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사실라우...?
봄기운 완연한 3월에 아이젠을 챙기는 내 뒤통수에 핀잔하듯 아내가 내뱉는다.
부부로, 산우로 35년을 함께 하였더니 배낭만 봐도 어딜 가는지 알기에 걱정해서 하는 애기다.
그래도 아쉬움으로 일 년을 보내느니 실행이 낫기에 우려 섞인 핀잔을 뒤로 하고 새벽에 집을 나선다.
누가 꼭 가란 것도 아닌데 겨울에 칠선계곡을 경유하여 천왕봉을 걸음하지 않으면 숙제 못한 학생처럼 초조함이 든다.
백무동-소지봉-제석봉-천왕봉-천왕봉 북사면-마폭포-대륙폭포-칠선폭포-창암 사거리-백무동 원점회귀 산행/ 13.42km
오랜만에 마빡에 불 밣히고 걸음을 재촉하니 하동바위에 이르러 어둠이 가시기 시작한다.
두 번 병원신세 후 예전 같지 않은 체력이 걱정이었는데 다행스럽게 오늘은 강골 찬붕성 외에 두분 동행자가 있어 표시나지 않게 휠링모드로 걸음할 수 있어 띵호와다.
새로이 안전쉼터와 편의시설을 대폭 보강한 참샘에서 잠시 휴식을 쥐하는데 1080m 고지 샘물이 식용불가라니 당최 이해가 안 간다.
창암능선 갈림길과...
소지봉을 지나...
망바위에서 한번 더 쉼을 갖고...
여기서 보니 3월임에도 눈이 쌓인 한신지곡 우골 사태지역이 거의 빳빳이 섰다.
근데 이건 뭐다냐...?
누군가 체력훈련을 한답시고 바벨 10kg를 메고 왔다가 빼놓고 간 모양이다.
코끼리바위에서 커피 한잔 하며 한번 더 쉼을 갖고...
예보는 날씨가 좋다고 했는데 개뿔... 미세먼지로 갈수록 하늘이 뿌옇게 변한다.
뿌연 미세먼지로 반야봉은 아예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비록 시계가 탁하여 장쾌한 주능 조망은 없지만 제석봉 특유의 풍광에 한참을 머무른다.
주능선에 합류...
세월을 꺼꾸로 사시나 여전히 걸음이 빠른 찬붕성은 천왕봉으로 바삐 길을 잡고 휠링팀 3인방은 세월아 네월아~~
천왕봉...
순서별로 일출 연화 촛대 영신...
호구당터...
성모상...
통천문...
언제나 인산인해인 지리산 천왕봉...
주말이라 더 그런지 몰라도 예전과 달리 젊은 학생들 비율이 반을 웃돌아 거의 70프로에 육박한다.
사진놀이는 여기까지 하고 인적이 뜸해진 틈에 재빨리 칠선으로...
철계단을 지나 사면에 들어서니 완전 빙판이다.
낮에 녹은 얼음물이 밤새 얼어 번질번질한 거울 같은 빙판이 되어 아이젠을 신었어도 미끄럽긴 마찬가지라 조심조심...
발에 힘을 주느라 고생을 했지만 올해는 놓친 줄 알았던 겨울칠선의 맛을 이렇게라도 맛볼 수 있어 참 좋았다.
문제는 상부만 조금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마폭 근처 주목군락지까지 빙판이 이어져 고생을 했다는 거...
이런 황폐한 산길이 뭐가 좋다고 다니냐는 분도 있지만 난 그저 좋기만 하다.
거창하게 일상에 찌들고 세속적인 생활에 지치고..어쩌고 저저고...필력이 짧아 고상한 어구로 표현은 못하지만 한마디로 나는 그저 이런 숲길이 좋다.
마폭포...
내가 알기론 뒤에 보이는 실루엣은 초암능선 촛대봉이다.
오늘은 진주 캔디님 덕에 산에서 해산물로 포식을 한다...감사합니다.~~!
응달진 지계곡 빙폭이 장관이다.
오늘은 쉬엄쉬엄 가는 휠링모드라 그런지 찬붕성과 둘만 다닐때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마폭과 대륙폭포 사이에 상당히 재미난 구간이 많구나...
계곡을 좌로 건넌 후 다시 우측으로 건너서면 삼천폭포 상단부다.
삼천폭포 맨 하단 무명폭포 내림길이 봄철 해빙기라 그런지 무너져 내려 조심조심...
대륙폭포...
대륙폭포에 이르면 천왕봉에서 백무동까지 산길을 반절 정도 내려왔다고 보면 된다.
칠선계곡 얼굴마담 격인 칠선폭포...
칠선폭포에서 창암사거리까지는 한마디로 잡목과의 사투...
요즘은 찾는 이가 거의 없는지 산길도 묵은데다 태풍에 쓰러진 풍도목이 많아 상당히 애를 먹인다.
창암사거리에서 쉼을 갖는데 진주 캔디님이 먹거리를 얼마나 준비하였는지 아직도 먹을 것이 나오더라는 야그...
산죽과 낙엽...그리고 미끄러지기 딱 좋은 잔돌과 잠시 씨름을 하면 ....
두지터 정등로 갈림길에 닿고 여기서 날머리 다샘펜션까지는 잠깐...
누가 꼭 가란 것도 아닌데 미처 하지 못한 숙제 같았던 천왕봉과 칠선을 늦게나마 이렇게 걸음하였습니다.
함께하여 주신 산우님들 감사합니다.~~
'한국의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새봉 왕등재 습지 -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산죽...! (0) | 2023.05.13 |
---|---|
담양 병풍산 투구봉 백패킹 - 흐린 날도 꽃은 피고...! (0) | 2023.04.16 |
지리산 종석대 우번암 - 모처럼 편안하게..! (0) | 2023.03.05 |
담양 금성산성 - 오늘은 제대로 돌아보자...! (0) | 2023.02.16 |
지리산 만복대 - 오늘만 같아라...! (0) | 2023.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