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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산

장수 팔공산 백패킹-바람불어 혼난 날...!

 

 

 

 

 

 

 

낼모레면 군에 입대하는 작은애가 막둥이라 그런지 큰애와 달리 살가운 면이 있다.

지난해 두 번의 수술을 한 아빠의 건강이 염려되는지 이런저런 건강음료도 챙겨주는 등 신경을 쓰는 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산행에 자주 동행하며 입대 전 제 나름의 효도를 하는 모양인데 이번 주말에는 아빠와 둘이 야영을 가잔다.

형도 없이 아빠와 단둘만 가면 심심하고 갑갑할 텐데도 가자는 아들놈이 고맙지만 자식 힘든 건 못 보는 게 부모 맴이라

친구들과 그냥 놀라고 해도 계속 간다고 우겨, 지난주 노숙을 했지만 팔공산이 거의 날로 먹는 박지라 다시 찾기로 한다.

 

 

 

 

 

 

 

 

 

 

서구이재(서구리재)-능선 갈림길-조망처 1-조망처 2-헬기장-팔공산 일박 후 왔던 길 백하여 원점회귀 산행 / 약 6km

(지난주와 동일한 코스로 걸음 한 행보라 장수 팔공산 비박-오늘은 날로 먹자...! 산행기에서 오룩스 맵을 가져왔다.)

 

 

 

 

 

 

 

 

서구이재(鼠鳩峙 831m)...(16:00)

지난번과 같이 오후 늦은 시간에 팔공산에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는 서구이재에서 시작한다.

팔공산이 1151m고 서구이재가 831m로 고도 300m을 2.54km에 걸쳐 오름 하면 되는 팔공산 최단코스다. 

 

 

 

 

 

 

 

 

 

 

 

 

 

 

 

 

 

 

 

거의 날로 먹는 행보라 능선에 붙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팔공산 정상...

날은 포근한데 미세먼지와 뿌연 박무로 시계가 좋지 않아 일찍 가봤자 별로 할 일도 없어 느긋하게 출발을 했다.

 

 

 

 

 

 

 

 

 

 

 

 

 

 

 

 

 

 

 

첫 조망처에서 걸어온 능선 뒤로 천상데미와 선각, 덕태산...

 

 

 

 

 

 

 

 

 

 

 

 

 

 

 

 

 

주로 큰애와 같이 다니다 막둥이와 단둘이 처음 가는 산박을 입대가 코앞인 날에 가다 보니 조금 센티해진다.

아들이 군대를 가면 대부분 엄마들이 눈물 콧물 빼며 요란법석을 떤다지만 실제로 걱정은 아빠들이 더 하는 것 같다. 

매도 맞아본 놈이 아픈 걸 아는 법이라 실제 군대 생활을 해본 아빠들이 그 어려움을 알기에 더 걱정되고 안쓰러워한다.

오랜 외국생활 후 40에 본 막둥이라 어떻게 보면 늦둥이라 그런지 큰애 때와 달리 유난히 신경이 쓰이고 더 눈에 밟힌다.

 

 

 

 

 

 

 

 

 

 

 

 

 

 

 

 

 

어느새 훌쩍 커 아빠가 초창기 때 매던 데날리 프로를 거뜬하게 매고 앞장을 서서 가는 모습은 듬직하지만,

아빠 눈에는 여전히 꼬맹이라 입대 날이 가까워질수록 마치 나 자신이 군에 가는 것보다 더 초조하고 힘들어진다.

성실한 녀석이라 잘하고 오리라 믿지만 세상사 다 요령인데 너무 순박하여 고생할까 봐 오히려 그 게 더 걱정이다.

오늘은 군대 생활 선배로서 만사 제쳐놓고 '군대는 요령이고 줄이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에 대하여 애기해 줘야겠다.^^

 

 

 

 

 

 

 

 

 

 

 

 

 

 

 

 

 

 

지난주 노숙한 헬기장에 몇 자리 남았지만 오늘은 호젓하게 아들과 단둘이 보내고 싶어 정상으로...

 

 

 

 

 

 

 

 

 

 

 

 

 

 

 

 

 

 

 

 

 

 

 

 

 

 

 

 

 

 

통신 줄과 전선줄이 조금 거슬리지만 조망이 좋은 곳인데 아쉽게도 오늘은 시계가 맑지 못하고 바람이 분다.

전날 배낭을 꾸릴 때까지만 해도 일기예보가 날씨도 좋고 포근하다고 하여 셀터 하나 달랑 들고 왔는데 난감해진다.

바람에 약한 셀터라 헬기장으로 다시 갈까 고민을 하다 여차하면 오리지널 비박을 하자는 생각에 그냥 집을 짓기로...

 

 

 

 

 

여기서 잠깐, 지금이야 산에서 밤을 보내는 야영이 많이 대중화되어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용어의 차이를 알면서도 텐트나 센터 없이 밤을 보내는 비박(biwak)을 장비를 사용하여 밤을 보내는 야영

이나 노숙인 백패킹(backpacking)과 혼용하여 사용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불편하신 분들이 많은가 

지적을 하곤 한다. 하필 비박의 박이란 단어가 잠을 자다는 의미가 있는 숙박(宿泊)의 박가 음이 같아 애교섞인 표현으로

야외에서 잠을 자는 의미로 별생각 없이 사용하였는데 종종 태클을 걸어오신 분들이 있어 이제부터 나도 백패킹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할 모양이다. 그런데 언어란 시대적 변화나 편의에 의하여 맞춰 사용되고 변화되는 것이라 현재 취미란

의미로 보편적으로 쓰이는 狂的이란 뜻의 매니아(~mania)란 단어도 90년대 당시에는 비슷한 대접을 받아서 정확히 알고

쓰자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잠깐 애기가 옆으로 빠졌는데...

일단 해가 저물기 전에 불이 나게 셀터를 설치하고 아들놈 sns용 사진 몇 장 담아주기로...

 

 

 

 

 

 

 

 

 

 

 

 

 

 

 

 

 

 

 

 

 

 

일몰이 시작되고...(18:15)

 

 

 

 

 

 

 

 

 

 

 

 

 

 

 

 

 

 

 

 

 

 

 

 

 

 

일몰 감상후 저녁을 준비하는데 지난주 헬기장에서 밤을 보냈던 광주 젊은 친구 중 한 분이 다른 일행과 올라왔다.

너무 멋진 조망에 다른 친구와 다시 찾았다며 헬기장이 만원이지만 바람이 걱정되어 그곳에서 밤을 보낸다며 갔는데,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야그... 헬기장이나 정상이나 별 차이 없었지만 밤새 불어대는 강풍에 고생이 심했다.

 

 

 

 

 

 

 

 

 

 

 

 

 

 

 

 

 

 

 

 

산상 만찬을 가지며 이런저런 애기를 나눈 후 아들넘은 친구들과 sns 삼매경에 빠지고 나는 주변 야경 감상...

 

 

 

 

 

 

 

 

 

 

 

 

 

 

 

 

 

 

 

 

 

 

 

 

 

 

 

 

 

 

 

 

 

 

 

 

산상만찬 최고식 라면을 끓여 마무리를 한 후 잠자리에 들었는데 밤새 불어대는 강풍에 셀터가 날아가는 줄 알았다는...

 

 

 

 

 

 

 

 

 

 

 

 

 

 

 

 

익일 아침 여명...(06:30)

일기예보대로 날이 흐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 일출이 있을까 염려된다.

바람이 심하기는 헬기장도 마찬가지라 해가 뜨기 전임에도 짐을 꾸리는 사람들도 보인다.

 

 

 

 

 

 

 

 

 

 

 

 

 

 

 

 

 

 

 

 

 

 

일출...(07:13)

 

 

 

 

 

 

 

 

 

 

 

 

 

 

 

 

 

 

 

 

ㅎㅎ저런 걸 보면 덩치만 컸지 아직도 어린애인데 군생활을 어떻게 할지...^^

 

 

 

 

 

 

 

 

 

 

 

 

 

 

 

 

 

 

 

 

 

 

 

 

 

 

 

아침을 간단히 들고 짐을 꾸린 후 조망이 열리기를 기다려 보지만 영 기미가 없어 그만 내려가기로 한다.

 

 

 

 

 

 

 

 

 

 

 

이른 시간임에도 바람이 심하여 헬기장에 있던 분들도 모두 철수를 했구나...

 

 

 

 

 

 

 

 

 

 

 

 

 

 

 

 

 

 

 

 

 

헤이, 아들 더 미끄러워지기 전에 그만 가자...

날이 풀리니 이른 시간임에도 땅이 녹아 질척거려 빙판보다 오히려 더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밤새 바람이 심하게 불어 고생도 하였지만 이렇게 아들 넘과 즐거운 추억 한 장을 쌓았습니다.

통일이 빨리되어 귀여운 우리 아들들이 생고생을 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지극히 개인적인 산행기를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