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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산

세석-영신봉-촛대봉-연하봉-장터목...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강풍이 몰아치던 영신봉에서..'






객지생활 덕에 생활패턴에 변화가 있어서 그런지 근래 들어서 몸상태가 요동을 치듯 변화무쌍하다.

알맞은 섭생에 적절한 운동이 필수인 50대 후반 나이에 삶의 터전과 생활방식 시계추가 바뀐 영향인가 보다.

그래도 이헤가 가기전 숨가쁘게 내달리던 지리종주의 멋을 포기한 지는 오래지만 또다른 지리의 너른 품을 느껴보고 싶다.

白雪이 휘날리는 寒風속에 세석평전에서 장터목 백색 주능선길을 걸음하길 꿈꿔보며 세밑 한파경보가 내려진 지리로 달려간다.








백무동 - 세석평전 ↗↙ 영신봉 왕복 - 촛대봉 - 삼신봉 - 연하봉 - 장터목대피소 - 소지봉 - 참샘- 하동바위 - 백무동 원점회귀산행 / 18.2km(적색 외곽선이 걸음한 궤적)








첫나들이폭포에 못보던 전망테크가 들어섰다...(07:20)

지리산행치고는 늦은 시간인 7 시가 다 되어 백무동에 도착하였는데 차량 두대만 덩그런히 주차되어있다. 

올 들어 최강한파라는 예보대로 어찌나 춥던지 그 두대마저 시동을 켜놓고 차량에서 해가 뜨길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기대한 눈은 보이지 않지만 상고대라도 보려고 출발하였는데 너무 추워 첫 나들이폭포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뛰다시피 걸어야 했다.

















가내소폭포...

자주 찾은 산길이기도 하고 한파에 손이 곱아 사진기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달리듯이 걸었는데

폭포 자체보다 짙푸르름을 잃어가는 소 모습에 하루가 다르게 나이들어가는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카메라를 꺼내든다.



























눈은 귀하지만 계곡과 능선에 불어대는 차가운 바람은 계곡을 얼어붙게 하였다.




















오층폭포 앞 등로로 바위가 굴러내려 그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전망테크로 내려서서 우회를 한다.



















오층폭포부터는 완전히 빙폭으로 변했다.


























정신없이 달리듯이 걸었더니 촛대봉골에 이르자 몸에 제법 훈기가 돈다.

본격적으로 오름길이 시작되기 전 바람을 피해 계곡 한켠에서 커피한잔 하고 가기로...



 
























본격적으로 된비알이 시작되는 무명폭이 완전히 빙폭이 되었다,

다행히 하늘은 푸른빛을 찾아가는데 능선 위 세찬 바람소리는 영혼을 쥐어짜는 호곡성처럼 아우성이다.


























세석을 700미터 남겨놓은 된비알 구간에 접어들자 상고대가 반긴다.

추위를 잊고자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한 영향인지 다리가 저려오지만 올해 처음 접하는 상고대에 환한 미소가 절로 어린다.


























떡밥 같은 눈꽃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최강한파를 무릅쓰고 찾았는데....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구나.


































다행스럽게 세석에 올라서니 안부라 그런지 바람이 잦아들어 영신봉에 다녀와 점심을 들기로 한다.

























그런데 세석대피소를 지날 때까지는 잠잠하던 바람이...


































영신봉에 올라서니 요동을 치듯 강하게 불어대어 몸을 가누지를 못할 정도다.



























반야봉...

그래도 조망하나는 참 끝내주느구나...
















촛대봉....

















제석봉과 천왕봉은 구름모자를 쓰고 있다.










다시 세석평전...























김치찌게와 장어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힘차게 촛대봉으로 발길을 내딛지만...









뒤돌아본 영신봉과 세석대피소..


















강한 바람이 불어대는 촛대봉....

















촛대봉에서 천왕봉을 조망하니 통신골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두해전 가을에 경험하고 겨울통신골은 어떨가?궁금하였는데 막상 보니 언감생심이다.










도장골...

















촛대봉에서 5분여 찬붕성과 주변 조망을 즐기는데 잠깐사이 한기가 파고든다.

올들어 최강 한파답게 춥기는 정말 추워 잠시 서있으면 금새 체온이 식어 한기가 느껴진다.

찬붕성을 이 뒷모습 이후 장터목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보지 못하였는데 매서운 한파에 잠시 서있기도 힘들어서다.


















삼신봉에서 뒤돌아본 촛대봉과...









영신봉에서 반야봉까지 지리주능선...

한때는 당일종주로 하루만에 내달리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먼 옛날 애기다.










연하북릉을 가운데 두고 한신지계곡...




























까칠한 바윗길인 삼신봉 구간에 들어서니...



















벌써 저만치 앞서 내빼고 있는 찬붕성이 시야에 들어온다.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건각이라 늘 뒤꼭지를 바라보며 열심히 따라가곤 하였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힘들다 말인가...? 깊은 자괴감과 함께 관리 못한 나태한 내자신이 엉망스럽다.
















그런데 발걸음을 재촉하다 어느 순간 발길 따라 같은 듯 다른 연하선경의 풍광에 빠져들며,

어찌보면 황량한 겨울풍경인 바람부는 연하선경이 참으로 아름다운 겨울지리의 모습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여러차례 걸음했던 이 길을 걷지만 또다른 모습으로 나를 새롭게 대하는 것 같다..그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자..!' 

























일출봉...

















제석봉 천왕봉...

그러고 보니 올해는 천왕봉을 걸음하지 못했구나.










장터목대피소에서 먼저 와 기다리던 찬붕성과 커피 한잔 마시고 백무동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참샘...


















말끔하게 정비된 하동바위...



순탄한 등로인 소지봉까지는

눈길과 매서운 바람이 발길을 잡고

이 후 하산길은 경사 급한 돌길에 어설프게 눈이 덮혀 

아이젠도 못할 저지라 힘든 발걸음에 미끄럽기까지 더하여

평소보다 배는 힘이 든다.


 

문득 어느 순간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살고 있는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질 때

찾는다는 불경 수타나파타의

한 귀절이 떠오른다.


如獅子聲不驚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如風不繫於網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如蓮花不染塵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如犀角獨步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는 백무동주차장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