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에서...'
야, 이거 참, 갈등 무지 생기네...!
사람이 한번 아프고 나니 영 미덥지가 않은 모양이다.
비록 꽃피는 춘삼월이라지만 낼부터 추워지는데 비가 온다면 이는 곧 눈이 온다는 야그다.
제대로 된 눈산행도 못하고 겨울을 보내는가 싶었는데 반갑게도 마지막 눈소식이 들려온다.
눈도 오겠다 오랜만에 긴걸음을 하고자 덕유영구종주를 나서려는데 눈치 빠른 아내가 선수를 친다.
100대 명산 아니면 먼저 청하는 법이 없는데 느닷없이 내가 선호하는 사람없는 호젓한 오지산행을 하잔다.
어쩌겠는가...? 아직 밥상 받을 날이 많은데 하자는 대로 해야지...
화심저수지-원각사-매봉(용봉)-묵방산-가짜묵방산-응봉산-북동능선-453.2m봉-암릉-화심저수지 원점회귀산행/ 5.82km
화심저수지 끝단 ㅂ건설 선산 주차장에서 오늘은 그동안 내려섰던 원각사를 반대로 들머리 삼아 길을 잡는다.
매봉 오름 암릉 구간이 잔돌이 섞여있어 어제 온 비로 미끄러울 것 같아 내려서는 것보다 조금은 안전한 오름을 택했다.
오늘 산행기 사진에 화살표를 유달리 많이 표시한 이유는 산행 도중 만난 분들이 독도에 익숙하지 않음에도 이정목이
없는 이런 오지로 산행을 와서 고생하는 것을 보고 완주 묵방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올려야 되겠단 생각이 들어서다.
굿을 하나...?
지금은 폐가와 기도터로 변한 묵방산이란 이름의 근원인 묵방마을에는 기도터가 많다.
예전에는 송연묵(松煙墨)이란 먹(墨)을 만드는 마을이란 의미로 묵방(墨房)마을이라 불리웠다는데,
지금은 원각사와 세심암 등 주로 토속신앙을 믿는 기도터로 변하여 이날도 속칭 굿을 하는 행사가 있는지 북적거렸다.
토속신앙 행사가 한창인 세심암...
명패가 없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오룩스웹에 세심암으로 나오는 것이 상당히 오랜된 모양이다.
원각사...
표지석에 불교의 상징 卍字가 없는 것이 이곳 역시 정식 사찰은 아니고 기도도량 같다.
기도터 외에 대부분 폐가인데 능선 등로 들머리 맞은편 집은 인기척은 없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듯 보인다.
원각사에서 좌측 콘크리트 임도로...
녹색천막으로 만든 주차장 뒤 콘크리트임도가 끝나는 우측 산등성이가 능선으로 오름하는 초입이다.
직진하여 임도를 계속 따르면 너덜겅으로 이루어진 계곡길인데 지금은 다니는 이가 없어 완전히 묵었다.
블로그 초창기인 2011년 처음 걸음한 산행기를 찾아보니 그때는 저 계곡길로 내려왔었다.
이 능선도 묵었기는 만찬가진데 그래도 폐안테나와 석탑조망처 사이 암릉 구간에 직등길과 우회길이 같이 있어 선택을
할 수 있다. 지루할 정도로 말이 많은 이유는 최근에 이 산길을 걸음한 산행기를 보았는데 우회길을 못찾고 잔돌이 섞인
암릉을 바로 내려오느라 고생을 했다는 애기와, 비슷한 연유로 개척산행을 한 산행기를 참고하였는지 길이 없는 건너편
능선을 추천하는 대목을 보고, 내고장 전북 산하를 찾아주시는 미답자를 위하여 자세히 설명하기 위함이다.
폐안테나가 있는 바위조망처에서 직진하여 암릉을 직등하기로...
여기서 산길이 두갈래로 갈라지는데 폐안테나 우측 뒤로 돌아가면 암릉을 에둘러 가는 우회길이다.
석탑 조망처 위에서 좌측 산죽사이로 제법 뚜렷하게 갈라지니 하산시에는 우회길을 택함이 안전하다.
석탑(케른)조망처...
묵방마을 원각사와 화심저수지...
내림이 아니라 오름이라 암릉 따라 계속 직등하기로...
눈이 많이 왔는지 진안쪽 산들이 하얗다. 파란색 원은 진안가는 옛길 모래재터널 입구다.
또다른 조망처에서 조망한 오늘 내림할 453.2m봉 암릉구간...
군입대한 막둥이와 작년에 걸음하였을 때는 저 암릉으로 오름하였다.
용봉이라 불리는 매봉...
매봉에서의 조망은 낮은 고도임에도 막힘이 없다.
북쪽 완주 진안의 산군들..
만덕산과 익산 장수간 고속도로..
새만금 고속도로가 여기서 연결되나 보다...
호남정맥길인 완주 임실의 산군들...
점치로 내려서는 암릉...
지금은 많이 댕기셨는지 반질반질해졌지만 오래전 겁도 없이 눈길에 내려갔었다.
헬기장으로 가다가 또다른 조망처에서...
헬기장에서 우측 묵방산으로...
좌틀하여 능선을 따르면 계월마을로 이어진다.
계월마을로 내려서는 능선 뒤로 만덕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만덕산...
전주 고덕산과 경각산...
묵방산...
묵방산에서 내려서는데 한무리 산님들이 씨끌법적 소란스럽게 걸어오더니 우리 일행을 보자 반색을 한다.
화심저수지에서 우리가 내림할 암릉으로 올라왔는데 중간에 길을 놓쳐 생고생을 했더니 방향감각마저 잃었단다.
매봉 방향을 가르쳐 드리고 원각사 내림길은 능선을 고수하되 마지막 암릉에서 산죽 사이 좌측 우회길로 가라,
설명후 혹시 몰라 오름하면서 담은 조망 포인트 사진도 보여주며 참고 하시라 했는데 잘 가셨는지..?
생강꽃...
정상석이 있는 묵방산 정상...
마치 "진짜 묵방산 정상은 저쪽이요" 라고 알려주듯 화살표가 가르키는 듯하다.
그런데 이는 산의 정상을 단지 높이 개념으로만 해석한 것이고 산세 개념으로 보면 이 봉우리가 정상인 듯 싶다.
지도 안내문에서 말하듯이 묵방산 즉 이 봉우리에서 큰 산줄기 세개가 분기되는 중심이기 때문이다.
응봉산으로...
그런데 조금 전 묵방산에서 만난 분들이 응봉산은 다녀왔다고 했는데 사람 발자국 흔적이 없다.
전주 근교산이지만 사람 발길이 뜸한 곳이라 워낙 낙엽이 많이 쌓여서 그러나...?
푹신한 부옆토 낙엽길이 한참을 이어지다 잠시 솔숲을 따르면 하산길로 잡은 453m 능선 삼거리가 우측에 있다.
누군가 빨간 나이론끈과 마스크로 표식을 해놓았다.
전주시가지 조망이 좋은 응봉산...
453m봉에서 주능선을 버리고 우측 지능선으로 갈아타야 화심저수지 앞 ㅂ건설선산으로 바로 내려선다.
갈림길 소나무 여기저기에 빨간색 나일론 끈과 비닐, 플라스틱 물병 등으로 표식을 해놓았구나....
첫 암릉구간이 시작되고...
내림할 이 능선은 경사가 급하지 않는 암릉이 두 군데 있어 제법 산타는 재미가 난다.
낮은 고도임에도 돌출된 바위 능선이라 탁트인 조망이 시원하다.
주변이 켜켜히 산으로 둘러싸였건만 제법 긴 암릉이라 산행 막바지에 눈을 호강시킨다.
첫번째 암릉 끝단에서 아내는 좌측으로 내려서 우회 시키고 나홀로 계속 암릉 따라 내려선다.
어, 그런데 두번째 암릉 끝단에서 내려다 보니 묘역 앞 주차장에 차량이 그대로다.
거리로 보면 묵방산에서 만난 분들이 하산할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 내려오지 않았나 보다...
능선 초입을 화살표로 표시해 보았다.
1년 만임에도 그동안 많이 댕기셨는지 산길이 많이 반질반질해졌다.
ㅂ건설선산...
10여 년 전에 왔을 때 관리인 말로는 순천이 고향인 ㅂ건설 사주 집안 선산이라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다행스럽게 그분들 차량이 없는 것이 묵방산에서 만났던 분들이 무사히 내려오셨나 보다.
한때는 빵 하나로
지리산을 넘나들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느덧 옛 추억이 되었습니다.
한번 아프고 나니 나름 노력을 해도 좀처럼 떨어진 체력이 돌아오지 않는군요.
어쩔 수없이 산행거리를 줄여야 할 때가 온 모양입니다.
겸사겸사
옛추억도 반추할 겸 옛길 위주로
둥글게 걸음하는 환종주 원점회귀를 원칙으로 '전주근교산행'이란
카테고리를 시작했습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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