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나무성림지에서...'
주말이면 어김없이 새벽에 눈이 떠졌는데 피곤했던지 일어나니 해가 벌써 중천이다.
그래도 산에는 가야겠기에 간단히 요기거리를 챙겨 집을 나서니 벌써 점심때가 다 되었다.
제대로된 산행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어 모악산이나 갈까 하였으나 북적대는 소란함에 내키지가 않는다.
대신 근처 호젓한 야산을 물색하다가 평소 궁금했던 완주군 은내봉 명품숲길을 걸음하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원래는 빨간색 원으로 표시한 만덕산에서 묵방산 사이 기린지맥에서 약간 비켜서있는 451.8m 봉을 은내봉이라고 하나,
오늘 찾아본 은내봉은 강송과 백합나무 명품숲길이 있는 신촌리 542봉으로 완주군 산행지도에 파란색 원으로 표시해 보았다.
명품숲길입구-명품숲길종합안내도-강송시험지(2코스) 좌능선길(3코스)-은내봉-우능선길-백합나무성림지-계곡길(1코스)-명품숲길종합안내도-명품숲길입구 / 3.1km
오룩스맵 궤적을 보면 계곡을 가운데 두고 좌측 능선으로 오름하여 은내봉에서 우측 능선으로 내려선 걸 알 수 있다.
또한 계곡과 능선 등고선 모두 조밀함은 거리는 짧아도 등로가 상당히 깊고 거친 된비알이라 운동량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소양 화심에서 순두부찌개로 점심을 해결하고 진안가는 구 모래재로 접어든 후
다시 웅진전적비 이정표 따라 곰티재로 진행하다 삼중리 삼중교에서 좌회전하여 다리를 건넌다.
네비주소는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 42 또는 삼중길 38,
삼중교에서 조망한 만덕산...
삼중마을복지회관...
명품숲길입구...
삼중마을을 지나 300여 미터 임도를 따르면 우측으로 명품길 이정목이 보인다.
우리는 근처 교차차량 대기장소에 주차를 하였지만 삼중마을복지회관에 주차함이 적당할 듯 보인다.
이 좁은 임도를 따라 쭉 들어가면 철준사슴목장 지나 끝단에 오래전에 폐광된 상당한 규모의 광산건물이 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거나~~(13:40)
사람들이 찾지 않은 듯 등로는 묵었지만 명품숲길답게 나무에 대한 설명판을 일일이 붙여놓았다.
여기저기 설치된 설명판을 보니 1970년도에 도청에서 시험림을 조성하고, 90년대에 산림환경연구소에서
실태조사에 돌입한 후, 최근에 지자체에서 조림지 좌우능선에 산길을 내어 명품숲길이란 산행로를 개설한 모양이다.
그만 꾸물대고 어여 오시오...이러다 해 넘어가겠소~~
앞장서 걷는 아내의 폼새를 보니 오랫만에 갖는 산행이 즐거운 모양이다.
특히 사람다닌 흔적이 거의 없는 호젓한 진초록 숲길이 무척 마음에 드는지 활기롭다..
덩달아 나도 상당히 무더운 날씨임에도 싱그러움이 가득한 산길을 걸음하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명품숲길안내도가 있는 삼나무숲 입구..
안내도와 이정목을 보니 이 곳 삼나무 조림지에서 강송시험지와 명품숲길(백합나무성림지)로 갈라진다.
비록 약식이지만 봉우리와 계곡을 등고선을 이용하여 그려넣고 거리까지 첨부하여 한눈에 알 수 있게 해놓았다.
3km 내외 짧은거리라 이 안내도대로만 걸음하면 쉽게 원점회귀 할 수 있겠는데 어이해서 산행로가 없다는지 모를일이다.
이 명품숲길을 선답한 분들의 산행기를 보면 한결같이 뚜렷한 산길이 없어 막연하게 능선 따라 한바퀴 돌다
적당한 곳에서 사면을 치고 임도로 내려서거나 잡목을 헤치고 계곡을 타고 내려왔다는 애기가 대부분이라 의아했었다.
내 기억으론 처음 이 명품숲길을 인터넷에 소개한 이 지역에서 농장을 하는 분 산행기도 마찬가지라 기회되면 찾아보고 싶었다.
어느 포스팅에는 아예 강송시험지 자체가 없다는 애기도 있어 호기심을 더 자극했다.
이 정도 규모 산행로를 조성하는 경우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텐데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보기엔 이 안내도 따라 진행하면 쉽게 은내봉을 답사할 수 잇을 것 같은데 등로가 없다니 참으로 모를 일이다.
일단 초입을 명품숲길 대신 좌측 강송시험지로 잡아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빙 둘러보기로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은내봉을 찾은 선답자들 산행기를 읽다보니 몇 가지 공통점이 있더라...
등로가 불확실하니 잡목 많은 여름에는 찾지말라는 당부 말씀과 묘하게도 강송시험지를 전부 못 봤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도를 보니 은내봉 능선과 전혀 다른 계곡 건너 호남정맥까지 진행을 하다 중간에 폐광 근처 임도로 내려왔다는 점이다.
비박하기 좋은 테크가 있는 전나무숲...
그럼 답은 나왔네...! 아예 처음부터 강송시험지를 초입으로 잡아 은내봉을 오름하면 되겠고,
두 번째는 가을이나 봄에 산을 찾으면 길이 희미해질 경우 나무가 성기어 산짐승이 다닌 길로 빠지기 싶지만,
오히려 한여름 숲이 울창할 경우에는 그럴 일이 절대로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이 적기다 싶어 오늘 찾아보기로 하였다.
강송시험지 가는 2코스 시작점 전나무테크....
2코스 강송시험지를 거쳐 3코스 따라 은내봉을 올랐다가 1코스 백합나무성림지로 내려오기로 코스를 정했다.
계곡 건너기 전 우측으로 희미하게 산길이 보이는데 나중에 이 쪽으로 하산을 하였다.
전나무숲 작은 계곡을 건너 침목계단을 오르며 본격적으로 2코스가 시작된다.
안내도 그림대로 산 중턱을 가로 지르는 허리길이다.최근엔 찾는 사람이 없는지 많이 묵었지만 목책 안전시설을 잘 갖춰놓았다.
허리길 좌측으로 소음이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한무리 모터싸이클 무리가 모래재를 넘어가고 있다.
학창시절 양의 곱창처럼 꼬불꼬불한 모래재 고갯길을 검은 매연을 잔뜩 뿜어내는, 굴러다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낡은 직행버스를
곡예하 듯 능숙하게 운전하는 기사님 솜씨에 감탄하며, 한편으론 가슴졸이며 바라봤던 까마득한 절벽 건너 이름모를 산줄기가 여기로구나.
아내와 도란도란 옛추억에 잠겨 이런저런 애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강송이 보이기 시작한다.
10여분 걸음한 것 같은데 강송시험지에 도착한 것이 안내도대로 약 700미터 거리가 맞은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다 뭐시다냐...?
긴
역시 인가 근처 야산 산행로가 다 그렇듯이 명품숲길도 조상묘역을 찾아보는 성묘길을 기초로 조성했구나...
쉼터에서 잠시 쉼을 갖고 이정목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860미터 거리 은내봉으로 길을 잡았다.
이정목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강송숲에 들어서니 잡목과 잡풀이 우거져 산길이 있을까 싶지만...
예상대로 소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잡목이 성긴 부분이 쭉 이어져 이정목이 정확하게 안내함을 알 수 있다.
여름이 아닌 가을이나 겨울에 오면 잡목이 쇠락하여 소나무 사이 걷기 편한 곳으로 가게되어 오히려 길을 놓치기 쉬울 것이다.
숲을 헤치고 가다보니 띠지가 두 개 이상 매어져 있는 강송 따라 산길이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송시험지를 자주 찾는 관계자 분들 아니면 성묘객이 조상묘역 쉽게 찾아가려고 매단 표식이 아닐까 쉽다.
10 분 정도 잡목을 헤치고 진행하니 갑자기 강송 사이로 하늘이 보이면서 능선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데....
좀 더 뚜렸해진 산길이 직진 능선 방향이 아닌 좌측으로 이어져 확실히 성묘길 따라 산행로가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잠깐사이 파묘한 흔적이 있는 지능선에 닿고 이 후부터 능선따라 룰루랄라~~♬
이 후 산길은 좌우로 깊은 계곡을 거느린 지능선 따라 은내봉까지 쭉 이어져 별 어려움 없이 진행을 한다.
능선 좌우로 잡목이 가려 시원한 조망도 없고 경사가 급하고 거칠지만 울창한 숲길 사이로 호젓하게 걸음하기 좋은 등로다.
파묘한 흔적이 여럿 보이는 첫 봉우리...
그런데 찾는 이가 적어 희미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급경사 된비알 등로라 운동량이 상당히 요구된다..
여기서부터 성묘길은 끝나고 인위적으로 벌목을 하여 조성한 산행로가 시작되는데 사람들이 찾지 않은 듯 잡풀이 많이 우거졌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계곡 건너 호남점맥이 보인다.
걸음하는 지능선이 평행선을 그리듯 모래재에서 곰티재로 이어지는 호남정맥과 같은 방향이다.
우측으론 울창한 수풀사이로 곰티재로 이어지는 옛길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지를 방불케하는 울창한 숲에 호젓한 등로라 좋았지만 아쉬운 점은 시원한 조망처가 전무하다는데 있다.
오늘 거의 유일한 조망도 나무 사이로 보이는 중앙 금남정맥 뒤 되싷봉 귀뚤봉, 그 뒤로 위봉산 서래봉 마루금이 유일하였다.
소양의 산군들..
집에서 가까워 오래전에 아내와 함께 밥 먹듯이 다닌 산군이라 눈에 선한데 걸음한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어,그런데 거리상 은내봉으로 짐작되는 정면 봉우리 오름길이 급경사 된비알이라
바위 우측으로 에둘러 올라서니 백합성림지쪽에서 올라오는 은내봉 우측 능선으로 붙는다.
은내봉이 정면에서 약간 좌측으로 보여 혹시나 하여 좌측으로 산길이 있나 자세히 살펴봤는데 없다.
위에서 바라본 사진...우측에서 올라섰다.
은내봉 직전 100미터 아래에서 좌우 능선이 합쳐져 능선을 이루며 은내봉 정상으로 향한다.
은내봉 정상은 상당한 급경사 바위길에 무성한 그늘사초가 덮혀 힘은 들지만 상당히 운치가 있었다.
이정목이 자리한 은내봉 정상...
그런데 이정목 방향이 이상하다...?
분명히 강송시험지에서 올라왔건만 이정목은 엉둥하게 동쪽방향을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정상 직전에 좌측을 자세히 살펴봤건만 그저 급경사 낭떠러지라 산길이 있을 턱이 없었건만....
띠지가 걸려있는 남쪽 능선은 신촌리로 내려가는 방향이고...
이정목 뒤 신촌리 방향에서 조망한 만덕산...
당겨본 미륵암...
동물 코 형태의 참나무 밑둥....
호기심에 이정목이 가리키는 급경사길을 내려가보니 엉뚱하게 건너편 호남정맥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혹시나 하고 좌측능선으로 길 흔적이 보이는지 살펴봐도 동물이 다닌 흔적조차 없어 누구나 직진 능선을 따르게 될 것 같다.
이제사 산길이 없다는 모든 궁금증이 풀렸지만 이정목 하나 잘 못세워 이 멋진 명품숲길이 사장된 것 같아 너무 황당하고 씁씁하다.
왔넌 길 백하여 백합나무성림지로...
정상 100미터 아래 능선 삼거리...
후답자를 위하여 띠지라도 매달아 표시를 하고 싶지만 체력이 떨어져 산우들 보폭도 맞추기 힘들어 하는 주제에
띠지 매느라 지체할 시간이 없어 오래전에 그만둔 덕에 강송시험지 방향 참나무에 돌무더기 몇 개 쌓아 표시를 해두었다.
이 후 하산길은 능선 따라 쭉 이어지는데 경사가 급하여 올라오면은 상당히 힘이 들겠다.
무명봉 하나 지나고...
사람다닌 흔적이 전혀 없고 잔돌에 낙엽이 깊게 깔려 조금은 미끄러운 급경사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은내봉 500미터라는 이정목이 나오고 우틀하여 200미터 거리의 백합나무성림지로...
백합나무성림지 가는 길은 산행로라기 보다는 사면 중턱에 희미하게 동물다닌 흔적으로 보인다.
감각은 저 아래에 테크와 계단길이 있다고 알려주지만...
웬지모르게 희미한 산길이 어디로 이어지나 궁금하여 계속 진행하게 된다.
와,대박이다...!
백합나무 뿐만 아니라 전나무 삼나무 등 10여 수종이 조림된 숲에 이른다.
이런 명품숲길이 이정목 하나 때문에 확연한 산길이 없어 사람 개고생시키는 산으로 소문이 났으니 정말 황당하고 안타깝다.
간벌 흔적을 따르다...
계곡 옆 희미한 산길로 하산...
아마 3코스 옆 계곡길인 듯...
오전에 오름한 2코스 시작 계단길...
전나무테크...
명품숲길 종합안내도...
산행을 시작한 명품숲길입구에서 오늘 산행을 마친다.
겨우 3km 내외 산행을 했으면서 지루할 정도로 길게 기술한 것은
짧은 거리에 비하여 상당히 운동도 되고 호젓한 숲길에 울창한 수풀이 아주 좋았다는 생각에
많은 분들이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는 산행들머리가 있는 삼중마을을 납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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