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골 사태지역에서...'
여름의 생명에너지 빗님이 귀하던 지난 6월 중순 지리산 한신지곡을 다녀왔다.
백세시대라 정년은 숫자놀이에 불과하다는 게 평소지론인데 지리에 들 때는 점점 그 숫자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흘러간 세월 수만큼 체력이 떨어졌나 걸음 하기 편하여 자주 찾던 한신지곡이건만 우골이 이렇게 길고 가팔랐던가 새삼 느껴보는 하루였다.
강골 찬붕성도 은근슬쩍 '여름에는 그만 오세나' 할 정도로 잡목까지 무성하여 까칠함을 더했다.
백무동 - 가내소폭포 - 한신지곡 - 천령폭포 - 합수점 - 우골 - 연하봉 - 연하북릉 - 가내소폭포 - 백무동 원점회귀산행/13.52km
첫나들이폭포에서 쉼을 갖는다...(07:30)
일행 중 형님소리 듣는 분들은 무심히 쉼을 갖지만 동생 되시는 분들은 계곡으로 내려가 폭포를 담느라 분주하다.
가내소폭포 직전 좌틀하여 한신지곡으로 살며시 스며든다.
여름에 들어서는 시기라 그런지 아님 찾는 이가 드믄지 예전에 비해 진입로에 잡목이 무성하더라...
첫 무명폭포에서 우측 철책으로 둘러쳐진 오래된 옛길을 따른다.
예전엔 호기롭게 폭포따라 직등을 하였건만 요즘은 다들 자연스레 철사다리로 길을 잡는다.
단골쉼터 구선폭포 상단에서 커피한잔 하면서 둘러보니 가뭄이 들어그런지 이끼등 양치식물이 눈에 많이 띈다.
완만한 경사의 계곡치곤 크고 작은 폭포가 줄줄이 이어지는 한신지곡....
팔팔 폭포...
여기서부터 북향 소지봉으로 향하던 계곡은 방향을 틀어 동향 장터목으로 향한다.
제법 경사가 있는 암반을 몇 번 치고 오르면 개인적으로 한신지곡에서 가장 맘에 드는 이끼지대다.
이끼지대를 지나 제법 까칠한 경사의 폭포지대를 치고 오르면 한신지곡 최고의 볼거리 천령폭포가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온다.
천령폭포...
천령은 함양의 옛 지명이니 즉 햠양폭포란 의미다.
아침 햇살에 잠이 깬 듯 한줄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몸짓이 마치 폭포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것 같다.
묵빛 통암반 위로 새하얀 물보라가 일고 너른 와폭은 하얀 포말을 연신 토해내며 쉼 없이 이어진다.
통암반 와폭지대...
칠선계곡과 더불어 나름 지리에서 자주 걸음한 한신지곡이건만 올 때마다 새롭고 흥미롭다.
통암반 와폭지대 바로 위 합수부에서 우골로 길을 잡아 연화봉으로 오름 하기로 한다.
한신지곡 우골에 들어서면 전혀 다른 계곡이 펼쳐진다.
계곡의 폭이 좁아지고 경사가 급격히 가파르고 거칠어져 마치 깊은 협곡에 들어선 듯하다.
우골 랜드마크 격인 공깃돌 바위를 우회하면 우골에서 가장 볼만한 실폭지대가 쭉 이어진다.
기대했던 새하얀 왜갓냉이는 지고 없지만 생물이 올라오듯 싱그러운 이끼와 바위취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공간을 공유하는 자연의 조화로운 질서 '나고 살고 죽고...돌아가는 순환'....
상당히 가파른 경사에 바위가 미끄러워 애를 먹는데 그 와중에도 찬붕성은 당귀를 한 움큼 뜯은 모양이다.
당귀...
그러고 보니 오래전 당귀와 두릅 산행을 와서 이쯤에서 연하북릉으로 바로 붙지 않았나 싶다.
물길이 끊기기 전 점심을 들고 바위 아래로 물이 흐르는 건계곡과 실계곡이 번갈아 이어지더니 사태지역이 시작된다.
강한 햇살에 탁한 헤이즈가 걷히고 시야가 터지며 푸르디푸른 하늘이 숲에 내리운다
소지봉 능선 뒤로 덕유능선이 시야에 들어오고, 맨 뒤 좌측 산그리메가 남덕유와 장수서봉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라 그런지 몰라도 헤쳐나가기 힘들 정도로 수목이 무성하여 사태지역은 이미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계곡이 끝나고 연화봉 올라서는 사면 잡목이 걱정스러웠는데 다행스럽게 장터목대피소 전기시설공사를 하면서 인부들이 들락거려 아주 쉽게 올라섰다.
연화봉 능선에 올라서고....
제석봉과 천왕봉....
흐리다는 예보와 달리 시계가 좋아져 제석봉과 천왕봉이 시야에 가깝게 들어온다.
제석봉...
천왕봉....
일출봉....
연하봉...
연하선경...
삼신봉과 촛대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연하평전...
다시 한번 촛대봉과 삼신봉 그리고 연하평전...
반야봉...
소지봉 능선...
내려설 연하북릉...
이정목 좌측 뒤로 돌아가면 연하북릉 초입이다.
연하북릉에 들어서니 안타깝게도 지구온난화로 구상나무가 거의 말라죽어간다.
무성한 산죽을 헤쳐 나올 일이 걱정이었는데 뜻밖에도 산죽이 거의 말라죽어 아주 수월하게 내려선다.
밧줄도 두어 번 잡아보고...
이렇게 나고 살고 늙고 죽고 반복하며 순환하는 게 자연이라 늙음에 들어간 우리네 인생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유난히 연하북릉 하산길이 길기만 하구나.
거의 낙하하듯 한참을 내려선 막판 하산길을 돌아보며 잠시 한담을 나누고...
가내소폭포 앞으로 내려서면서 제도권에 합류하고...
왔던 길 백하여 출발한 백무동으로...
조금 무성해졌다고 힘이 드는 빨치길, 한순간에 말라죽은 산죽, 안타깝게 고사목으로 변해가는 구상나무....
평소 무심했던 풍경이 예사롭지 않음은 이제는 긴 걸음이 부담되는 자기 연민이지 싶지만 단순한 남자라 하산 후 들이키는 탄산음료 한잔이 이 모든 잡념을 한순간에 날려버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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