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지 않은 체력이라 산행지를 정하려니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된다.
한때는 산세불문 거리불문 시간만 맞으면 가고 싶은 곳 내 맘대로 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다 옛날 애기라...
세밑 직전 주말에 긴한 설비 점검이 있어 평일인 금요일에 나 홀로 산행을 나서려는데 마땅한 산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영상의 기온이지만 바래봉에는 눈이 좀 있을 것 같아 길을 나섰다.
허브밸리 주차장 - 운지사 - 임도 - 바래봉 삼거리 ↗↙ 바래봉 - 철쭉군락지 - 팔랑치 - 부운치 삼거리 - 산덕임도 - 용산임도 - 허브밸리 주차장 원점회귀산행 / 13.45km
네비 주소는 '지리산 허브밸리 주차장'...(09:30)
느긋하게 걸음해도 서넛 시간 남짓 걸리는 산지라 점심을 준비하기 애매하여 오다가 국밥 한 그릇 먹고 왔더니 9시간 넘었다.
바래봉 오름길이 너른 임도라 애들을 동반한 분들이 많이 눈에 띈다.
완전무장한 쌍둥이 따님을 동반한 아빠를 보니 예전 쌍둥이들 데리고 종종 산행을 했던 시절이 떠올라 격려차 추월을 하지 않고 운지사까지 뒤를 따랐다.
눈이 없어 운지사 산길을 따르려다 가뜩이나 짧은 걸음이라 조금 더 돌아가는 임도로 길을 잡았다.
당근 안전을 위하여 '눈썰매 금지'를 해야 하지만 허브밸리 내에 대규모 눈썰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거....
고남산...
저 멀리 고남산 능선 너머 뾰족하게 솟아있는 만행봉을 눈에 넣다가 예전에는 이곳 종축장을 가로질러 바래봉으로 오름 했었다는 생각이 난다.
이 일대 철쭉이 참 아름다웠던 기억도 나고....
역시 바래봉이라 간밤에 눈소식아 없었는데 운지사 산길 접속지점인 네 번째 쉼터부터 서서히 상고대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용산제로 바로 내려서는 산길 접속지점 5 쉼터에서 운봉읍 조망이 좋아 잠시 쉴까 하다가 전부 여성분들이라 비집고 들어가기가 뭐 해 그냥 지나치기로...
바래봉 삼거리에 가까워지니 본격적으로 상고대가 시작되며 하얀 눈세상이 펼쳐진다.
영상의 기온에 눈소식도 없어 순백의 설경과 구상나무 눈꽃터널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하얀 설국이 펼쳐져 모처럼 눈이 즐겁다.
바래봉 삼거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무리 가물어도 사시사철 물이 솟구치는 바래봉 샘터...
복원이 이루어진 구상나무 군락지가 시작되고...
바래봉이 지리산국립공원 관리구역이라 백패킹이 금지되어 샘터 근처 이 구상나무 군락지에서 대부분 도둑잠을 자곤 한다.
정상에 오르기 전 바람과 추위가 걱정되는지 아들을 동반한 산님이 정성스레 아들을 챙겨주고 있다.
정상으로 가다가 세상을 뒤덮은 하얀 아름다움에 걸음을 떼지 못하고 순백의 설경을 즐겨본다.
잠시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도 좋으련만...
몰아치는 찬 바람에 아들을 챙겨주는 애틋한 부정을 바라보다, 때론 홀로 아님 짝을 지워 오고 가는 사람들을 잠시 지켜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역시,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답다....
정오 점심 무렵이라 저분을 끝으로 더 이상 사람들이 올라오지 않아 30여 분 이상을 바래봉 정상을 독차지해본다.
바래봉이란 이름은 봉우리 형상이 마치 스님의 밥그릇 '바리때'를 뒤집어 놓은 형태와 비슷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조망을 즐기다 이럴게 아니라 멀지 않은 덕두산이나 댕겨오려고 하였는데 바람이 몰아붙인 눈이 장난이 아니다.
지난주 만복대에서 엉덩이까지 빠지는 눈을 러셀 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나서 바로 포기하고 주변 조망이나 즐기기로 한다.
지난 주말 러셀하느라 개고생을 했던 지리서북능선 맹주 만복대...
대간길 수정봉...
고남산...
삼봉산 금대산 등 남원 산내면과 함양 마천면 일대 산군들...
여기서 조망하니 산내면이란 지명이 산(山) 안(內)에 있는 고을이란 의미임을 대번에 알겠다.
▼바래봉 조망은 다음 블로그 시절인 2021년 겨울에 걸음 했던 ☞ 바래봉 백패킹기를 참고하세요.
지리산 바래봉 백패킹-궁금해서 2...?
한번 아프고 나니 주변에 널린 게 산이라지만 막상 산행지를 정하려면 고민을 하게 된다. 시간만 맞으면 천왕이든 반야든 동네 뒷동산 가듯 내키는 대로 걸음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대신
halflondon.tistory.com
오후 1시 무렵이 되자 다시 사람들이 올라오기 시작하여 그만 하산하기로...
에고고, 그런데 겨우 30여 분 남짓 정상에 머문 것 같은데 그새 눈이 다 녹아,
이랬던 나무가...
이렇게 변했다.
하산은 정령치로 길을 잡아 팔랑치와 부운치 사이 삼거리에서 우틀하여 산덕임도를 따르기로 한다.
철쭉 군락지를 지나는 산길도 사람들 왕래가 잦아 거의 임도 수준이다.
팔랑치...
여원은 옛날 변한과 진한에 쫓기던 마한의 8명 병사 즉 팔랑들이 지키던 수비성터 팔랑치에서 유래되었단다.
팔랑치 위 헬기장....
산덕임도와 용산임도로 갈라지는 삼거리 차단기로 내려서는 산길이 여기서 시작되지만 오늘은 임도를 따르기로 하였으니 패스...
덕천 저수지와 수정봉..
세걸산 이후 서북능선은 간밤에 눈이 엄청나게 왔는지 능선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하얗게 덮여있어...
만복대가 보이지 않아 줌으로 당겨보니 그제사 구별이 간다.
부운치 직전 삼거리에서 우틀하여 산덕임도로 내려선다.
산덕임도 따라 차단기가 있는 삼거리까지 진행하다가 용산리 방향 용산임도로 갈아탄 후 허브벨리 주차장으로 갈 예정이다.
팔랑치 헬기장으로 이어지는 산길 초입이 있는 임도 차단기 지점을 지나...
바로 아래에 있는 임도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길을 잡아야 허브밸리 주차장이 있는 용산리로 갈 수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등장하는 삼거리에서 계속 우측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바로 이어진 삼거리에서 다시 우측으로...
소나무숲이 있는 좌측으로 길을 잡아 농로룰 따라도 되지만 오늘은 임도를 따르기로 하였으니 산길로 길을 잡았다.
산덕 임도와 헤어져 용산리 방향 임도를 따라 벌목지대를 지나면...
바로 인가가 나오고...
마을길을 잠시 따르면 허브밸리다.
아침에 차량을 주차한 허브밸리 위쪽 간이 주차장...
주차장에서 장비를 정리하고 있는데 아침에 보았던 두 쌍둥이 공주님들이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하산 후 반갑데 인사를 한다.
동행한 아빠가 산에서 못 뵈었는데 어디로 오셨길래 이렇게 늦었냐고 묻길래 임도를 따라 조금 돌았다고 설명 후 무사히 귀가하시라 인사를 한 후 헤어졌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 만복대 산행은 눈에 치여 산길 반 임도 반 걸음을 히고, 오늘은 임도가 90% 정도를 차지한 걸음을 하였구나.
앉으면 눕고 싶다더니 이러다 잘못하면 버릇 들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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