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미끄러웠던 좌우골 합수부...'
단풍빛 물드는 가을 통신골을 오른다. 천왕 천신과 통하는 길답게 가파르고 올곧다.
신과 통하는 불과 물 용암이 빚은 통암반 협곡 철이른 단풍은 꿈결마냥 혼곤히 젖어 있다.
잡목 우거진 가파른 좌골을 숨차게 치고 오른다.얼마 만에 내뱉는 가뿐 숨 거친 야생의 짖음인가..!
멋진 우골 나두고 볼 것 없는 좌골로 오름함은 걸음한 것과 안가본 거랑은 엄연히 다름을 알기 때문이다.
천왕에서 휘둘러보는 산색은 한고비 넘어가는 듯하고 습한 바람속에 스며든 스산함은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중산리 -법천폭포 -유암폭포 -통신골 -좌골 -통천문 위 -천왕봉 -로터리산장 -망바위 -칼바위삼거리 -중산리 원점회귀산행 /10.79km
지리에 드는 전날 밤은 잠을 설치기 일쑤다.
자다 깨다 반복하기 두 세번...결국 포기하고 새벽 세 시에 집을 나선다.
중산리에 다섯 시 남짓 도착하여 차에서 잠을 청해보지만 언감생심 비몽사몽 헤매다 보니 약속시간 6시 반이다.
하늘로 통하는 길을 따라...에고,잠이 모자른지 촛점이 안 맞네..
덕분에 오늘 저 준족들 비밀을 드디어 밝혀냈다.알고보니 저 날쌘돌이들이 축지법을 사용하는구나...^^
가뜩이나 떨어진 체력에 오늘 저 준족들 어찌 따라갈까 지레 걱정부터 앞서지만 싱그러운 지리기운에 없는 힘이 솟는다.
그렇지만 에고, 저기 있구나...
산행은 저축이 없다지만 나태함은 바로 알아보는 법,오랫만에 지리를 찾았더니 표시가 난다.
청아한 계곡 물소리 벗삼아 기분 좋게 걸음을 떼었지만 점점 가빠지는 호흡은 어쩔 수가 없구나...ㅠㅠ
칼바위 삼거리에서 한번 쉬고...
법천폭포...
일기예보가 태풍경보에서 단순 흐림으로 변덕을 부리기에 안심을 하다,지난밤 비가 내려
안개나 헤집다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웬걸,빛내림까지 보여 은근히 기대심리를 부추킨다
사태지역...
유암폭포...
유암(油 기름 유 岩 바위 암)..기름바위 즉 용암이 굳어서 된 바위를 말함이다.
전국에 산재한 유평리(柳坪里)와 달리 천왕봉 아래 유평리(油坪里)만 한자가 다른 이유다.
통신골 초입...
유암(油岩) 말 그대로 미끄런 기름바위로 형성된 계곡인데 간밤에 비까지 내려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다.
제석봉 전망대로 올라서는 작은통신골 초입...
본격적인 통암반은 첫번째 합수부인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뭘~~?
용암이 상형문자처럼 굳어진 특이한 암질에서 찬붕성이 뭘 열심히 담고 있어 보니...
웬 달걀~~!
통신골은 이번이 두 번째 걸음인데 첫 번째에는 보지 못했다.
축지법을 쓰듯 날쌘 준족들도 미끄런 바위에서는 통하지 않는지 모처럼 선두도 서본다.
마지막 오름길 좌골에서는 원시림 못지 않은 넝쿨과 잡목이 축지법을 봉쇄하여 다행히 보조를 맞춰 이래저래 향복한 하루였다.
다행스럽게도 U자형 협곡이 시작되면서부터 암반에 물기가 말라가 조금 나아진다.
고도를 높혀가자 서서히 하늘도 열리며 간간히 햇살도 드리우고...
조금 이른감이 있지만 막 물드기 시작하는 단풍이 보이며 흥취를 더해준다.
올라선 계곡과...
올라가야 할 계곡...
서서히 구름이 걷히면서 정상부가 시야에 잡혀온다.
좌우골 합수부...
상당히 미끄러워 벗어나느라 제일 시간을 많이 보냈다.
통천문 위로 올라서는 좌골...
천왕봉으로 바로 직등하는 우골...
좌우골 합수부에서 간식을 들며 어디로 올라설지 의논을 한다.
천왕남릉으로 올라 바로 하산길을 잡을까..?아님 그냥 우골로 천왕봉으로 직등할까...?
천왕봉은 가야겠기에 비록 조망없고 볼품없는 산길이지만 좌골로 오르자고 내가 제안을 한다.
예전에는 '다음에 가지 뭐.."했는데 나이가 묵다보니 '다음에 언제 또 오나..'하는 생각이 더 힘을 받는다.
그런데 허걱, 이 게 뭐다냐...?
5 년전 걸음했던 찬붕성 말로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데...?
잦은 태풍으로 쓰러진 풍도목이 너무 많고 넝쿨과 잡목이 뒤엉켜 아예 길이 없다.
간간히 매달린 띠지를 보니 잘 가고 있는 거 같은데...
한발 한발 내딛기가 버거울 정도로 잡목과 넝쿨이 우거졌다.
일단 물길이 끊기기 전 점심을 들기로 하고 조망이 터지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점심 후 산길은 별 나아진 점은 없지만 고도를 높일수록 조망이 터져 발길을 잡는다.
아직 구름에 가려 일출봉 촛대봉은 보이지 않지만 올라선 통신골이 발 아래 뚜렷이 잡힌다.
헤쳐가야 할 길은 여전히 요지겨이라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이 들지만....
이 모든 개고생을 상쇄할 정도로 주변 경관이 너무 좋아 내딛는 발걸음에 힘이 솟는다.
좌골 최정상부...
해발 1890미터 통천문 조금 위쪽 나무계단 아래 안부로 올라섰다.
일년 사시사철 인산인해인 천왕봉...
예전에는 천왕봉 한번 가려면 큰맘 먹고 나서곤 하였는데 지금은 체력들이 좋아졌는지 동네 뒷산오는 분위기다.
오랫만에 찾은 천왕봉이라 옥관아우와 인증샷 한장..
객지생활 하기 전에는 일년에 최소 3번 정도는 찾았는데 3 년 만이다.
아쉽게도 구름에 조망이 없어 로타리산장으로 바로 하산하기로...
천왕샘...
문창대...
공단에서 정규등로 정비가 한창이다.
로타리산장에서 하늘사랑 형님을 오랫만에 만났다...반가웠습니다 형님~~
망바위...
칼바위...
망바위 칼바위 지나 통천문을 나서며 보람찬 하루 산행을 마친다.
비록 덤블을 헤쳐가느라 고생은 하였지만 그 어느 산행보다 기분좋은 하루였다.
더 기분좋은 일은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강골 찬붕성이 보낸 월요일 카톡..'솔찬히 뻐근허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는 오랫만에 오름한 지리 천왕봉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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