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몸관리에 신경을 썼건만 한 보름 정도 병원신세를 다시 져야만 할 모양이다.
입원 전 지리산에 한번 다녀오려는데 계속되는 주말 비소식에 선뜻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다.
망설이는 와중에 사정을 아는 산우들이 우산을 쓰고도 보행이 가능한 뱀사골로 우중 트레킹을 다녀오잔다.
지난 7월에 걸음 한 행보지만 연배를 떠난 따뜻한 우정과 배려를 기록 삼아 남겨본다.
오전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대로 하늘도 우중충 하고 입원 생각에 맴이 꼬였나 오늘따라 반선교가 흉물스러 보인다.
지리산 입산시간치곤 상당히 늦은 8시임에도 비소식이 있어 그런지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아주 호젓하다.
신선길이라 불리는 녹음 우거진 계곡에 들어서니 간밤의 비 덕분인지 수량도 풍부하여 어수선한 심기도 정리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청량감이 밀려든다
흔들거리는 용머리 형태라 요룡대라 불리는 거대한 바위가 등장하면 곧 와운삼거리다.
천년송으로 유명한 와운마을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신선길과 작별하고 뱀사골 계곡에 들어선다.
뱀사골은 '역전앞' 처럼 한글과 한자가 중복된 낱말이 아니라 뱀이 죽은(死) 골짜기라 뜻이다.
다행스럽게 아직 비는 내리지 않지만 곧 몰아칠 듯 습도가 점점 높아져 싱그러운 숲내음이 영 힘을 쓰지 못한다.
대신 간밤의 비로 제법 우렁차게 내달리는 계곡 물소리에 습한 더위를 날리며 걸음을 이어간다.
바위 위로 흐르는 물줄기가 용이 승천하는 모습과 비슷하여 탁용소라는데 아쉽게도 실물을 보기에는 수량이 많이 부족하구나.
호리병 모양을 갖추기에는 병소도 2프로 부족한 것 같고...
물줄기에 깎인 바위들 모습이 마치 병풍을 두른듯하여 병풍소라 불린다는데 그나마 얼쑤 비슷하다.
설명문을 읽어보니 제승대는 용이나 뱀 하고 관련이 없는 1,300 년 전 송림사 정진스님이 제를 올렸던 기도터란다.
비탐길인 이끼폭포 초입을 빙 둘러 철책으로 둘러싸다시피 막았길래 경고문을 보니 최근에 사망사고가 발생했단다.
지리 아흔아홉 골 골짜기 중에 드물게 계곡 초입이 폭포 형태인 얼음쇄기골 들머리..
나 아니면 지금쯤 어느 비탐길로 스며들 분들이 심심한 뱀사골 자체만을 트레킹 한다고 귀한 시간을 내주니 무척 미안스럽다.
짙푸른 소와 어우러진 가을 단풍이 환상인 간장소...
간장소에 이르니 서서히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하여 우비를 입을까 하다 산길이 신작로라 우산을 쓰기로 한다.
막차 쉼터에서 간식 타임을 갖을까 하다가 비가 영 거슬려 옛 뱀사골 대피소에서 갖기로 한다.
막차라는 지명의 유래를 일제강점기 목재 운반에서 연유되었다고 설명하는 분도 있지만 내 생각엔 뱀사골 마지막 골짜기란 의미가 아닐까 싶다.
에고, 그런데 뱀사골 옛 대피소에 열쇠를 채워놓아 어쩔 수 없이 백하여 막차 쉼터에서 간식을 들기로 한다.
존 집 나 두고 이 게 뭔 날구지입니까...?
비 덕분에 막차골에 멋진 폭포가 보여 잠시 들어가 보았다.
반선으로 돌아가는 중...
간장소...
항상 그러듯 산을 내려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갠다.
산책정식이 맛난 단골집 일월식당에서 교수님이 점심을 내었더니 질세라 찬붕성이 산내에서 커피를 쏜다.
어디서 감히 막내가 계산 운운하며 건방을 떠냐는 질책과 함께... 차량 좀 움직였다고 형님들께 신세 많이 졌습니다.
참, 교수님이 선물하신 마지막 소년 빨치산 김 영승 회고록 병원에서 잘 읽었습니다.
벌써 여름이 가고 오늘이 추분입니다. 곧 잡목들 기세가 꺾일 테니 언제 한번 박 영발 비트나 걸음 하시게요.
밋밋한 걸음이라 심심하셨을 텐데 동행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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