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 전망대...'
예전같이 산행을 못해서 그런지 요즘은 블로그에 정리해 놓은 옛 산행기록을 볼 때가 많아진다.
그때마다 땀 흘리며 걸었던 산길이 손에 잡힐 듯 눈에 선하며 살아 있는 생명체 마냥 헉헉거리던 숨결이 느껴진다... 한마디로 그리움이다.
청명하지 않은 금요일 점심 무렵 불쑥 그리움이 일렁인다.
모악산이라도 가야겠다.~~
금산사 주차장-닭지붕-백운동뽕밭-매봉↗↙매봉전망대-북봉-모악산 정상-남봉 -장근재-케이블승강장-모악정-금산사-금산사 주차장 원점회귀산행/12.2km
(금산사 못미쳐 연리지길 삼거리부터 배터리가 떨어져 오룩스맵이 일직선으로 표시되었다)
매봉으로 직등하는 들머리는 금산사 버스정류장 옆 모악산 안내샌터 뒤로 열려있다.
초입부터 가파르게 이어지는 계단에 맞춰 걸음을 느긋하게 세우고 숨을 고르면서 마음 속에 화두를 하나 담고 걷는다.
오른 화두는 그리움이다.
얼마 걷지 않아 600여 미터 거리 닭지붕에 이른다.
블로그에 진심이었던 시절 봉우리 봉(峰)자가 아닌 붕자를 사용하는 연유를 알고자 자료를 이리저리 찾아보던 시절이 생각난다.
결국은 지금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지만...
닭지붕을 지나면서부터 산길은 부드러워져 사드락사드락 걷기 좋은 시간을 늘어놓는다.
처음 걸음하는 산길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고 기대감이라면 이미 걸었던 산길은 정다움이고 그리움이다.
어머니의 품속 같이 포근한 산이란 산명답게 정상과 매봉 바위구간을 제외하면 조망에 인색하지만 느긋하게 걸으며 지난 시절을 돌이켜 보기에 딱 좋은 산이다.
모악산에서 금산사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전망대에서 금산사도 내려다보고 어디로 하산할까 잠시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혼자 걸음인데다 날씨도 좋지 않기에 해찰도 부리고 되는대로 걷다가 적당한 곳에서 하산할 요량이다.
한껏 게으름을 피우며 걸음을 옮겨감에도 연배 지긋하신 한무리 산객들을 만나 한참을 함께 한다.
오늘은 모악산 마실길 따라 연리지길로 하산하지만 다음엔 화율봉까지 돌파하자며 전의를 다지는 저분들의 결의가 부럽다.
더 부러운 점은 인생 황혼기에도 무리지어 즐길 동행이 있음이겠고...
대한불교 용화종 지장기도도량인 도통사는 예전과 달리 산문을 설치하여 닫아놓아 그냥 지나치기로...
용화종이 전주에 본산을 둔 종파라 그런지 내변산 변산바람꽃 자생지로 유명한 영은사을 비롯하여 원각사 등 전북지역에 사찰과 암자가 많다.
증산교 마을인 백운동이 바로 아래라 콘크리트임도가 백운동뽕밭까지 이어진다.
예전에는 뽕나무를 많이 재배하여 지명도 백운동뽕밭이라 불리웠는데 언제부터인다 오미자밭으로 바뀌더만 지금은 여주밭으로 변했다.
이정목에는 여전히 백운동뽕밭이다.
제1헬기장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매봉 암릉구간을 감상하며 급 오름질을 하면 이름과 달리 평범한 고스락인 매봉이다.
모악산 정상과 더불어 조망이 좋은 서북능선 맹주 매봉...
매봉 주변이 바위구간이라 오르내림이 까칠하였지만 그런대로 다닐만 하였는데 태크 계단을 새로 설치하여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
동쪽 방향...
화려했던 가을은 가고 눈이 오려는지 잔뜩 찌푸린 하늘이 원망스럽지만 아쉬운대로 조망을 즐겨본다.
전주 시내 방향...
좌측으로 시선을 돌려 김제 방향...
오름한 도통사길 능선 너머 화율봉과 상두산...
다시 매봉으로...
매봉 귀퉁이 바위 쉼터에서 오후에 내릴 눈을 장만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맥주 한캔을 즐기는데 시샘하듯 차가운 눈이 목덜미로 파고든다.
염불암..? 실제 암자명은 연분암이다.
금선암 삼거리부터 제법 눈발이 굵어지며 가뜩이나 호젓했던 산길이 정막감이 감돌 정도로 어두워진다.
다시 잠깐 하늘이 개이고...
북봉 헬기장에서 바라본 모악산 정상 통신탑...
어찌도 저리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모악산 정수리에 방송 송신소를 세울 생각을 하였을까...?
올 겨울에 폭설이 예보된 날 이곳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며 깊은 겨울밤 적막을 즐기려는데 시기가 맞을지 모르겠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매봉이 나와있지 않고 모악산 정상 봉우리와 북봉, 남봉 등 세 봉우리만 봉우리로 표기되어 있다.
눈이 내리는 데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북봉부터는 모악산 전체를 나 혼자 전세 내었다.
남봉 헬기장도 사람이 없어 독차지다.
마지막으로 남봉에서 밤을 보낸 건 2017년 終山 기념으로 광주산우들과 야영을 을 때니 어느새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때 함께했던 산우들도 열정이 식었나 아님 늙어 손주 보기 바쁜가 올해는 종산이나 송년야영 소식이 없다.
연말인데다 덩그런히 홀로 적막하게 있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남봉 헬기장을 가로 질러 쉰질바위 전망대를 지나 장근재로 길을 잡는다.
남봉 헬기장에서 장근재까지는 1.4km 정도 밖에 안되지만 숫제 내리꽂는 급한 경사라 중간에 아이젠을 신어야만 했다.
美峙란 이름으로 불렸던 장근재 이정목...
눈발은 걱정이 되지 않는데 갈수록 곰탕이라 장근재에서 위험 표시가 된 모악정 방향으로 그만 하산하기로 한다.
위험하다는 경고 표시는 중간에 계곡을 한번 건너야 하는데 계곡 경사가 급하여 평소에는 괜찮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급류라 위험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케이블카승강장부터는 산길이 콘크리트임도로 변하지만 계류를 따라 형성되어 여름에 찾으면 좋다는 거다.
모악정 내림길은 케이블카승강장까지 산죽밭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면 허릿춤을 따라 지그재그로 형성되어 전혀 위험하지 않다.
산죽 사이 허리길을 내려오면 잠시 너덜이 이어지고 바로 '위험' 경고 표시를 있게 한 계곡을 건너면 다시 산죽밭 사이로 비스듬하게 산길이 이어진다.
케이블승강장 바로 위 삼거리에서 정등로에 합류하고...
케이블카승강장부터는 계곡을 따라 형성된 콘크리트 임도를 따른다.
오후 반나절도 안되는 짧은 걸음이지만 산길은 언제 걸어도 좋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생각이 정돈되듯 머리가 맑아진다.
산행이 주는 치유의 선물이랄까...
이 정자가 있어 모악정길이다.
거북바위...
오늘도 열심히 산을 오르지만은 아직도 초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정식 명칭은 아니고 바위 상부가 거북이 형태 비슷하고 특히 머리 부분에 일자로 찢어진 입 모양도 있어 내가 오래전에 지은 명칭이다.
심원암 삼거리를 지나면서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 화면이 어두워진다.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화면이 꺼진다.
항상 그렇듯 하산을 하면 날씨가 좋아지는 게 진리라 하얀 눈이 쌓인 금산사 설경을 담을 수 없어 아쉬웠다.
방금 전까지 산행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생각이 정돈되어 머리가 맑아진다고 하더만, 그 잛은 사이에 금산사 설경을 못 담아 아쉽다고..ㅊ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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