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태산 깃대봉 야영..'
歲月流水라 어느덧 일터에서 막바지로 접어든 연배라 나이 들어감이 갈수록 더 무섭고 서럽게 다가오는데
청년취업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는 태어난 배경 논란이 우리네 중년부모들을 더 슬프게 한다.
애들에게 특별히 물려줄 재화나 사회적 명예도 없는 처지다 보니 그동안 뭐했나 하는 자책감에 급 우울해지기도 하고.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에 자식사랑이란 무엇이고...참교육이란 무엇일까? 자식들 미래를 위하여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일까...?
애들은 그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자유스럽게 성장하는 게 최고라고 여기지만 실제 그렇게 키웠나 의문도 들고 자신도 없다.
큰애가 고등학생시절 일요일 자율학습 대신 산에 따라 나설 때 모른 척 그냥 데리고 간 내 행동이 과연 옳은 행동이었을까?
자유분방하게 키운다는 미명하에 게으르고 나태했던 자신과 나만의 취미생활을 위한 일종의 변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人生이란 다 때가 있고 시기가 있는데, 배우고 익히며 미래를 준비해야할 學窓時節에 방관자 적인 아빠는 아니었을까 반성해본다.
그래도 그 영향인지 비록 전도 유망한 엄친아는 아니더라도 동생들 다독여 지금도 부모 좋아하는 산행에 동행하는 아들이 넘 이쁘다.
산행일시:2016년 4월 30일 ~5월 1일 토,일요일 양일간,어느 정도 조망이 좋았으나 밤에는 심하게 바람이 불었음
산행여정:진원제 사방댐 → 큰재 → ▲581m봉 → 깃대봉 헬기장(일박) ↗↙ 깃대봉(659m봉) → 남서능선 → 진원제 원점회귀산행
산행시간:비박으로 진행하여 산행시간과 거리는 별 의미가 없으나 6km에 실산행 시간은 3시간 정도
함께한님:오로지 야경을 감상하며 삼겹살 구워 먹으로 나선 파워네 봄맞이 가족비박
진원제 사방댐 → 큰재 → ▲581m봉 → 깃대봉 헬기장(일박) ↗↙ 깃대봉(659m봉) → 남서능선 → 진원제 원점회귀산행
진원면에서 진원제 진입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자리한 식당에서 점심을 들고 느슨하게 산행을 시작한다.
한우고기집인데 다음 검색창에 불태산을 검색하면 '불태산진원성'이라고 이 식당이 먼저 뜰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지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오룩스맵에는 깃대봉이 장군굴로 표기되어 있다.
식당 근처에 설치된 등산안내도와 위 지도를 비교해 보면 오늘 일박할 깃대봉의 정확한 위치가 애매하다.
실제 걸음하여 보면 깃대봉은 성틀재 근처 659m봉이고 안내도에 표기된 깃대봉은 지봉에 설치된 헬기장이다.
진원제 옆 공터에 주차하고 스타또~~
전방에 보이는 움푹 패인 안부인 큰재를 경유하여 능선에 붙을 예정이다.
고도에 비해 물이 많은 지 사방댐이 한참을 이어진다.
사방댐 등산 안내도에서 직진길을 택하여 큰재로...
깃대봉에서 일박하고 우측 출렁다리 쪽으로 내일 하산할 예정이다.
싱그러움 가득한 완만한 산판길을 따라 큰재로 오름하지만 나름 큰 배낭이 부담스럽나 보다.
오랫만에 짊어지는 박배낭이 짓누른 어깨를 서로서로 풀어주는 시간도 갖는다.
유난히 간지러움을 많이 타는 막동이 때문에 한참을 웃고간다.
지난 겨울에 왔을 때는 눈에 덮혀 몰랐는데 너덜구간이 한참을 이어진다.
약수터...
약수터 옆에 적당한 크기의 휴식용 테크가 두어개 놓여있다.
자는 척하며 힘들어 더이상 못 가겠으니 여기서 그냥 눌러 앉자고 단체로 땡깡중이다.~~^^
약수터부터 큰재까지 300여 미터는 급경사 오르막길이라 코를 땅에 박 듯 치고 올라가야 한다.
100L짜리 배낭에 기본 장비외에 동생들 식수까지 8 L를 맨 큰아들 넘이 힘든지 가다서다 반복하며 처진다.
아빠가 한창 필요할 아들넘 어릴 때 장기간 해외근무를 하여 미안한 생각이 항상 마음 한켠에 남아있는데...
아들넘이 군입대하여 처음으로 보내온 편지가 문득 생각이 난다. 그 편지 받고 마음이 에려 며칠을 고생했다.
"이렇다 할 자랑거리가 되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편지 말미에 이런 글귀를 쓰더니 원하는 대학에 진학 못해 실망했을 나를 걱정한다.
편지를 읽고난 후 아려오는 죄책감에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마음에 황금같은 학창시절을 자책으로 보냈을 아들을 생각하니....
아들넘 미래를 위한다는 생각에 채찍질하 듯 아들을 독려한 점이 후회되고,
좀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고 강요한 점이 후회되었다.
자신감을 심어준다며 시도 때도 없이
'너는 할 수 있다'는 애기를 수없이 되뇌어 부담 주었음을 반성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실상은 아들을 위함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한 나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큰재부터는 능선을 따라 1.3km만 걸음하면 되니 여유있게 쉬고 가기로 한다.
지난 겨울 산행기에 조망처도 아닌데 쓸데없이 큰 정자를 지어놓았다고 투덜거렸는데
애들과 정자 그늘에서 과일도 먹고 한담을 나누며 한참을 쉬며 즐기다 보니 경솔했단 생각이 든다.
능선에 올라서니 철쭉이 만발하여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산우들과 가기로 한 일림산 철쭉산행을 취소하고 가족 데리고 불태산으로 오기 잘했단 생각이 든다.
약사암 등로가 분기되는 581m봉 갈김길에서 깃대봉으로...
철쭉이 만발한 능선을 따라 산불구간이 한참 이어진다.
헬기장에서 불태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면으로 보이는 뽀족한 봉우리가 실제 깃대봉인 659m봉이다.
우리가 일박할 안내도에 깃대봉으로 표기된 헬기장은 실제 깃대봉 능선 우측에 있다.
곧 해가 저무는 시간이 되니 급격히 시계가 나빠져 조망은 내일을 기약해할 모양이다.
산행을 시작한 진원제와 내일 하산로로 잡은 남서능선...
진원면 들녘 건너 어등산이 뿌연 미세먼지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아 사진에 담으려 조금 지체하였는데...
막동이 녀석이 홀로 남아 나를 기다리고 있다.
두 해전 녀석과 산에 갔을 때 녀석 보는 앞에서 발을 헛딪어 넘어졌는데
그 때부터 내가 조금만 늦게 오면 걱정이 되는 지 녀석이 가지 않고 나 올 동안 기다리고 있다...^^
깃대봉 헬기장에 올라서고...
곧 해가 저물 시간이라 집부터 부지런히 짓기로 한다.
귀바위봉 뒤로 기우는 일몰...
일몰 감상후 본격적인 메인행사 돌입...
북광주 야경...
광주 첨단단지 야경을 바라보며 먹는 삼겹살이 꿀맛이다.
백마표 대형 삼겹살구이판에 고기를 구웠으나 굽는 족족 없어질 정도로..♬
익일 새벽...(05:30)
무등산...
일찍 일어나 일출을 기다리는데 깃대봉에 막혀 일출이 없을 것 같아 부지런히 깃대봉으로 달려가나...
또다시 갓봉이 앞을 막아 일출을 놓치고 만다.
불태산에서 일출을 제대로 맞이하려면 최소한 갓봉은 올라야할 모양이다.
무등산...
진원면과 광주 첨단단지...
갓봉은 시간이 늦어 포기하고 아침 조망이나 즐겨보자.
일박한 헬기장에 우리 텐트가 보인다.
설산 괘일산 뒤로 남원 고리봉과 그 우측으로 동악산 최악산 산그리메가 펼쳐진다.
우로부터 불태봉 천봉 병장산..
방장산을 비롯한 영산기맥 산군들....
텐트 정리후 쉼을 가지며 큰애가 동생한테 무등산을 설명해 주고 있다.
남쪽 저멀리 월출산 그리메가 눈에 들어와 힘껏 당겨보았으나 이미 미세먼지가 올라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왔던 흔적 말끔히 지우고 남서 능선 따라 사방댐으로 하산로를 잡는다.
남서 능선 또한 산불지역이 한참을 이어지고...
진원제...
헬기장에서 30 여 분 내려서니 어느새 출발한 사방댐이다...
어제 출발한 진원제 주차장에 도착하며 오로지 삼겹살 구워먹으러 나선 일박이일 산행을 마친다.
'산에서는 힘들었던 것도 추억이 됨을...
그 게 산의 매력임을 애들이 알아 갔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는 점심을 든 불태산 진원성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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