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적3봉에서..'
설악산 노적봉...!
그곳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릿지 '한편의 시를 위한길'이 있는 봉우리,
설악동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바위꾼들의 전유물로만 알았기에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던 암봉,
범접못할 위용에 늘 경외심 가득 가슴 벅찬 떨림으로 바라만보던 그 노적봉을 드디어 오늘 뚜벅이걸음으로 올라간다.
노적봉 뚜벅이길...
B지구주차장 →쌍천도강 →비룡폭포제1지킴터 →노적봉 →소토왕골 →숙자바위능선 →집선봉 →망군대 →식은골지류 →식은골 →성터 →쌍천 →소공원 주차장 / 8.5km
설악하이디밸리민박...(04:00)
첫날 가리봉 산행후 원래 노숙을 계획한 야영장이 폐쇄되고 황금연휴라 펜션에도 방이 없어 난감하였는데
주인장의 따뜻한 배려로 야외공연장과 마당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에 기상하니 생각밖으로 몸이 가뿐하다.
그래도 오랫만의 암릉산행이고 최근에 부쩍 떨어진 체력에 안전이 우선이라 카메라는 두고 휴대폰만 가져가기로 한다.
오늘 산행사진은 줌 사용없이 휴대폰 실사로만 담았다.
B지구 주차장에서 서울산님 아벨님을 만나 합류한 후 이번에도 쌍천을 도강하여 질러가기로 한다...(06:00)
비룡폭포 제1지킴터에서 간밤의 근심도 내려놓고 계단 우측 능선으로 바로 오른다.
암봉에 붙는 능선답게 처음부터 빡센 된비알이라 숨이 턱에 차오를 때쯤 거대한 암벽이 앞을 막아선다.
리딩을 맡은 아벨님 왈 처음 능선에 붙을 때부터 크게 우측으로 우회했어냐 하는데 너무 일찍 직진 능선을 택했다고...
덕분에 가뿐숨 고르고 암벽을 우측으로 우회하여 30 여분 생길을 치고오르니 첫 조망이 열리고 울산암 달마봉이 지척이다.
조망을 즐긴 후 다시 한번 더 10 여분 치고오르니 족적이 뚜렷한 노적봉 1봉과 2봉 안부에 붙는다...(07:05)
노적 1봉...
앞에서 보면 단일 암봉으로 보이지만 뒤로 쭉 암릉이 연결되어있다.
아직은 고도가 낮고 나무에 가려 시원스런 조망은 아니지만 힘들여 오름한 후 맞이한
조망처라 그런지 대간삼거리에서 황철봉 저항령으로 이어지는 북주능선이 반갑게 다가온다.
지척인 1봉과 2봉은 유순한 암릉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정면과 능선 우측 소토왕골 쪽 조망만 열린다.
노적봉 주봉인 4봉이 보이고 저멀리 집선봉도 시야에 들어온다.
권금성 케이블카승강장이 보이고...
그 뒤로 걸레봉 저항령 황철봉 대간삼거리로 이어지는 능선과 울산바위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거북바위 or 공룡...?
또다른 조망처에 서니 이제는 노적봉 3봉과 4봉이 가깝게 보인다.
노적봉 1봉...
2봉 오름길에 돌아본 1봉...
의자바위가 있는 2봉 정상에서 비로소 능선 반대편 토왕골쪽 조망이 열린다.
토왕폭포도 보이기 시작하고...
발아래 토왕성폭포 전망대와 솜다리, 경원대, 별따...등 암벽루트가 바로 지척이다.
아직 미답인 은벽길과 설악산 B,C시설지구 그리고 속초시내...
3봉은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암반에 수풀이 혼재되어 진행하기가 까칠하였다.
뒤돌아본 2봉과 1봉...
3봉의 랜드마크격인 새를 닮은 바위...
고도를 높여 노적 3봉에 서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안락암과 메마른 소토왕폭포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런데 아침에 시험 운행중인 케이블카를 분명 보았건만 정작 곧 개장할 시간인데 운행을 하지 않는다.
하산후 나중에 알고보니 풍속이 초속 10m/s 이상이면 운행을 중단하는데 아침에 강풍 주의보가 내려졌단다.
노적봉 3봉이 후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점점 거세어지지만...
어제 가리봉산행후 바로 골아 떨어지고 새벽에 일어나 곧바로 산행을 시작하였으니
강풍예보가 내린 걸 알 턱이 없어 이 때까지만 해도 바람이 세게 부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어찌 이리 둘이 똑같을 수가...?
夫唱婦隨...부부는 닮아간다고...바람이 불 건 말 건 태공내외 신이 났다...^^
돼지머리바위...?
3봉 정상에 특이한 동물형상을 한 바위군이 눈에 들어온다.
천하의 담비성도 조망을 즐기다 세찬바람이 부담되었던지 바짝 엎드려 있다.
뒤돌아본 3봉과 2봉...
드디어 노적봉 주봉인 4봉 아래 안부에 도착하였다.
까마득한 높이에 거의 직벽이라 처음엔 당황스러웠으나 첫 시작점 직벽구간만 힘들었지
대각선 방향 사면으로 형성된 바위 턱에 숲이 형성되어 잡목을 잡고 오름하니 생각밖으로 수월하였다.
▼참고사진-인터넷에서 검색한 노적봉 4봉 오름길
일단 4봉 처음 시작점 10여 미터가 거의 직벽이라 안전을 위해 줄을 내렸다.
이 후부터는 잡목을 잡고 암봉 좌측 대각선 방향으로 빙 둘러 돌아가면 된다.
진행하며 뒤돌아보니 제법 고도감이 있다.
다행스러운 게 이 때까지는 강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변변히 잡을 것도 없는 이 때 만일 돌풍이 몰아쳤으면 어땠을까? 산행기를 쓰며 그 상상을 하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어찌되었든 환상적인 뷰가 펼쳐진다.
토왕골 풍광은 개인적으로 이번이 세 번째인데도 볼 때마다 가슴이 뛴다.
그런데 아쉽게도 토왕폭포 전망대 뒤로 보이는 토왕폭이 가물어 물이 거의 없다.
노적봉 정상...(09:15)
선두팀은 노적봉 정상 직전에 좌측으로 봉우리를 반바퀴 더 시계방향으로 돌아 반대방향으로 오르는데
중간에 우측으로 좀 더 쉬운 길이 보여 바로 직등하여 정상에 서니 어마어마한 강풍이 불아대기 시작한다.
하산후 강릉에 대형 산불이 난 사실을 알았는데 방송을 보니 이 날 풍속이 초속 15m/s를 상회하였단다.
노적봉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하던데 강풍에 조용이 관조할 여력이 없다.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아예 바위 뒤에 숨을 정도였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서 실제 노적봉이 흔들거렸다.
일행 올동안 순간순간 불어대는 강풍에 주변 바위를 움켜지며 조망을 즐기면서
비로소 건너편 케이블카승강장과 권금성에 사람하나 없이 조용한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한편의 시를 위한길'도 내려다 보고 싶고 오름한 노적봉 1,2,3 봉도 굽어보고 싶으나 강풍에 언감생심 암봉 끝에 갈 수가 없다.
그저 정상 한켠에서 원경으로만 즐겨보는데 정상 루트로 진행한 선두팀이 반대편으로 올라오고 있다.
오늘 리딩을 맡으신 서울산님 아벨님과 늘산성...
노적봉 하산은 바위꾼들 하산루트와 동일하다.
긴 클라이밍다운으로...다시 말하면 오름보다 내림이 훨신 더 위험하단 애기다.
일단 정상에서 내려선 후...
다시 좌측으로 내려섰다 우측 암봉으로 올라선 다음...
전망대에서 토왕폭 한번 일견한 후...
본격적으로 긴 클라이밍다운을 시작하는데 바람이 없을 때 조심조심 내려서다...
강풍이 몰아치면 잠시 대기 하기를 반복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을 위주로 클라이밍다운을 하였다.
평소 같으면 자일이 필요 없을 장소도 강풍 때문에 안전을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치하였다.
하산시 실제 자일이 꼭 필요한 곳은 이 곳과 바위꾼들 하강포인트 안부에 내려설 때 두 곳이었다.
안부로 내려선 후 이어진 능선에 올라가 노적봉을 뒤돌아 보았다.방금 전 실제 내려오고도 '저곳을 어떻게 내려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위험해 보인다.
▼참고사진
답은 하나...희생과 봉사정신이다.'한편의 시를 위한 길'개념도에 화살표로 표시한 곳이 파란색원으로 표시한 바위턱이고,빨간색원안 검은점이 후미에서 밧줄 회수를 담당한 담비성이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다.
저런 분의 헌신적인 자기희생과 봉사가 있었기에 어리버리 뚜벅이 산꾼들도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정면 좌측 암릉능선이 '한편의 시를 위한 길'릿지다.
강풍이 몰아쳐 휴식을 갖는 동안 늘산성 아벨님과 잠시 진행할 산길을 의논한 후 설명을 한다.지능선을 계속 따를 경우 숙자바위 턱밑까지 너무 돌아가야 하므로 다음 안부에서 바위 아래로 생길을 치고
사면으로 진행하여 작은 지능 두개를 넘어 소토왕골 지계곡 소폭에 닿은 후 점심을 들고다시 사면으로 비스듬이 진행하여 숙자바위능선에 붙은 후 소토왕골 원류를 넘어 집선봉에 붙기로 한다는데....워낙 산세 보는 촉이 좋다고 하지만 분명 늘산성도 초행이건만 팀을 위해 사전준비를 얼마나 열심히 하였나 짐작이 간다.선입견 든다는 핑계로 그 흔한 산행기 하나 보지 않고 뒤만 졸졸 따라 댕기며 무임승차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멋진 기암이 보이는 안부에서 잠시 바람을 피해 휴식을 취한 후 우측 아래 사면으로 진행...(11:20)
▼참고사진-늘산성이 작성한 트랙그림을 모셔왔다.
가운데 길없음 표시에서 생길을 치고 비스듬이 사면으로 진행하였다.
소통왕골 지계곡 소폭에서 점심을 든 후 다시 사면을 비스듬이 횡단하여...(12:25)
숙자바위능선에 붙은 후 좌틀하여 숙자바위 쪽으로 잠시 진행을 하다...
삼거리에서 계곡으로 길을 잡아 소통왕골 원류를 건너 집선봉 능선에 붙었다.
▼참고사진-늘산성 궤적을 모셔왔다.
가는골 및 집선봉능선 초입...(13:10)
지나온 사면길 및 숙자바위 칠성봉 칠성대...
가는골 건너 저봉릿지..
작년 여름과 가을을 보낸 외설악의 수많은 봉과 골짜기들...일일히 이름을 나열하기에는 벅찰 정도지만 아직도 걸음해보지 못한 미답지가 여럿 눈에 띈다.
시설물을 보니 예전에는 정규등로였나 보다.
제법 고도를 올렸나 신선대 뒤로 대청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에고,강풍이다~~
여전히 강풍이 불어와 암릉에서는 가다서다를 반복해야 한다.
집선봉..(13:45)
진행을 못할 정도로 강풍이 불어댄다.
강풍이 몰아치는 집선봉에서 납작엎드려 조망한 망군대와 소만물상 전경...오늘 최고의 뷰다.
두 번 걸음한 숙자바위 칠성봉 방향...
아직 미답인 저봉릿지...
늘산성 애기론 암릉보다 뚜벅이길이 주라 별 재미가 없단다.
집선봉에서 망군대로 이어지는 집선봉릿지는 별 어려움이 없었으나 계속 불어대는 강풍이 문제였다.
바람이 잔잔하다가도....
순식간에 불어대는 강풍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식은골...
망군대 1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직은 망군대 봉우리에 대하여 정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서 제각각이다.
진행하는 방향에 따라 망군대 1봉을 4봉이라 하고 반대로 4봉을 1봉이라 하는 식이다.
여기서부터 집선봉릿지 하일라이트 구간이다.
망군대 1봉으로 질러가는 칼날릿지구간...
망군대 1봉이 바로 지척이지만 칼날능선를 건너기에는 바람이 너무 불어 위험하다.
평상시에는 별 어려움 없이 건너갈 것 같은데 강풍에 포기하고 암봉 밑둥 좌측으로 넓게 우회하였다.
우회로를 찾느라 30여 분 씨름한 후 하여 반태편에서 칼날능선을 바라보니 바로 지척이라 후회도 되지만 안전이 우선이라...
망군대로...
안부에 도착하여 망군대 정상으로...
망군대정상인 1봉...(15:35)
집선봉과 칠성봉...
망군대 정상에 서니 불어대는 강풍에 눈을 뜨기도 힘들다.
바람이 잦아드는 게 아니라 더 심해지는 것 같아 더이상 진행은 포기하고 하산하기로 한다.
봉화대와 집선봉릿지...
봉화대릿지...
소만물상과 망군대1,2,3봉은 다음 기회에...
가는골 대신 칼날능선이 시작되는 안부로 백하여 미답인 우측 식은골 지계곡으로 하산로를 잡았다....(16:00)
길도 없지만 암봉에서 내려서는 걸음이라 경사가 급하여 본류에 합류할 때까지 고생 좀 하였다.
소만물상...
식은골 본류와 합류...(17:15)
성터도 지나고...
일명 에드가 전망대에서 마지막 조망을 즐긴 후...
쌍천 한켠에서 알탕으로 땀을 씻어내었는데...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는...
좌측부터 순서대로 권금성 봉화대 봉화대릿지 그 뒤로 망군대 소만물상...
그동안 설악동에 드나들며 그저 바라만보던 저 암봉들 이름을 오늘에서야 제대로 알았다.
평소와 달리 친근하게 다가오는 노적봉을 시야에 넣어보며 오늘 산행을 마친다...(18:30)
팀의 원래 계획은 3일 산행이라 저질체력인 나에겐 무리라 전주로 먼저 귀가할 예정이었으나
생각지도 못한 강풍에 너무 시달렸던지 다른 동료들도 귀가를 원하여 저녁을 함께 한 후 각자 집으로...
설악산행후 전주 집에 오니 자정이 다 되었다.
다음날도 휴일인 일요일이라 피로도 풀 겸 늦잠좀 자려는데 버릇처럼 새벽에 눈이 떠진다.
멀뚱멀뚱 거리기도 뭐하여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내와 모악산으로 잠깐 새벽운동을 다녀오니 피로가 다 풀린다.
참으로 오랫만에 긴 휴일을 보내고 다음날 기분좋게 회사에 출근하였는데 순간의 부주의로
손가락 뼈와 인대가 끊어지는 골절상을 입어 핀을 박아 고정하는 수술을 하였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실컷 놀다와 다치는 모양새가 되어 체면도 말이 아니고
수술 후 기브스를 하여 한 손을 사용 못하니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천덕꾸러기 비스무리 하게되어 미칠지경이다.
갑갑한 생활을 2주 정도 보내다...궁하면 통한다고 독수리타법이라도 며칠 구사하니
그런대로 쓸만한 경지에 도달하여 조금 숨통이 트인다.
잘 되었다 싶어 한 달전 산행이지만 간직하고픈 추억이라 노적봉과 가리봉 산행기를 정리하려는데
연식이 연식이라 가물가물한 기억에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사진부터 올리고 기억을 하나하나 추려갔더니
엄청나게 긴 산행기가 되어 하루종일 자판을 두들기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래도 이 게 어디냐 자위하며 산행기를 쓰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의'참, 잘하고 짓이다'는 힐난성 멘트까지
감수하며 참으로 어렵게 산행기를 마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는 쥔장의 따뜻한 배려로 하룻밤 노숙한 설악하이디밸리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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