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두지맥 심설을 헤치고...'
하도(자주) 들어서 지금은 일상언어로 자리잡은 지구온난화 영향인지 올해는 유난히 지리산에 눈이 귀하다.
지리로 눈산행을 갔다가 연거푸 실망을 한 후 일기예보를 주시하며 기회를 보는데 주말에 지리산에 폭설이 온단다.
문제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한파나 폭설경보가 내리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산문부터 닫고 보는 스타일이라는 데 있다.
산문도 닫히고 심설예보에 어디로 갈까 한참을 고심하다 안전문제도 있고 하여 자주 찾아 익숙한 만복대를 걸음하기로 한다.
상위→산동장길→묘봉치→헬기장→만복대→견두지맥→오강바위→월계재→왼골→산동저수지→상위 원점회귀행/11.73km
산동면 위안리 상위마을회관...(07:50)
혹한이 예보된 날씨지만 염화칼슘을 뿌려놓은 고속도로는 비가 내린듯 녹아있어
조금 빨리 갈 욕심에 오수에서 남원 가는 17번 국도로 접어들었더니 아뿔사 쌓인 눈이 그대로다.
길가에 처박힌 차도 보이고...미끄러운 도로를 기어가듯 애마을 몰아 남원에 도착, 광주팀 차에 동승하여
미끄러운 국도 대신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상위마을에 도착 산행채비를 단단히 한 후 묘봉치로 길을 잡는다.
안내도를 보니 상위마을에서 만복대까지는 5.2km 거리에 3시간 반 남짓 걸리는 걸로 나온다.
마을을 지나 계곡을 건너 산행로에 들어서니 쌓인 눈은 발등을 덮을 정도지만
중간중간 바람이 쓸어 모아놓은 곳은 종아리까지 올라와 눈산행에 대한 기대를 하게된다.
산수유군락...
두번째 계곡을 건널 때까지 산행로 좌우로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어느덧 계곡에 들어선지 1시간여가 흐르니 발걸음이 점점 더디어진다.
이런저런 이유로 근래들어 부쩍 불어난 체중에 일행들 걸음 맞추기가 힘들어진다.
나름대로 천천히 걷는데도 처지는 내가 안되어 보였던지 찬붕성이 커피한잔 끓여먹고 가잔다.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라는 동요에도 나오듯 규칙적인 활동이 중요함에도.
이런저런 세상사에 간간히 폭음과 폭식을 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신체리듬이 완전히 맛이 간 모양이다.
힘차게 앞서가는 일행들 뒷모습을 보며 반성을 해보지만 샤프했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런지 자신이 없다.
이정목을 보니 묘봉치까지 반절 정도 왔나본데 내리던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블친 불방개 산행기를 보니 어제 많은 산객들이 걸음한 것 같은데 간밤에 내린 신설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듯 비록 내리는 눈발에 조망은 없지만 고도를 높히니
환상적인 눈꽃세상이 펼쳐져 일행들 발걸음을 붙잡는 통에 가뿐 숨을 가다듬을 시간을 번다.^^
급한 경사의 지그재그 등로가 시작되면서부터는 한마디로 눈세상이다.
탄성이 절로나는 눈꽃 선경에 새벽에 집을 나서며 혹한에 조금은 망설였던 자신을 자책해 본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나 함께 하여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 목책 계단이 보이면 묘봉치가 1km 정도 남았고 빡센 된비알 등로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눈이 겁나게 오는데 뭐하느라 안온다냐...?
묘봉치까지 단번에 오름하기가 버거우니 한번 더 쉬워가시게요...알써,경치도 좋은데 그러자구~~^^
묘봉치 직전 조망처...
평소 같으면 단번에 오름할 묘봉치를 세번이나 쉬다보니 2시간 반이나 걸렸다.
새로 내린 눈에 덮혀 어제 걸음한 산객들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능선이라 바람도 제법 거세게 불고 눈발이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여기부터 아이젠을 착용했다.
주능선이라 다져져 걸음하기는 수월하지만 훤하게 들어나는 특성상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매서운 바람이 잦아드는 능선 아래 한켠에 타프를 치고 점심상을 차렸다.
바람은 없는데 진눈깨비가 날리듯 잔설이 날리는 바람에 손이 시려워 점심먹는 내내 버너에 손을 쬐어야만 했다.
점심은 먹고 오후시간에 접어들어도 눈발이 멈출 줄 모른다.
노고단과 종석대 그리고 작은고리봉에서 뻗어오는 서북능선이 멋지게 조망되는 곳인데 오늘은 꽝이다.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는 만복대...(13:00)
만복대에서 바라보는 주능선의 파노라마가 정말 일품인데 조금 아쉽다.
세찬 눈보라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서둘러 인증샷을 담으며 또 하나의 지리산 추억을 남기는 걸로 만족하기로...
조망대신 눈꽃이라 자족하며 역시 발길흔적 없는 정령치로 길을 잡는데 처음으로 산객 두분이 올라온다.
이분들 포함하여 이날 총 다섯 산객들을 만났는데 우리가 한발 먼저 선등하는 입장이라 결론은 하루종일 러셀산행을 하였다.
잠시 서북능선을 10여분 따르다...
견두지맥길로 진입...(13:10)
견두지맥에 들어서니 북서방향이라 눈이 무릎 위까지 쌓여있다.
어제 걸음한 블방개 산행기를 보니 여럿 팀이 보이던데 심설에 덮혀 걸음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하산 때까지 하루종일 심설을 뚫고 러셀을 해야했다는 거...
요강바위를 지나도 심설은 여전하고...
오늘 선두에 선 자연이 러셀하느라 하루종일 힘깨나 쓴다.
월계재에서 좌틀하여 왼골로...(14:15)
직진길은 형제봉으로 이어지고 우틀하면 선유폭포로 내려선다.
상위마을로 내려서는 왼골 또한 심설에 덮히기는 마찬가지라 헤쳐가는라 힘깨나 빼야 했다.
이후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보이지 않는 이런 무흔답설 너덜겅을 헤치고 내려가...
뜬금없는 철망 바리케트도 지나고...
등로 앞을 막아서는 계곡도 서너번 건너 조림지역을 통과하니...
산동저수지 옆 임도에 당도하고...
석산골 초입을 지나...
월계마을을 거쳐 도로를 따라 상위마을로 향하면서 오늘 산행을 마친다...(16:00)
항상 그렇듯 산을 내려오면 그제서야 눈이 그치고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는 산행을 시작한 상위마을을 남깁니다.
'한국의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계쉼터-군막터-만복대골-만복대-절골...짧은 걸음 큰 기쁨~~! (0) | 2017.02.26 |
---|---|
지리산 세동치 비박 (0) | 2017.02.13 |
무등산 일출 - 2017년 始山..! (0) | 2017.01.05 |
지리산 함양독바위 공개바위 - 2016년 終山...! (0) | 2016.12.28 |
지리산 삼정산 비박 - 바람불어 혼난날..^^ (0) | 2016.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