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통바위 초입..'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지리에 들기로 한다.
한 때는 산에 못가면 곧 죽을 거 같은 시절도 있었건만 어수선한 주변 여건에 핑계가 갈수록 많아진다.
누구는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비우기 위하여 산에 간다고 하지만 나에겐 그저 여가를 즐기는 일종의 취미이다.
당연히 일상이 평탄해야 산도 생각나고 장엄한 산 그리메가 그리워지니 산꾼 될려면 난 아직 한참 멀었나 보다.
한동안 어수선한 일상을 보내다 문득 모든 걸 잊고 단내가 물신나는 산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생각지도 않은 휴일을 맞아 등짐쟁이에 지리남부능선 산행공지가 뜨길래 두말없이 참가신청을 한다.
그런데 산행 당일 전국 날씨는 멀쩡한데 하필이면 지리산 일대만 비 소식이 있어 산행 의욕은 뚝 떨어지고...
비 오는 날 산행은 한마디로 모 아니면 도라, 멋진 雲海를 만나거나 雲霧에 갇혀 허우적 거리거나 둘 중 하나다.
五里霧中이건 雲海仙景을 접하든 다 자기 복이라...거의 4 개월 만에 새벽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선다.
산행일시:2016년 5월 6일 금요일,비가 그친후 후덥지근한 날씨가 계속되어 운무속을 헤매다 육수깨나 뽑았다.
산행여정:쌍계사→불일평전→불일폭포→상불재→쇠통바위→송정굴→내삼신봉→삼신봉→수곡골→대성주막→의신
산행시간:계획은 의신삼거리에서 대성골로 내려서려고 하였으나 너무 더워 수곡골로 내려왔다.17.7km,11시간 30분.
함께한님:소나무향,본떄,엘킴(광주) 파워(전주) 오랫만에 등짐쟁이 원년 멤버가 함께 하였다.
쌍계사→불일평전→불일폭포→상불재→쇠통바위→송정굴→내삼신봉→삼신봉→수곡골→대성주막→의신
모처럼 찾는 지리산이라 설레였던지 알람도 울리지 않았는데 새벽 세시에 눈이 떠진다.
아내 또한 오랫만에 갖는 새벽 배웅에 이것저것 챙겨주니 마치 소풍가는 나들이 배낭이 되었다.
새벽에 일어나 음식장만 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오늘 계획한 거리가 만만치 않아 묵직한 배낭 무게에 걱정이 앞선다.
완주~광양 고속도로를 달려 의신마을 지리산 역사박물관에 차량을 주차하고 조금 늦게 도착한 광주팀 차량에 편승하여....(06:00)
쌍계사로 이동하여 간밤의 근심도 내려놓고 산행채비를 한 후 산행을 시작한다...(06:30)
어린이날 다음날인 6일을 느닷없이 휴일로 지정한 정부시책에 호응을 하는 차원인지
고속도로 톨비로 무료더만 쌍계사도 문화재관람료 없이 무료통과 공짜라 기분이 좋아진다.~~♬
쌍계사는 자주 찾은 사찰이라 대충 둘러보고 불일폭포로 바로 길을 잡는다.
불일폭포까지는 관광객을 위한 常時開放 등로라 너른 고속도로 처럼 아주 잘 닦아 놓았다.
환학대(喚鶴臺)...(07:10)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청학동을 찾아 다닐때 학을 불러 타고 다녔다는 바위다.
마족대(馬足臺)...
임진왜란때 원군온 이여송 장군이 지리산을 오를 때 말발굽 자국이 바위에 새겨졌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불일평전...(07:25)
1970년대 말까지 농가가 있었고 80년대는 야영장으로 이용하였다고 한다.
봉명산장이라 불렸던 토담집이 지금도 남아 있고 휴게소 겸 불일탐방지원센타가 있다.
봉명산장...
불일폭포 삼거리...(07:40)
등로에서 300여 미터 비켜서 있는 불일폭포에 다녀오기로 한다.
불일암...(07:45)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수도하다 입적한 암자라 한다.
불일폭포..
높이가 60m인 이단 폭포로 보조국사 지눌의 시호인'불일보조'에서 이름을 얻었다.
아침까지 내린 비로 수량이 풍부하여 웅장한 멋이 난다.
이 후 상불재까지는 사면을 따라 완만한 등로가 이어지다 이 다리를 건너면서 경사 급한 산길이 시작된다...(08:50)
상불재...(09:40)
모를 기대했거만 오늘 산행은 도가 될 모양이다.
상불재에 올라서니 운해는 고사하고 운무에 갇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비는 진즉에 그쳐 좋았으나 대신 습도가 높아 찐득찐득한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물도 거의 마시지 않는 체질에 웬만해선 땀을 흘리지 않는 소나무향 형님도 육수를 흘릴 정도로 후덥지근하다.
능선을 따르른데도 운무에 갇히다 보니 사방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리주능선 조망길을 걸음하면서 조망없이 바로 코앞만 보고 가려니 힘이 빠져
운무가 걷히길 기다릴 겸 독바위 초입이 있는 1301m봉에서 이른 점심상을 차린다.
하동독바위가 바로 코앞인데도 조망이 없다보니 급 의욕상실이라 그냥 패스하기로 한다.
남부능선 제일의 볼거리 쇠통바위...(11:30)
운무가 걷히길 기다리며 느릿하게 걸음하여 쇠통바위에 도착했건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野說에 의하면 쇠통바위 파여진 S자 홈에 열쇠를 찾아 열면 천지 개벽하여 청학동 문이 열린다 한다.
신라말 최치원 선생도 학을 타고 청학동을 찾아 헤맸다고 하니 그 시절에 자물통이 있을 리 만무 하고
고단한 현실을 잊고 신선이 거주하는 낙원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일종의 현실도피성 설화가 아닐까 싶다.
뽀족한 형태의 저 바위를 우측 암반 위에서 바라보면 영락없이 옛날 대가집 곳간에
채워놓는 검은색 자물통 모양으로 보이는데 조망이 없다 보니 올라가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다.
송정굴...(12:08)
임진왜란 당시 문신 송정 하수일 선생이 왜적을 피해 기거하였다는 굴이다.
후덥지근한 기후에 날이 너무 덥다 보니 땀으로 거의 목욕을 하다시피 젖었는데,
바위면에 습한 물방울이 맺혀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송정굴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니 이제야 살 것 같다.
내삼신봉...(12:25)
삼신봉중 고도가 제일 높은 봉우리를 뜻하는 듯 정상석에 특이하게 정수리 頂자를 넣었다.
삼신봉...(12:50)
지리산 주능선 전망대 구실 뿐 아니라 멀리 탁트인 남해의 전경까지 보이는 봉우리인데 오늘은 모든 게 꽝~~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에 한참을 쉬며 조망이 터지길 기다려 보지만 개뿔~~
자빠진골 들머리이기도 한 한벗샘 삼거리...(14:25)
원래는 의신삼거리까지 걸음하여 대성골로 내려서는 22km짜리 코스를 계획하였으나
조망없는 산길에 후덥지근한 더위로 땀으로 목욕을 하다 보니 점점 지쳐가 수곡골로 바로 내려가기로 한다.
여전히 힘이 넘치는 본때님은 자빠진골 한벗샘 상태를 보러 산죽을 헤치고 잠시 다녀온다.
일부러 다녀올 일이 없을 텐데도 땀을 뻘뻘 흘리며 내려갔다 오는 폼이 곧 이 근처로 박짐 매고 올 기세다.
단천지능 갈림길...(14:40)
한벗샘 삼거리에서 50m쯤 직진을 하면 왼쪽 산죽사이로 수곡골 들머리가 열려있다.
키를 훌쩍 넘는 산죽을 헤치고 200m 쯤 내려오면 단천독바위로 이어지는 단천지능 갈림길에 닿고,
오른쪽 직진길을 따라 실질적인 수곡골에 들어서 급격하게 내림하는 계곡길을 40여분 내려서면 양진암이다.
외인의 출입을 금하는 은둔의 암자 양진암...(15:25)
잠시 계곡을 따라 내려서다 계곡을 옆에 끼고 사면길로 쭉 내려선다.
마지막 배낭털이...(16:00)
운무가 걷히길 기다리며 점심을 너무 일찍 먹었더니 허기가 진다.
수곡폭포 전 계곡 옆에서 어묵탕에 라면을 끓였는데 꿀맛이 따로 없다.
수곡폭포...(17:00)
대성골...(17:15)
대성주막...
여전히 더워 원통암에서 석간수로 목 좀 축이고...
서산대사가 출가한 또 다른 원통암(圓通庵)은 의신마을 위 원통골에 있다.
날씨가 덥다 보니 대성주막에서 의신마을까지 걸어오는 게 만만치 않다.
땀으로 범벅을 한 후 들이키는 이온음료 한 캔...지금 이 순간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차량을 주차해논 지리산 역사박물관에서 하루종일 운무에 갇혀 더위와 씨름한 산행을 마친다...(18:00)
그래도 오랫만에 지리에 들어 입에 단내나게 걸음하는 동안은 복잡했던 일상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비우기 위하여 산에 간다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도 같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더워서...오랫만이라...
나이 들어가며 몸이 쇠하지 않으면 그것도 詐欺라지만
자기관리 부실로 불어난 체중 땜에 산행내내 힘들어 고생을 하였다.
근데 워낙 느긋한 형이라 정신을 차릴런지...?
지도는 수량이 많아 산행중 제일 인상 깊었던 불일폭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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