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문산에서 조망한 지리산..'
일요일 새벽 창문 밖을 내다보니 한마디로 잿빛도시다.
어제도 미세먼지 극성으로 산행을 못했는데 오늘도 그른 것 같다.
날이 밝아 아침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하다.
어찌할까 고민하는데 딸내미가 알바를 간다기에 태워다 줄 겸 일단 집을 나서고 본다.
휴양림주차장 - 노령문 - 역사관 - 서어나무 ↗↙ 회문산 - 투구봉(장군봉) - 임도 - 시루봉갈림길 - 야영장 - 노령문 - 주차장 원점회귀산행 / 8.66km
안개에 미세먼지까지 섞여 한마디로 지랄같은 날씨지만 庚子年 始山은 해야겠기에
집을 나셨는데 산행지 순창에 도착할 때까지 도로 주변 산이 형태만 보일 정도로 자욱하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오늘 산행지 회문산 자연휴양림에 들어서니 하늘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뜻은 알겠는데...
갈재와 회문산 사이에 치천이 흐르고 있어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칙에 어긋난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휴양림은 텅 비웠다.
회문산과 투구봉을 거처 오늘 하산로로 정한 야영장 초입을 지나...
비목공원에서 문화휴양관 우측 임도를 따라 역사관 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서어나무코스 초입이다.
이 이정목에서 말하는 회문산은 삼연봉 능선 위 다른 산이다.
위 설명문 사진처럼 빨치산 사령부 벙커 형태에서 전시관으로 새롭게 단장한 회문산역사관...
서어나무갈림길에서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빨치산 준동지역이라 소나무가 거의 소실되어 활엽수가 주종이다.
수령 100년 된 서어나무...
너무 굵어 두사람이 한아름 안아보아도 담을 수 없다.
안부에 올라 단골 쉼터에서 잠시 쉼을 갖는데 나뭇가지 사이로 익숙한 산그리메가 시야에 들어온다.
지 지...지리산...? 설마하면서도 워낙 뚜렷한 형태라 날씨가 급변하기 전에 서둘러 정상으로 내달린다.
회문산(큰지붕) 정상...
땀을 뻘뻘 흘리며 단숨에 정상에 올라서니 환상적인 조망이 펼쳐진다.
지리산이 보인다.
예상대로 익숙했던 산그리메는 반야봉과 노고단이었다.
바다 위에 두둥실 떠있는 항공모함 처럼 지리산 주능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다.
산 아래 깔려진 미세먼지가 마치 운해처럼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산 아래서는 숨이 탁 막히는 몹쓸 미세먼지 건만 보는 위치에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
山과 바위는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고 산행도 인생도 모든 게 새옹지마란 말이 맞는 모양이다.
정면 지리산 방향..
동북 덕유산 방향...
조금 당겨서 이 모든 걸 한번에...
남 무등산 방향...
비록 구름이 아닌 미세먼지에 의한 풍광이지만 황홀할 정도로 멋지다.
추월산 내장 백암산 방향...
투구봉(장군봉) 좌측 뒤로 여분산에서 이어지는 일명 파르티쟌(빨치산)능선....
아쉽게도 서쪽 고창 부안 방향은 미세먼지로 시계가 좋지 못하고,
북쪽 방향은 나뭇가지에 막혀 시야가 없어 투구봉에서 조망을 즐기기로...
이런 조망을 즐기며 산에서 먹는 라면 맛이란...?
다시 백하여 투구봉으로...
이정목에는 장군봉으로 나와있지만 현지 주민들은 투구봉으로 부른다.
투구봉능선 또한 6.25 상흔으로 소나무는 거의 소실되어 참나무가 주종이다.
투구봉...
회문산 주변 전체를 임도로 감쌀 듯이 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힘들여 하면 뭐하나..?실컷 해놓고 차단기로 막아놓아 몇 년만 지나면 이용불가인데....
겨울이 실종되어 이런 고드름도 반갑기만 하다.
투구봉에 서니 회문산 못지 않는 탁트인 조망에 가슴이 확 트인다.
무등산을 배경으로...
투구봉을 3년 만에 왔더니 못 보던 석판이 보인다.
그전에는 한글로 음각한 석판이었는데 이번엔 한자로 바꿔 바위에 제대로 붙여놓았다.
태양양도란 제목에 일시무종일석삼..으로 시작해서 어쩌고저쩌고...하다가 중원지일일종...으로
마무리 하는 것 같은데, 투구봉을 천제봉이라 부르는 증산교에 관계하신 분들이 설치하지 않았나 싶다.
너무 밋밋하다고 아들넘이 시킨대로...^^
지리산..
고리 동악 모후..
무등...
추월 백암 내장...
옥정호...
고창 부안 방향은 여전히 미세먼지로 시계가 탁하다.
회문산에서 놓쳤던 북족 방향 조망...
다시 백하여 임도 따라 시루봉으로...
회문산 등로 대신 임도로...
임도공사한 지 4~5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통제를 하다보니 사용불가 수준이다.
산악자전거나 사진하시는 분들이 이용하게 하면 좋을 텐데 왜 통제를 하는지 모르겠다.
시루봉갈림길에서 임도 따라 야영장 방향으로...
중간에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동절기라 폐쇄한 야영장...
야영장에서 임도 대신 碑木의 숲길로...
원래 게획했던 숲속의 집 앞 임도로 내려서고...
요즘 들어 자주 산행에 동행하는 막동이...말로는 산에 가면 너무 좋다지만..
아빠가 좋아하니까 동행하는 게 정답일 거..그래도 언제가는 산행의 맛을 알게되겠지...^^
노령문을 나서며 뜻밖의 횡재를 한 산행을 마친다.
노력한 바 원하는 학과나 대학 대신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여 기가 죽은 쌍동이들 생각에 가슴이 아프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세상사 모든 게 한번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긍정적인 사고가 최고임을 애들이 알아갔으면 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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