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때 친구들과 놀러 왔던 한신지곡부터 꼽아보니 지리산을 찾은 지 어언 40 년이 훌쩍 넘었다.
지지고 볶고 시끌법적한 야영 후 쓰레기를 땅에 묵고 오던 게 자연스런 시절이었으니 상당한 기간을 다녔나 보다.
그러다 주로 주능선 위주 산행을 하다 광주 찬붕성을 만나 지리아흔아홉골 비타5백길 도둑걸음을 시작하게 되고..
산행기를 쓰며 지리산 산행기를 추려보니 정리 못한 걸 제외해도 얼추 70여 편이라 제법 도둑걸음을 하였나 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지만 긴걸음 위주라 새벽에 시작해서 어스름할 때 내려와 그동안 나름 선방하였는데
예전같지 않은 체력에 휠링코스 비스무리한 왕시루봉에 갔다가 이번에 제대로 걸렸다.
안한수내(송정)마을-좌골-선교사유적지-능선삼거리↗↙왕시루봉-봉애산능선-사자바위-통천문-우능선-송정마을/9.45km
토지면 송정리 안한수내(송정) 마을쉼터 앞 주차장...(06:30)
30여 분 일찍 도착하여 차 안에서 잠시 쉼을 갖는데 오늘따라 가지마란 저 경고문이 확 눈에 들어오더라....
다리 건너 마을 경로당을 지나 마을 길을 끝가지 따르면 '지금입출' 하란 들머리가 있다.
예감이랄까...아님 육감이랄까...?
뭔지 모를 꺼림칙한 기분이 들며 평소엔 그런갑다 한 경고문이 오늘따라 선명하게 다가온다.
밤나무를 조성한 천수답을 지나 절골 삼거리에서 계곡을 건너 좌골로 길을 잡는다.
그런데 능선 주변 산등성이에 밤나무단지를 조성하여 사람 다닌 흔적이 여러 갈래라 길 찾기가 애매하다.
봉애산 능선 너머 어정쩡한 일출이 시작되고...(07:30)
어정쩡한 일출이지만 일단 감상을 하고 능선 대신 아예 맘 편하게 좌골로 길을 잡아 계곡치기로 진행하기로 한다.
지능선에서 산길 잡느라 고생할 필요 없이 계곡만 쭉 따르면 능선 주변 습지에 닿기 때문이다.
아직 겨울임에도 좌골이 남쪽 방향이라 그런지 빙폭도 거의 없고 짧았는데 대신 경사가 상당히 급하였다.
계곡 중간 부분은 주로 절벽형 암반이라 상당히 조심스러웠고....
계곡이 끝나는 부분에서 좌측으로 길을 잡아 능선 아래 습지에 붙었다.
습지를 빠져나와 능선 소나무 삼거리에서 기독교선교유적지로...
일제시대에 돌림병을 피하여 지리산 자락에 조성한 미국인 선교사 휴양림 예배당...
기독교 선교 유적지는 이번이 두 번째인제 10 년전에 겨울비박을 와서 수영장 얼음 위에서 노숙을 했었다.
그때도 하산길에 국공에게 걸려 경고장을 받았는데 구산리나 파도리 방향 접근성이 좋아 국공이 자주 찾기 때문이리라.
▼참고사진 ☞왕시루봉에서 보낸 송년비박...
왕시루봉에서 보낸 송년비박...
산행일시:2014년 12월20~21일 토,일요일 양일간,오전 비온 후부터는 온후했으나 밤에는 심하게 바람이 불었음 산행여정:파도저수지 위 임도→가짜왕시루봉→미국선교사유적지↗↙왕시루봉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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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예배당...
총 12 동으로 원래는 억새로 이엉을 하였는데 현재는 억새를 구할 수가 없어 지붕을 천막으로 둘렀다.
나보다 더 한국말을 잘하는 듯이 보이는 세브란스 임요한 박사의 부친이 거주하였다는 건물을 끝으로 다시 능선으로...
왕의 강 전망대...
철쭉과 어우러진 사진으로 유명한 '왕의 강' 전망대....
척 봐도 주변에 철쭉나무가 많아 흐르러지게 필 때 오면 환상적이겠다.
'왕의 강' 이라 불리는 S자 형의 섬진강...
아쉽게도 오늘은 하늘은 맑은데도 지상은 미세먼지가 뿌옇게 내려앉아 시계가 좋지 못하다.
백운산 똬리봉 도솔봉...
하산할 봉애산능선 뒤로 황장산 마루금과 지리 남부능선이 웅장하다.
평범한 고스락인 왕시루봉에서 인증샷 한장 담고 다시 백하여 봉애산능선 삼거리로....
빨치산이 준동하던 시절 봉애산능선 삼거리에서 큰 전투가 있었나 여기저기 파묘한 흔적이 보인다.
사자바위 전망대 직전 양지바른 곳에서 살치살에 곁드린 된장국으로 맛난 점심을 들고...
근데 여기서 맛난 점심 후 시기가 대통령 선거철이라 이런저런 한담을 너무 오래 나누며 시간을 보낸 것이 큰 실수였다.
거기에 바로 아래 사자바위 전망대에서 주변 조망과 산세공부도 하면서 한참 시간을 보내고....
왕의 강...
지리주능선...
피아골 직전마을...
제석 천왕 촛대봉...
농평마을...
또한 걸리려고 그랬던지 능선과 가까운 데도 말소리 톤에 신경 쓰지 않으며 인증샷 담느라 너무 지체를 하였다.
선생님들께서는 자연보호법 ㅇㅇㅇ을 위반하셔서...~~
삼거리가 지척인데 산에서 목소리 톤을 있는대로 내면서 대화를 하였으니 한마디로 날 잡아가슈 했다고 할까...^^
근데 사람 맘 먹기 나름이라 도둑걸음 경력에 비해 늦은 감이 있다는 농담에 실소도 나오고 맘편히 하산길이 잡아진다.
통천문...
봉애산까지 가지않고 중간에 지능선을 타고 바로 안한수내로 내려서기로...
이 암릉을 내려선 후 우측으로 길을 잡아야 하는데 무심코 뚜렷한 좌측으로 내려섰는데 거의 땅에 꽂힐 듯한 경사라
지도를 확인한 후 바로 사면을 가로질러 능선에 다시 붙으니 묘역도 보이고 아주 뚜렷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소나무 울창한 능선을 따르니 안한수내마을이 지척이다.
아침에 출발한 절골 삼거리에서 토박이 마을주민을 만나 잠시 송정마을에 관한 애기를 듣고 고로쇠 물도 구입한다.
외지인 탓에 땅값이 터무니없이 올라 현재 22 가구인데 10 채는 외지인이 구입하여 비어있는 상태라고...
어라, 근데 아침에 들어선 철문을 나서는 찬붕성 모습이 묘하네...^^
이렇게 지리산 비타 5백길에 들어선 후 처음 끊어본 '자연공원법위반과태료' 고지서 산행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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