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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산

완주 달래봉-오랫만에 생길 한번 쳐봅시다...!



'달래봉 조망처에서..'






불규칙한 주말 일정에 모처럼 여유로운 휴일인데 오후에 비소식이 있단다.

이번 주가 지나면 새순도 쇠할게 뻔하여 오전에 가까운 근교산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일단 집을 나선 후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을 하다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산길이 생각난다.

두어 시간이면 돌아볼 산세지만 약초꾼이나 다닐 산길이기에 오랜만에 긴장감도 들고 생기가 돈다. 








상관저수지- 소대판마을- 임도 -두릅나무군락지 -계곡 -능선 -소대판마을 이정목 ↗↙ 달래봉 -천주교문중묘역 -소대판마을 -상관저수지 원점회귀산행 /약 4km 정도






완주군 상관면 마치리 상관저수지...

오후에 비가 예보된 날씨답게 잔뜩 골이 난 풍경을 보여준다.














저수지 상류 습지에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려 운치가 있다.

탁한 고인물 수준이지만 막 올라온 새순이 그 모든 걸 덮을 만큼 싱그럽다.














저수지 한켠 공터에 주차하고 마을 안으로 쭉 들어가면 마지막 집 좌측으로 산길이 있다.













상관저수지 소대판마을과 신리 월암마을을 잇는 임도공사가 한창이다.

날씨가 좋으면 마재를 거쳐 이 수변길을 따라 내려올 예정이지만 아쉽게도

달래봉에 서니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꾸물거려 남동능선을 따라 소대판마을로 하산했다.















마지막 집 좌측 목교를 건너 석축을 따르면 나대지 좌측 위로 산길이 열려있다.

전주 산꾼 두타행님의 노란색 띠지 하나가 유일한 들머리 표식이라 잘 찾아보아야 한다.

2012년 만덕정에서 시작하여 마재봉 달래봉 거쳐 경험한 아내도 이정목이 없으니 그냥 지나친다.
















임도 수준의 산판길이 계속 이어져 얼핏 보면 직진 길이 산길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고향 친구 이훈0  가족묘역...

10 여년 전 부친상을 당한 고향친구 아범님 발인때 여길 와 봤었다.

그 때 계곡따라 산길이 쭉 이어져 어디로 연결되나 궁금했었는데 오늘 걸음할 예정이다.

생길을 싫어하는 아내는 오래전에 애들과 올랐던 유순한 마재봉-달래봉 산길로 걸음하는 줄로만 알고 있다.



















생각 밖으로 산판길 수준의 산길이 계곡 따라 쭉 이어지다

어느 순간 밀림으로 변하며 앞을 막아선다...두릅나무 밀집 재배지역이다.

그제서야 아내 왈 아무리 봐도 예전에 걸음한 달래봉 산행로가 아닌 것 같단다...^^














너른 산판길에 일부러 심은 듯이 보일 정도로 완전 두릅나무 밭이다.

문제는 두릅을 수확하기 위하여 베어낸 두릅나무와 잡목을 그대로 방치한 데 있다.

























주변에 케른도 보이고... 

못 올라갈 정도는 아니라 두릅나무을 헤치고 계곡 따라 걸음을 쭉 이어간다.



















어느 순간 올라설 능선은 빤히 보이는데 거의 직경사의 너덜경 계곡길이 앞을 막아선다.

오룩스앱을 가동해 보니 고도 80m만 치고 오르면 능선이라 좀 더 쉽게 붙을 수 있는 날등을 따르기로 한다.














날등에 먼저 붙어 올라서기 좋은 곳을 찾아 앞장을 서다 뒤따르는 아내를 담는데...















찍지마~~!

또 길없는 생길을 친다고  토라진 아내가 고개를 홱 돌리다가...







자신이 생각해도 번번히 속는 내가 바보지 누굴 탓하냐고 박장대소를 하다가...







그래도 오늘은 능선이 빤히 보이니까 생길도 아니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짧은 산행인데도 땀도 빼고 운동 제대로 한다며 급 긍정모드로 전환...탱큐~~!






생길의 추억...


그넘의 호기심과 치기어린 호승심이 뭔지 처음 산행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생길깨나 쳤었다.

지금이야 각 지자체에서 경쟁하듯 산길을 정비하고 이정목을 세워 산행로가 확실히 정립되었지만

예전에는 이름난 산 외에는 정해진 산행로가 없어 묘역과 묘역을 연결한 성묘길 따라 산행을 하곤 했다. 

그러다 성묘길이 끊기면 호기심에 희미한 동물들 발자국 흔적을 따라 이어가다 잡목에 긁히고 생고생을 한 후

어두워지면 그제서야 하산길을 잡는 경우가 다반사라 토라진 아내가 귀가하면서 말 한마디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아이러니한 건 다음 산행 때도 꼭 따라온다는 거...아마 산행 후 갖는 푸짐한 뒤풀이로 저녁준비 부담을 덜어주어서겠지만...^^















일단 날등에 붙어 휴식을 취하며 막 연녹색 새순이 오르는 풍경을 감상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에고, 그런데 여길 어떻게 올려친단냐...^^













수북히 쌍힌 낙엽 덕에 훨신 더 미끄러운 날등을 치고 오르니 철지난 진달래가 반긴다.

달래봉이란 이름답게 철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고운 자태의 진달래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달래봉으로 향하면서 능선 조망처에서 조망한 만덕산...

하늘을 보니 곧 비가 올 기세라 달래봉에서 하산길을 잡아야 할 모양이다.
















소대판마을을 지나 올라선 계곡길...가운데 빈 녹색 공간이 친구 가족묘역이다.















계월리 소대판마을 갈림길...

곧 비가 올 것 같아 100 여미터 위 달래봉 정상에 갔다 와 여기서 소대판 마을로 내려갈 예정이다.








이정목이 정상석을 대신하는 달래봉 정상..

2009년 이웃한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을 목표로 상관면에서 상관저수지 수변길과 연계하여 

당시 추세에 맞는 휠링 산행로를 야심차게 조성하였지만 모름지기 산행의 꽃은 조망이라...

아무리 숲과 산행로가 멋져도 정상 조망이 없으면 두어 번 찾다 말기 쉽상이라 아쉽게도 실패~~








마재봉...








상관저수지..









전주 고덕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대신 달래봉 정상에서 소대판 마을로 하산길을 잡아 조금 내려오면 우측에 멋진 조망처가 있다.
















만덕산에서 무지봉 박이뫼산 슬치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이...
















한오봉 경각산 불재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멋진 조망처다.















내려설 남동능선 좌측이 우리가 올라 선 계곡길...




















남동능선 하산길은 찾는 이가 적은지 많이 묵은 느낌이 들었지만,

연녹색 새순이 막 올라오는 싱그러운 숲이 펼쳐져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맘 같아서는 새순을 감상하며 오래 머물고 싶지만 꾸물거리는 날씨에 부지런히 하산을 한다.














조망 좋은 위치에 조성한 천주교 문중묘역...












여기서 능선을 버리고 성묘길 따라 수변으로 바로 내려갈 수 있다. 

정식 교구에서 조성한 묘역은 아닌 것 같은데 위치도 좋고 아주 잘 가꾸어 놓았다. 


















천주교 문중묘역을 지나 10 여분 능선을 따르다 마지막 지봉 못 미쳐 좌측으로 하산길이 열려있다.

능선에서 소대판 마을까지 지그재그로 이어진 사면 하산길은 완전히 묵어 거의 가시덤불을 헤쳐가는 수준이다.




















문득 찔레꽃 피는 5 월이면 가시넝쿨이 앞을 막아 들어갈 수 없는 내변산 구시골 등 몇 곳의 산행지가 떠오른다.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점점 산길이 묵어가는 게 현실이라 더 늦기 전에 걸음한 지 오래된 주변 산을 한번 돌아봐야겠다. 














전주 산꾼 두타행님의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띠지가 유일한 표식인 날머리로 무사히 탈출...


















소대판 마을 목교를 건너..














차량을 주차한 상관저수지에서 짧지만 강렬했던 산행을 마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는 산행 들날머리 소대판마을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