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나보다 팔년 연상이며 이남 삼녀 형제중 하나뿐인 나의 형님 별명이다.
평소 말이 없어 영감이 아니며 靈感이 빼어나다는 식으로 예술적 성향이 강해서 영감도 아니다.
오로지 하나 코리타분한 옛날식 사고와 케케묵은 오래된 형식을 중히 여긴다고 해서 생긴 별명 令監이다.
내나이 30살 이전은 아버님 때부터 집안 산소를 벌초해 주시는 분이 계셔서 벌초에 대한 별 어려움 없이
추석을 맞이 하였으나, 그분이 세상을 등진 후 부터는 형님과 나 둘이서 벌초를 직접하게 되었다.
생전에 교류가 있었던 고향분이 아닌 전문 벌초대행업자에게는 집안 산소 벌초를 맡길 수 없다는 형님의
(내가 생각하기에) 아주 이상하고 묘한 조상묘 제대로 모시기 소신으로 직접 벌초를 하게 되었다.
농사를 짓지 않았던 집안 내력상 낫질을 하지 못하였던 두형제는 어쩔 수 없이 예초기를 구매하였다.
지금은 국산화가 완전히 자리 잡아 구매하는 데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 없이 구매할 수 있지만 예초기가
처음 나올 때만 하여도 상당히 고가였다. 당시에는 일제 미쯔비시 제품을 최고의 제품으로 쳐 주었는데
예초기 두대 값이면 효성 오토바이 90cc 한대를 구매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심한 몸치이며 기계치인 형님덕에 예초기 사용과 관리가 나에게 떨어졌다는데 있다.
내가 10분이면 할 일을 형님은 한시간 걸려 헤매니 보는 사람 폭폭해 미칠 것 같아 차라리 직접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한 경우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예초기 사용 고수가 되어 벌초 때는 으례히 예초기는
내 몫으로 떨어진다. 일 복 많은 넘은 이래저래 일에 파묵히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토요일, 전주와 임실에 있는 조상님들 산소를 사촌동생과 함께 벌초를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허나, 다음은 일찍 가신 장인어른 산소 차례다. 애들 외할머니와 같이 생활하는 연유로 장인어른 산소
벌초도 자연스럽게 내 몫으로 돌아온다. 장모님이 옛날 시골에서 깔 베던 시절 생각에 당신의 낭군님
산소를 직접 벌초를 하고 싶어하시는 연유다. 낼 모레면 팔순이신 분이 벌초가 가당치나 될 말인가?
당신이 한다고 하시지만 결국은 내일로 떨어지고...일 복 많은 넘 팔자려니 해야지 속이라도 편하다.
주말에 산에 못가면 한주일 내내 안절부절 못하며 힘없이 지내는 서방님 성향을 아는 옆지기가
토요일 시댁 벌초에 이은 일요일 처가 벌초로 산에 못가는 나에게 미안하였던지
새벽에 일어나서 산책겸 모악산에라도 잠깐 다녀오자고 바람을 불어 넣는다.
모악산 선녀폭포가 오랫만에 보았더니 시원스런 모습으로 반겨준다.
거대한 태풍 볼라벤에 괴산 삼송리 왕소나무가 쓰러져 무척 안타까운 심정이었는데
비교 대상도 되지 않지만 대원사 소나무는 다행이 별피해 없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어느덧 수왕사에 도착하였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내 기분 풀어주려고 하는 옆지기 의도에 맞춰주려고 따라 나선 모악산이라
여기서 그만 하산하기로 하고 뒤돌아 선다.
모처럼 아침 산책을 나와 셀카놀이도 하고...
하산중에도 많은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모악산에 오르고 있다.
전주 무슨 로타리크럽에서는 벤치를 설치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짧은 산책 같은 산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주차장에는 비가 오지만 어느덧 만차다.
등산인구의 증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영양탕 파티를 하기로 한 연유로 동서들도 벌초에 참여하여 수월하게 올해는 벌초를 마친다.
벌초하는 사위들의 정성어린 손길에 옆에서 지켜보는 장모님의 기뻐하시는 모습이 뚜렷하다.
허허~! 이러니 내년에도 내가 벌초를 해야할 모양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영양탕으로 몸보신을 하기로 하고 진안군에 거주하는 세째동서네 집으로 향한다.
어느 집안에나 모임을 서두르는 사람이 있어 모이게 되는데 처가집에서는 큰처형이 그 역활이다.
덕분에 사위들은 영양탕으로 몸보신을 하게되고...
즐거운 수육으로 시작을 하는데...
여기서도 일복많은 사람이 한 분 있다.
평소 손끝이 매워 음식을 잘하고 일을 무서워하지 않는 맏며느리형의 이집 안주인이다.
한쪽에서는 수육파티를 하고 있지만 영양탕을 준비하고 온다고 아직도 주방에 처져있다.
살고 있는 집이 청정지역 진안군 대목재라 해마다 두서너번 처가집 식구들이 여기서 모인다.
음식솜씨가 좋아 김장도 여기서 담아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에 걸쳐 사는 1남 4녀 처가형제들
댁으로 해마다 김장 택배작업을하고, 부지런도 하지만 음식솜씨가 좋아 일복이 많은 형인데
하필이면 사는 집 위치가 웬만한 펜션 저리가라는 명당이라 없는 일복도 생기는 형편이다.
평소 미안함 반 감사함 반으로 지내지만 쑥쓰러워 표현 못한 감사의 인사를 이 지면을 통해 드립니다.
처형덕에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가져봅니다.
올해도 추석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벌초를 해야 하는 의무감에 주말에 비오지 않기를 바라며 노심초사 지내다가
추석맞이 벌초를 연이틀에 걸쳐 마무리하니 거대한 프로젝트보다 더
대단히 중요한 일 을 처리한 듯 홀가분하고 시원합니다.
블친 여러분 추석 잘 보내십시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가을 단촐하게 다녀온 단풍여행. (0) | 2012.11.28 |
---|---|
장조카 결혼하는 날! (0) | 2012.11.03 |
사람사는 이야기가 있는 풍경 (0) | 2012.07.30 |
제주도 생활자연농원 휴애리 단상. (0) | 2011.12.26 |
가을맞이 변산 둘러보기 (0) | 2011.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