닫혔다 하네요.
지은이 글 신자은 그림 김상인
펴낸곳 도서출판 학고재
104쪽ㅣ 친환경용지 사용 | 12,000원
이 이야기의 주인공 ‘히말라야 청소부’, 한왕용 등반대장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14좌를 모두 등정한 분입니다. 이것은 국내에서는 세 번째, 전 세계적으로는 열한 번째로 달성한 대단한 기록이지요.
‘14좌 등정’이라는,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목표를 달성하고 명예도 얻었지만, 한왕용 대장은 자신이 보기에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히말라야가 정작 산악인들이 남기고 온 쓰레기에 의해 훼손되고, 오염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히말라야에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50톤에 이른다는 UN 고서를 본 한 대장은 행동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뜻을 같이하는 산악인들과 함께 매년 히말라야에 가서,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쓰레기를 주워 오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것이었어요.
처음에는 히말라야를 14번 청소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한 대장은 그 14번을 채우고도 계속해서 히말라야를 찾으며 청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산악인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히말라야를 찾는 전 세계의 산악인들이 한 대장의 취지에 찬동하고, 청소 원정대에 지원하고, 등반시에 쓰레기 봉투를 지참하면서 히말라야의자연을 지키려고 애쓰게 되었어요. 돈이 되는 일도 아닌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 한 대장은 ‘재미’라고 설명해요. “사람들과 산에서 함께 하는 그 순간이 즐겁고 소중해요.”
히말라야 청소를 계속하는 것 외에도 한 대장은 미국에서 시작된 ‘흔적 남기지 않기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 운동을 한국에도 확산시키는 중입니다.
▼이 책의 줄거리
한왕용 대장은 히말라야 등반 중 텐트와 짐은 챙길 겨를도 없이 간신히 빠져나오는 꿈을 또 꾸었습니다. 14년 전의 일인데 워낙 위험했던 일이라 꿈에 자주 나타나네요. 아마도 그날 눈보라 속에 버려진 텐트와 짐들이 한 대장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나 봅니다. 비행기는 어느덧 히말라야에 도착했네요.
평소에는 우리나라 산에서 활동하지만, 1년에 한 번씩 히말라야를 청소하러 가는 ‘클린마운틴 원정대’. 올해도 한왕용 대장과 함께 어김없이 히말라야에 도착했어요. 이번에는 높은 산이 처음인 대원이 세 명! 그리고 두 명의 프랑스 남녀와 장차 셰르파가 되려는 용감한 꼬마 니마도 따라갑니다. 그냥 올라가기도 힘든 히말라야에서 쓰레기를 지고 내려오겠다는 원정대. 산에서는 무엇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차례
1. 쓰레기를 주우러 히말라야로
2. 우리는 국제적인 청소 부대
3. 널리널리 퍼져라, 오렌지색 쓰레기 주머니!
4. 다르촉, 니마의 소원을 들어줘
5. 에베레스트의 경고, 고산병
6. 1986년도 쓰레기를 만나다
7. 드디어 출발!
8. 캠프 2에서 만난 사람
9. 산을 사랑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10. 다시 빛나는 히말라야를 위해
11. 히말라야, 다음에 만날 때까지 안녕
12. 나는 히말라야 청소부
갑자기 ‘와하하!’ 하고 일본 대원들이 웃음을 터뜨렸어요. 그러고 하는 말이 ‘이 음식들이요? 이거 다 한국 원정대가 버리고 간 것입니다. 저 위, 캠프 2에 가면 아주 많이 있어요. 가끔 별식이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먹지요.’(34쪽)
“여기 있는 우리 중, 캡틴 한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사양 말고 어서 앉으십시오.” (프랑스 등반대장의 말, 62쪽)
“우린 1년에도 수십 번 에베레스트를 오르지만 단 한 번도 산을 쉽게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셰르파 람부다의 말, 75쪽)
“난 말이야. 사람들이 나를 14좌 완등자로 기억해 주기보다는 진정으로 산을 사랑한 사람으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한왕용 대장의 말, 81쪽)
저기 저 앞, 900여 미터만 나가면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오르고 싶어 하는 세계 제일의 높은 산 정상이었어요. 하지만 한 대장의 발은 정상이 아닌 캠프장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로 다시 향했지요. (86쪽)
“이 산에는 우리 말고도 다른 생명이 많이 살고 있어. 그런데 잠깐 놀러 온 우리가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소란하게 하면 여기 사는 친구들 마음이 어떨까?” (96쪽)
▼작가의 말
어떤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돼요. 그러면 그동안 안 보이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죠. 한 대장님에게 산이 바로 그랬어요. 어느 날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산이 가슴 깊이 다가오자 한 대장님은 산에게 굉장히 미안해졌어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죠. 한 대장님은 다시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그 돈으로 히말라야에 청소하러 갔어요. 10년이 넘게 말이죠.
이 지면을 빌어 백패킹 입문에 많은 도움을 주시고
저질체력 리딩하며 지리를 알게해준 찬붕성에게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는 백패킹 첫 노숙지였던 귀때기청봉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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