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산 병풍바위.."
아, 타치 하지 말라고...!
요즘 애들은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몰라도 우리 때는 간섭한다는 의미로 타치(touch)라는 말을 사용했다.
추석 전날 아내만 형님 집에 보내고 산으로 내뺄 준비를 하는데 가는 길에 내려달라며 아내가 어느 산에 가냐고 물어본다.
연석산이란 대답에 몇 번 가본 산임에도 여자들 특성 그대로 기억이 없는지 검색을 하더니 잡산에 와서 개고생 했다는 산행기를 들먹이며 산행지를 바꾸라는 '타치'를 한다.
병원 좀 몇 번 들락거렸다 환자 취급하는 거야 이해를 하지만 모든 것을 갖춘 명산을 잡산 취급하는 게 맘에 들지 않아 제대로 소개차 그냥 가기로 한다.
연동마을-산지당-마당바위-삼거리-사면길-중봉↗↙연석산-원사봉 갈림길-병풍바위-석굴-468m-연동마을 원점회귀산행 / 8km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한 날씨에 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연동마을 주차장이 텅 비웠다...(06:30)
대신 너도 나도 버섯 채취에 나서는 시기라 집중 단속이 시행되는지 불법임산물채취 단속차량들이 여러 대 주차되어 있다.
평소에는 능선으로 길을 잡는데 잔뜩 흐리다 10 시쯤 갠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연석산 핫 플레이스 병풍바위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계곡길로 초입을 잡았다.
임도 끝까지 단속 차량이 들어와 있다.
돌 석(石) 자가 들어간 산답게 계곡을 건너 산길에 진입하자마자 이런 흉악한 돌길이 쭉 이어진다.
잔돌도 아니고 그렇다고 큰 너덜겅도 아닌 발 삐끗하기 좋은 적당한 크기 잡석길이 사면과 계곡길 삼거리까지 이어지기에 초행자는 거부감이 들만하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청정옥수가 흐르는 계곡 풍광과 청아한 물소리 향연이 이 모든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기도터인 산지당 삼거리...
이슬을 잔뜩 머금은 산죽을 뚫고 가야 해서 가지 말까 하다가 딸린 새끼들이 많아서 들가기로...
너덜을 지나 산지당 입구에 들어서면 일반인이 봐도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특별히 믿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경건한 시간을 갖고....
산죽이 가득한 입구까지 돌아가지 않고 돌탑이 여러 개 쌓인 너덜을 치고 올라가는데... 헉, 고수다!
마당바위 진입로 또한 산죽을 헤쳐가야 하지만 10 시나 돼서야 날씨가 좋아진다니까 이것저것 상관하며 시간을 보낼 심산이다.
별 의미는 없고 그저 산악회 점심상 차리기 딱 좋은 넓은 바위라 그런지 산악회 띠지가 여럿 걸려있다.
마당바위에서도 진입로로 돌아가지 않고 상단으로 직등하였다.
올라서는 지점이 중봉과 호남정맥길로 나눠지는 삼거리에서 육산길이 주인 좌측 사면길로...
우측으로 길을 잡으면 조망이 더 좋지만 오늘은 날씨도 그렇고, 사면길이 초반 잠깐은 잔돌너덜길이지만 대체적으로 걷기 편한 육산길이라 사면길을 택했다.
어느덧 중봉이 다 와 감에도 하늘이 열릴 기미가 전혀 없다.
연석산 좌측 봉우리 중봉으로 올라서 100 여미터 거리 연석산을 다녀오기로..
비롯 곰탕 속에 갇혔지만 쑥부쟁이가 한창인 연석산 정상(928m)...
연석산을 운장산 산행 시 그저 거쳐가는 산 정도로 치부하는 분들도 있지만 완주군 최고봉으로 보기엔 평범한 육산 같지만 정상 일대를 거대한 암벽이 둘러싸고 있는 바위산이다.
하늘이 열리길 기다리며 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며 1시간 여 시간을 보내보지만 영 기미가 없다.
대신 척 봐도 산행 대신 버섯채취가 주목적처럼 보이는 분들이 3 명이나 올라와 이런저런 한담을 나누고 중봉으로 다시 길을 잡았다.
대체적으로 길은 뚜렷한데 물기 머금은 이넘의 산죽 때문에 아웃터를 꺼내 입고 진행을 한다.
원사봉 갈림길에서 서쪽 병풍바위 능선 방향으로...
바다게 집게발 형태의 첫 조망바위에 이르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연석산 정상은 구름에 덮인 중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내림할 병풍바위 능선...
병풍바위가 시작되는 상단부에서 방금 전 조망을 즐겼던 집게발 형태 조망바위를 뒤돌아보고...
대부산 사달산 방향...
대부산...
희미하게 형태만 보이는 사달산과 러키산...
연석산을 주로 주능선 반대편 정수궁 마을에서 찾았고 이 방향은 12 년만인데 산죽이 더 무성해져 아예 터널을 이루고 있다.
병풍바위 상단 부분이 시작된다.
병풍바위 중간 너덜겅에서 별 어려움 없이 병풍바위에 오름 할 수 있는데, 아직 날씨도 그렇고 사진 담아줄 사람도 없어 그냥 우회를 하고 아래서 병풍바위 진 면목을 감상하기로 한다.
연석산 최고의 볼거리 병풍바위...
조망바위에서 하늘이 더 열리기 기다리며 커피 한잔 끓이며 시간을 보내보지만 더 이상 날씨가 좋아지지 않는다.
대부산...
문필봉과 사달산이 겹쳐 보여 구별이 용이하지 않다.
명품송...
하산길 중간중간 등장하는 산죽이 조금 거슬리지만 대체적으로 하산로는 뚜렷했다.
조금 까칠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안전설비를 설치하였는데 남는 것 가져가기 뭐하여 억지로 공사를 한 듯 아주 조밀하게 설치하였다.
ㅎㅎ그럼 그렇지 석굴에 공사하고 남은 발판을 2 개 남겨두고 갔구나.
남는 것 여기에다 설치할 것이지....
소나무가 멋진 조망처에서 잠시 남쪽 방향 조망을 즐기려는데 말벌 몇 마리가 윙윙거려 재빨리 자리를 뜬다.
이후 산길은 수시로 산죽밭이 등장하지만 완만한 고저를 유지하다가 삼각점봉을 지나 마지막 묘역에서부터 가파른 경사 사면길이 날머리까지 이어진다.
삼각점봉...
지금은 폐업한 연석산슈퍼에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다 사유지 밭둑을 따라 진입해야 하는 능선 초입...
초입 랜드마크 격인 감나무...
능선 초입을 찾다가 못 찾고 고생했다는 대목을 검색하다 봤다는 아내 애기에 화살표로 진입로를 표시해 보았다.
마을 입구 두 번째 이정목에서...
연석산 슈퍼 길 건너에 연석산 입구 첫 이정목이 있다.
예전 산행기를 찾아보니 2011 년에 같은 코스를 친구와 점심시간 포함하여 4시간 30 분 걸려 걸음 했는데 오늘은 날이 개이길 기다리며 한껏 게으름을 피웠더니 6 시간이나 걸렸다.
하산 후 배터리 절약을 위해 비행기모드로 운행하다 모바일 모드로 전환하였더니, 왜 아직 하산을 안 했냐고 아내의 걱정 어린 문자와 카톡이 10 여 통이 넘더라.
쓸데없이 걱정한다고 핀잔을 주었지만 속으론 아내의 한결같은 이런 '타치'(touch)가 고맙기만 하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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