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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산

순창 복흥 심적산(깃대봉)..산에서 길을 묻다.



'무능기재 조망처에서..'






큰애 이후 자식에 대한 조바심을 어느 정도 털어내었다고 생각했건만

막상 10 년 터울 늦동이들이 수능을 보니 그넘의 몹쓸 조바심이 또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달라진 제도에 가뜩이나 어리벙벙한데 늦동이가 쌍동이라 교통편등 물리적인 애로도 남들의 두배고...

조바심도 털겸 모처럼 낯설은 산길을 아내와 여유롭게 걸음하고자 '깊고 고요한 산'이란 의미인 심적산을 찾는다.







 

대법원 가인연수관 - 사면길 - 견양동 - 문밖골 - 지능선 - 주능선 - 무능기재 -심적산(깃대봉) - 동능선 - 가인연수관 원점회귀산행 /3.76km






▼자료사진 추월산 비박..가을이 저만치 가네~~




두 주전 추월산비박때 조망한 심적산 기암절경이 너무나 멋져 등로를 검색하니 아쉽게도 자료가 없다. 











등산안내도가 없으면 주로 포털 지도를 찾아보는데 다행스럽게도 옛 등로가 남아있다.

참,요즘은 다음 카카오맵이 네이버 지도보다 옛 산길에 대한 자료가 더 풍부하여 주로 이용한다.










심적산 네이버지도...

심지어 네이버 지도에는 수리봉이나 심적산이 나와있지도 않아 가인연수관으로 검색해서 들어가야 한다.









심적산 다음 카카오맵...

등고선을 보니 견양동마을을 기점으로 계곡길과 능선길 중에서

하나를 택해 심적산에 오른 후 가인연수관을 거쳐 원점회귀하는 코스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유실되었거나 확실치 않은 산길은 지도에 일직선으로 표시되는데

견양동마을에서 시작하는 초입 부분이 딱 그래서 일단 가인연수관에서 견양동마을로 내려선 후

등로 상태를 보고, 옛 산길을 택하던지 아니면 파란색 선으로 표시한 추월산 6등로로 걸음하기로 한다.

반나절 거리도 못되는 짧은 산행인데 사설이 긴 이유는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점점 산길이 묵어가는 게 안타까워서다.










가인연수관에서 바라본 김병노 선생의 생가터가 있는 중리마을 뒷산 백방산 투구봉...

“사법 종사자에게 굶어 죽는 것은 영광이다.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명예롭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金炳魯) 선생이 남긴 이 한 귀절로 선생의 인품을 바로 알 수 있다.
















호남정맥길인 심적산 등로...

주차장 한켠에 세워진 조립식 휴게실 뒤 등산로로 심적산(깃대봉)에서 내려설 예정이다.

















가인연수관 쓰레기 분리수거장 뒤로 이어지는 정맥길을 따르면 너른 밭이 나오고... 
















정면에 쉼터용 정자가 보이는 너른 임야 우측으로 희미하게 견양동으로 내림하는 산길이 열려있다.
















산길은 분명하지만 오랜시간 수북하게 낙엽으로 덮혀서 산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묵었다. 

















그래도 간간히 보이는 띠지를 참고하여 15 분 정도 내려서면...









수풀 사이로 제법 규모가 큰 폐가가 보이고...















드디어 가인연수원 표지판이 보인다.


















폐가 아래 외딴집을 지나 시멘트임도를 따라 내려서니...
















우측 산사태취약지역 안내판 주변에 산길 흔적이 보여 이 주변이 옛길 초입임을 바로 알 수 있다.







모바일맵을 가동하여 확인한 후 잠시 갈등에 싸인다.

가인연수관에서 내려서며 우측 암릉을 계속 살펴보니 설혹 산길이 있다고 해도

릿지길이 아니라 바위밑둥을 에둘러 가는 등로가 거의 확실하여 별 의미가 없어 보여서다.

거기에 초입이 임산물을 수확하여 판매하는 농장의 사유지에 있어 쥔장의 눈치도 신경 쓰이고...

















그래 백미터 미인이란 말처럼 때로는 멀리서 보는 게 최선인 때도 있는 법..

서광농장을 나와 바로 앞 이정목에서 문밖골이라 불리는 추월산 6등로로 길을 잡는다.

 













버섯재배지와...















벌목이 한창인 뽕나무밭과 묵밭을 지나니 삼거리가 나오고...
















삼거리에서 산길은 스테인레스 간이 취수탑이 있는 좌측 계곡으로 이어진다.
















잠시 산죽을 헤쳐가면 본격적으로 너덜겅 계곡길로 접어드는데...
















그것도 잠시 산길이 잔너덜길로 바뀌더니 도대체가 발이 땅에 붙질 않는다.














큰 돌 작은 돌 할 것 없이 모두 다 겉돌고 밟는 순간 주루룩 흘러내려 죽을 맛이다.

















어렵사리 잔너덜길을 겨우 벗어났나 했더니 이번에는 급경사 된비알이 기다리고 있다.
















지능선에 붙고...

산길이 어찌나 까칠한지 1km 남짓 오름하는데 거의 10km 쯤 걸음한 것 같다.

지능선이라 아직 조망은 없지만 그래도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기암절벽이 환상이다.















점점 고도를 높혀가니 암릉 최상부에 자리한 멋진 소나무가 시선을 잡아끈다.

능선에 붙은 후 확인하여 보니 무능기재 근처에 있는 암봉으로 탁트인 조망이 압권이었다.































능선까지 이어지는 급경사 된비알 덕에 막판까지 땀깨나 빼었는데 겨우 1.3km라니 아내가 허탈한 모양이다.









무능기재...

옛등로 중 계곡길이 끝나는 안부라 실제는 삼거리로 보면 된다.
















정면 계곡길 아래를 내려다 보니 거의 낭떠러지 직벽 수준이라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호남정맥인 산길은 좌측으로 이어지지만 우측에 지능선에서 보았던 암봉 위 소나무가 보여 가보기로 ...

























옛 능선등로가 있는 암릉에 가려 가인연수관은 보이지 않지만 예상대로 탁트인 조망이 압권이다.










치재산 용추봉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뒤로..

여분산 세자봉 투구봉 회문산으로 이어지는 일명 파르티잔능선이 뚜렷하고...
















오정자재에서 강천산 산성산 광덕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나무 우측에 자리한 오늘 최고의 조망처에 서니 견양동마을이 바로 발 아래다.

















견양동(牽羊洞)마을...

농사 대신 양을 키우며 생활을 하여 견양동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과,

마을을 이룬 박씨가 마을의 지형이 염소 같다 하여 견양동이라 칭했다는 설이 있다.
















화려하지 않아도 부족함이 없는 빛바랜 초겨울 산줄기 그 끝자락에 담양호가 보인다.



























아내 왈 '오늘 산행은 이 조망처 하나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아주 흡족해 한다 '

그렇다 사실 인생 뭐 있나..? 작은 것에 만족하고 그저 건강하고 즐겁게 살면 되지 뭐...!

모처럼 산에서 길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지며 애들 입시에 조바심을 냈던 내자신을 반성해 본다.



















능선 반대편 서쪽 조망처에서 가인봉 백암산 라인을...















산행을 시작한 가인연수관...















심적산 못미쳐 암릉을 따라 올라서는 옛등로 도착점을 견양동정상이라 부르나 보다. 








나무에 묶어진 밧줄이 보이지만 거의 낭떠러지 직벽수준이라 최근엔 이용하지 않을 성 싶다.









심적산(깃대봉)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지명총람'에...

심적산()은 1914년 행정 통폐합 이전에 있었던 대방리 심적 마을에서 따온 이름으로,

산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깊고 고요한 산이라는 의미로 나와있다.







동릉으로 내려서며 가인연수관으로 길을 잡는다.








올해 들어 처음 본 얼음...





















심적산 동릉 또한 암릉이라 탁트인 조망처가 두 군데가 있는 대신

밧줄에 의지해야하는 까칠한 구간도 서너군데 있어 산행 재미가 쏠쏠하다.

















두 번째 조망처에서...
























산행을 시작한 가인연수관으로 내려서며 짧고 강렬했던 산행을 마친다.

아래는 문득 큰애 키우면서 겪었던 일이 떠올라 반성하는 의미로 몇 귀절 되새겨 본다.



☞불태산 야영 - 야경 & 삼겹살에서...




약수터부터 큰재까지 300여 미터는 급경사 오르막길이라 코를 땅에 박 듯 치고 올라가야 한다.

100L짜리 배낭에 기본 장비외에 동생들 식수까지 8 L를 맨 큰아들 넘이 힘든지 가다서다 반복하며 처진다.

아빠가 한창 필요할 아들넘 어릴 때 장기간 해외근무를 하여 미안한 생각이 항상 마음 한켠에 남아있는데...

아들넘이 군입대하여 처음으로 보내온 편지가 문득 생각이 난다. 그 편지 받고 마음이 에려 며칠을 고생했다.





"이렇다 할 자랑거리가 되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편지 말미에 이런 글귀를 쓰더니 원하는 대학에 진학 못해 실망했을 나를 걱정한다.



편지를 읽고난 후 아려오는 죄책감에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마음에 황금같은 학창시절을 자책으로 보냈을 아들을 생각하니....

아들넘 미래를 위한다는 생각에 채찍질하 듯 아들을 독려한 점이 후회되고,

좀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고 강요한 점이 후회되었다.


 

자신감을 심어준다며 시도 때도 없이

'너는 할 수 있다'는 애기를 수없이 되뇌어 부담 주었음을 반성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실상은 아들을 위함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한 나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는 산행을 시작한 가인연수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