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2012년 11월 9일 금요일,연무가 따스한 가을날씨
산행여정:벽송사 →송대갈림길→상내봉(1,160m)→상내봉삼거리↗↙안락문 → 함양독바위 →신열암터
→상내봉삼거리(1,211m) → 사립재→새봉(1,315m) → 진주독바위(1,300m)→허공다리골능선
→ 어름터(독가촌) →광점동(강아리슈퍼) → 벽송사갈림길 → 추성식당(뒷풀이)약 15km
산행시간:숯댕이눈썹,빵신이,민순이,dolpak,power 다섯이 즐겁게 야유회 산행모드로 약 10시간산행개요:지리산,가면 갈 수록 정이 붙고 새로움을 주는 민족의 靈山!
오래 전부터 산이 좋아 자주 다니기는 하지만 산꾼, 산님이란 호칭은 웬지 부담이 되고,
그저 주변 친지들이 으례히 주말에는 산에 있겠거니 하는 정도의 산행 이력이 전부이다.
비슷한 이력의 갑장블친 숯댕이님한테서 지리산 함양,산청독바위를 가자는 제안이 들어온다.
크~아, 이렇게 이쁜 짓을 하는 친구봤나! 그동안 전북의 야산만 주로 댕기다가 산악회에
발을 들여논 이후 한국의 명산도 다니게 된 촌넘한테 지리산 속살구경 제안을 하다니.
거의 지리산 주능선만 죽자 살자 댕기다가 한번씩 접하는 지리산 속살 맛이 어디던가?
더구나 최근에 거림골과 내원골 지리산 산행기를 쓰다 접하게 된 빨치산루트 아닌가?
비록 주중이지만 두말하지 않고 바로 콜하고 새벽에 숯댕이눈썹님을 만나러 집을 나선다.
안내판과 띠지등을 최근에 전부 철거하여 길을 잃을 우려가 있으니 예습을 단단히 해오라는
숯댕이눈썹님의 반 협박성 문자에 찾아본 자료로 오늘 갈 산행지 소개를 대신한다.
지리산에는 현재 독바위라 이름을 불리는 바위가 최소한 3 개가 있다. 동부 능선 쑥밭재 북쪽의
바위꼭대기에 태양무늬와 각자(刻字)가 새겨져 있는 바위가 산청(진주)독바위이며, 그 보다 더
북쪽에 위치한 함양쪽 독바위가 함양독바위다. 그리고 삼신봉 부근 지능선 상의 바위는 특별한
이름이 없이 독바위라 불리고 있다. 함양 독바위가 위치한 곳은 함양군 휴천면으로 지리산
동부능선의 주릉이 산청독바위를 지나 새봉(1315.4m)에서 웅석봉으로 동진하기 직전에 북쪽으로
가지를 쳐놓은 지릉의 한 마루금에 솟아있다.
함양독바위는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고 또 길도 험해 각별한 관심을 가진 산꾼들 외에는 찾아본
사람이 많지 않은 아직은 신비감에 쌓여있는 바위다. 그런데 이 바위가 500년전 점필재 김종직이
올랐다는 유두류록의 독녀암과 동일하다는 주장이 한 인터넷 사이트에 의해 호소력 있게 제기되어
새로운 호기심이 더해졌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점필재가 묘사한 독녀암의 위치나 형태가 지금의
그것과 일치하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이 바위가 5개의 암봉으로 이뤄져 있고, 그 바위 위로 올라
가는 길이 등과 배를 맞닿아야 가능하다는 점,주변에 흩어져 있는 여러 가지 절터 등을 들고 있다.
상내봉능선이라고도 불리는 벽송능선은 벽송사에서 함양군계에 이르는 능선으로서 지리산공비
토벌의 역사적 흔적인 베어 있는 곳으로 그 옛날 지리산 빨치산의 은신처요 주요 활동무대였다.
능선 곳곳에 비트(은신처)가 여럿 있으며 1963년 최후의 여성 3인 빨치산 중 한명인 이은조가
사살된 곳이 이곳이며 최후의 빨치산인 정순덕은 이곳에서 탈출하여 내원골에서 체포되었다.
울창한 숲속능선은 완만하게 이어지는데 이 능선의 상내봉(일명 와불산 1,160m)의 위치는
명확하게 정의된 바 없으나 군계능선 갈림길 직전에 있는 바위암봉을 상내봉으로 자칭한다.
'새봉'에서, 오늘 함께한 일행과 함께 <photo by dolpak>
벽송사 →송대갈림길→상내봉(1,160m)→상내봉삼거리↗↙안락문 → 함양독바위 →신열암터
→상내봉삼거리(1,211m) → 사립재→새봉(1,315m) → 진주독바위(1,300m)→허공다리골능선
→ 어름터(독가촌) →광점동(강아리슈퍼) → 벽송사갈림길 → 추성식당(뒷풀이)약 15km
전주에서 새벽 5시에 숯댕이눈썹님 일행과 조우하여 한치 앞도 분간이 안되는 안개속을 뚫고
숯댕이님 애마로 여수에서 열차편으로 도착하는 돌팍님을 픽업하기 위해 남원역으로 향한다.
06:13분 열차편으로 도착한 돌팍님과 간단한 수인사 후 콩나물국밥으로 아침을 해결한 후,
오늘 산행들머리인 벽송사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채비를 갖추고 시계를 보니 07:50분이다.
산행채비 후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벽송사오름길 옹벽에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가 걸렸기에...
벽송사는 조선중종 때인 1520년 벽송지엄 선사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수행하여 도를 깨달은 유서 깊은 절이었으나 한국전쟁으로 시작된 지리산 빨치산들이 점령하여
야전병원으로 이용함에 따라 국군에 의해 방화되어 완전히 소실된 것을 1960년 이후 구한원응
대사의 원력에 의해 선원과 법당, 요사 등 건물의 일부가 중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하는데
화재로 인하여 불사를 새로하다보니 고풍스런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벽송사 원통전 뒤에 서 있는 거대한 소나무가 도인송과 미인송이다.
도인송은 생김새가 곧고 우람찬 모습이라 마치 도를 통한 소나무처럼 보이고,
미인송은 빼어난 미인처럼 멋진 소나무인데 너무 큰 키와 심하게 기울러서 지지대를 세웠다.
문득 가을 빛이 익어가는 나무 밑에 너른 너럭바위를 발견하고
오늘 산행팀이 출발하기전 기념샷을 담기로 한다.
아주 샤프하고 자세한 산행기 스타일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후덕한 인상의 'dolpak'님
산행전 기념샷을 남기기 위해 타임을 맞추는데 유난히 큰 휴대용 컵이 돌팍님의
酒님에 대한 사랑을 대변하 듯 번쩍거린다.
V자 사인을 하기로 했는데 지각한 돌팍님만....
아직도 가을분위기를 연출하는 벽송능선에 양탄자 위를 걷 듯 푹신한 낙엽이...
푹신한 융단길을 형성한 능선위로 조용히 스며들며 오늘 산행을 시작한다.
아무런 표식이 없으나 지도상에 산죽비트로 표기된 지형을 지나고....
산책하 듯 여유롭게 지도상에 표기된 낙엽비트도 지나고...
또다시 계속 이어지는 푹신한 낙엽 융단이 깔린 산행로를 지나고 나면.....
어름골로 내려설 수 있는 장구목이(옛고개)에 닿는다.
장구목이에서 10여분 편안한 능선길로 계속 진행하니 송대마을갈림이다.(08:55)
우리는 돌팍산행대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차분하게 계속 진행한다.
이제는 서서히 나뭇가지 사이로 함양독바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듯 벽송능선은 편안한 전형적인 육산길이다.
또한 연이어 나타나는 홍솔이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조망처에서는
두륜능선이 진한 연무에 어슴프레하게 보여지고...
연이어 있는 급경사 구간을 치고 오르니 바위지대가 나타나며 상내봉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윽고 바위에 빨간페인트로 흉물스럽게 '와불'이라 표기된 바위지대에 닿는다.(10:15)
석축이 쌓여있는 모양새와 여러 바위군이 있는 것을 보아하니
여기가 지도상에 바위비트로 표기된 지역이 아닌가 생각된다.
부처바위 옆으로 함양독바위가 보여진다.
여기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와불산정상석은 보이지 않는다.
그전 산행기에 등장하는 와불산(1,161m) 정상석이다.
상내봉(와불산)의 정확한 위치에 대하여 논란이 많아 철거했다 한다.
부처바위에서 조망하여보니 솔봉 좌측아래 송대마을은 바로 알겠고,
잠시 예습한 기억을 더듬으니 그 뒤 오른쪽 산자락이 견불동이 있는 법화산이다.
그 뒤의 운무속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산군은 당최 모르겠어 무척 궁금하였는데
산행후 자료를 찾아보니 삼봉산과 금대산 이란다.
물론 우회하는 길이 있으나 부처바위을 넘어가기로 하고 본의아니게 부처님 이마부분을 통과한다.
부처바위 정상부분에 정상석 모양의 바위가 눈에 띠나 아닌 것이 분명하여 패스하기로....
견불사가 있는 송대마을 쪽에서 바라보면 누워 있는 부처 형상이라 해서 와불산으로도 불리는데
가야할 1,210봉 상내봉갈림길을 산내봉정상이라고 주장 하는 사람들이 있어 정상석을 없앴다 한다.
상내봉갈림길이 지척이라 잠시 막걸리 타임을 가지며 우정을 돈독히 다지고....
후덕한 인상의 돌팍님과 몇순배 막걸리를 돌리니 편하게 어울리는 분위기가 바로 연출된다.~~^^
새봉과 함양독바위 벽송능선으로 분기되는 상내봉삼거리에 배냥을 두고 함양독바위에 다녀오기로 한다.
상내봉갈림길에서 함양독바위쪽으로 10여미터 진행하면 오뚜기바위가 자리한다.
오뚜기 바위에서 바라본 왕등재, 웅석봉으로 이어진 태극능선.
오늘은 가스가 진하게 껴 시야가 상당히 제한된다.
오뚜기바위위에서 웅석봉과 달뜨기능선 산행경험이 있는 숯댕이눈썹님이
산세에 대하여 알기쉽게 설명을 한 후 멋지게 포즈를 취하는데....
갑자기 '깔깔깔' 웃으며 등장하는 우리 민순씨...
아그들아, 다들 잘들 보거라~~이~이.
폼은 이렇게 잡는거시~다~잉!
이것을 시초로 오늘 민순씨 사람 여러번 놀래킨다.
드디어 오늘 일차 목표인 함양독바위로 통하는 안락문 앞에 도착한다.(11:25)
안락문은 현재까지 알려진 지리산 석문 중에 길이가 가장 길고 큰 것으로
安樂門이란 붉은색 각자가 자세히 보니 기계로 판듯한 형상이다.
빨치산들이 이 석문 을 통해서 내려오면 안락한 생활을 보장해 준다고 회유한 데서 유래 되었단다.
족히 10여미터 되는 안락문을 통과하니 이쪽에서는 통락문이라는 푯말이 서있다.
안락문을 나와 좌측으로 돌아가면 드디어 함양독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다섯 개의 거대한 바위로 구성된 함양독바위는 한 부인이 이 바위 사이에 돌을 쌓아 거처를 만들고
그 안에서 혼자 살며 도를 닦아 허공으로 날아올랐다고 하여 독녀암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바람통로 같은 바위사이를 지나고 나면 함양독바위에 올라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세개의 관문이 차례로 우리를 맞이 한다.
직벽에 볼트를 박아놓아 그래도 조금 양호한 1차 관문을 통과하는 숯댕이눈썹님...
어, 그래도 너무나 가볍게 웃으며 통과하는 우리의 호프 민순씨.
1차 직벽 조망처에 올라서서 숯댕이눈썹님 폼 한번 잡아 주시고,
기암 뒤로 와불산(상내봉)도 건너 보이는데 영 조망이 신통치 않다.
조망처는 탁월하여 법화산과 삼봉산도 바로 내려보인다.
갑장블친 숯댕이눈썹님 내외 우측 뒤로 2차관문이 있다.
남자들은 옆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모양새로 통과해야 하는 2차 관문을 나서면...
발을 착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상당히 위험한 5m높이의 직벽 3차관문이 기다린다.
망설이는 남정네들을 제치고 당당히 올라서는 우리의 호프 민순씨!
우리를 위로하려 그랬는가? 사실이 그러한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1차 조망처나 큰 차이가 없다는 민순씨 외침에 바로 등정을 포기한다.
그런데 이 때 함양독바위정상에서 포효하는 민순씨를 카메라에 담을려는
빵신님을 발견하고 남정네 체면에 기겁하여 바위 뒤로 모두 숨었는데....
바위에 뿌리를 내려 생명을 유지하면서 봄이면 진달래를 활짝 피우는
마치 깊은 바닷속 산호초 같은 진달래 군락을 발견한다.
인터넷에서 구한 자료사진
<photo by dolpak>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카메라를 피하기 위하여 우리는 더욱 더 납작 업드리고...^^
함양독바위에서 내려오면서 발을 디딜 곳이 마당치 않아 상당히 난감했다는 민순씨가
하강하면서 바위에 쓸려 손가락에 입은 영광의 상처...
그래도 밝은 모습의 우리의 호프 민순씨!
함양독바위를 올랐으니 이젠 두 번째 과제인 신열암터를 찾아간다.
독바위를 내려와 공터를 나와 우측으로 잠시 내려가다 왼쪽 사면길로 올라가야 한다.
마치 알고 찾아가는 듯 우리의 돌팍대장님 정확하게 신열암터가 있음직한 터를 찾아낸다.
돌팍님과 함께 주위를 자세히 살피며 가다 좌측 나무 숲 사이로 커다란 바위벽이 보인다.
좌측으로 잡목을 헤집고 들어가니 석축과 집터 비슷한 공터가 있는 신열암터다.
신열암터에 관해 기술한 이야기와 거의 맞아 떨어진다.
커다란 바위벽 아래 샘터와 빈 공터가 있는 것까지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참고로 산행전 예습한 지리구구 산행팀의 신열암터에 관한 기술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신열암 암자 터는 정확히 독바위에서 서쪽으로 2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큰 바위를 등진 곳에
암자의 필수 조건인 샘이 있고 축대의 흔적과 구들장돌, 기와조각과 옹기 및 자기파편이 주변에 널려있고 묻혀있다.
다시 상내봉갈림길로 백하여 1시간 10분에 걸친 걸판진 점심시간을 갖는다.
고기에 쌈에 마지막에는 비빔밥으로 마무리 하는 걸판진 점심상에 왁작지걸한 분위기
장시간에 걸쳐 아주 즐거운 점심시간을 갖는다.(12:30~13:40)
사립재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잠깐 휴식을 갖는 숯댕이눈썹님을 낙엽비트로 위장을 시키는 만순씨...
새봉 못미쳐 조망바위에서 주변 산세를 설명하는 돌팍산행대장님,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는 하루였다.
상내봉삼거리방향,좌측이 벽송능선 우측이 공개바위가는 군계능선.
왕산과 필봉,
새재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는 새봉에서 산행로을 설명하는 돌팍대장님,
민순씨는 태극종주시 밤에 통과하여 전혀 기억이 없단다.(14:35)
<photo by dolpak>
오늘 최고봉 새봉(1315m)에서 단체 인증샷 한장 남긴다.
진주독바위쪽에서 바라본 새봉방향,
오늘 산행을 시작한 벽송능선과 허공다리골...
진주독바위 근처 형제봉에서 한장 남겨 보고...
진주독바위(1,300m) 행정구역상 산청에 있음에도 진주가 보인다고 진주독바위로 불린다.
얼핏 보아도 조망이 탁월할 것 같다.
뿌연 연무속에 시야가 제한되어 그저 한무더기 산군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걸어온 벽송능선과 상내봉이 시야에 들어오고...실루엣처럼 보이는 산겹살이 나는 좋다.
역시 지리동부능선쪽도 심한 연무에 역광까지 겹쳐 시야는 제로지만
지리산꾼 돌팍님의 자세한 설명에 알아가는 지리산이 그저 기쁘기만 하다.돌팍님 설명에 의하면 동부능선 하봉,중봉은 보이는데 상봉인 천왕봉은 보이지 않는단다.
진주독바위에 올라 내려다본 새재마을과 조개골,
우측으로 보이는 능선은 치밭목능선과 써리봉에서 시작되는 황금능선이다.
오늘 산행을 기획하고 추진한 숯댕이눈썹님 내외가 신이 났다.
잠시,카메라 강좌중 우리의 돌팍대장 겨눠쏴 자세로 대포를 장전하는데...
<photo by 숯댕이눈썹>
조개골방향의 명품 소나무를 향한다.
독바위에 새겨진 태양문형과 각자
내가 보기에는 태양문양도 자연적인 것 같지는 않고 누군가 새긴 것 같다.
<photo by 민순>
원래 계획은 국골사거리에서 내려 서 향운대까지 가려고 하였으나
청이당고개이후 오름길이 역광에 거대한 봉우리로 실루엣 처리되어 기가 질려버린다.
산욕심에 원수진 일도 없고 그저 진주독바위 양지바른 곳에 둘러앉아 돌팍님이 얼려와
아직도 반절은 샤베트 상태를 유지한 여수막걸리로 장시간 퍼질러 여흥을 가진다.(40여분)
진주독바위에서 내려와 10여분 산죽을 헤치며 진행하면 전방에 우뚝 바위가 나오는데
이바위 우측으로 허공다리골 내림길이 시작된다.
허공다리골 방향으로 나무에 은박지를 붙이고 그 위에 어름골이라 표기하여 놓았다.
몇년전 겨울에 계곡길로 내려서다 무지 고생을 했다는 돌팍대장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능선을 고수해 가기로 하는데 사람의 발길이 장시간 끊어진 관계로 낙엽이
푹신한 융단길을 형성하고 있어 걷기에 그만이다. 반면에 두어번 길이 끊어져 당황도 하게 되고....
허공다리골의 원래 이름은 '허공 달 골'이라 하는데(출처-지리구구)
그 뜻은 '골짜기가 넓어 허공에 걸린 달이 아름답게 보이는 골'이라는 뜻이란다.
오늘 발을 들여논 허공다리골은 온통 겨우살이가 천지다.
숯댕이눈썹님 내외 한 건 단단히 하고...
이에 질세라 돌팍님 나무에 올라서기까지 하면서 버섯으로 응수를 노리지만....
약초나 버섯...이런 방면에 완전한 초짜인 내가 보아도 저 것 중에 하나만 먹어도
오늘밤 9시 뉴스 한장면을 장식하기에 충분해 보여 버리고 가기로 한다.
태풍으로 꺽인 잡목과 겹겹히 쌓인 낙엽으로 간간히 길이 없어지지만
고비마다 우리의 돌팍대장님 탁월한 감각으로 헤쳐나가면서 끊어진 길을 잘도 찾는다.
드디어 청이당고개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합수점에 무사히 도착하고(16:50)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아니면 본인도 자랑스러운 지 환하게 미소를 짓고....
점차 계곡소리가 하산로 양쪽에서 들리더니 계곡이 모인 합수점에 이른다.
여기서 부터 세번정도 이리저리 계곡을 넘어가지만 주로 계곡을 좌측에 두고 진행한다.
계곡을 우측에 두고 잠시 가니 계곡을 다시 건너는 지점에 <출입통제> 안내문과
관리판이 거꾸로 나무에 매달려 있고, 계곡 건너편에 독가촌이 바라보인다.(17:15)
지금은 페가인 독가촌,
어름터에 도착하여 떨어진 감으로 잠시 가을의 풍요를 느껴본다.
커다랗게 조성된 임도를 따라 하산하는데 여기서 잠시 걸음이 동서남북을 향한다.
한 분은 익어가는 가을을 담느라 연신 셧터를 눌러대고 두 내외는 떨어진 감 주으러
각각의 감나무로 향하고 우리의 민순씨 목좋은 새로운 감나무를 찾아서 바쁜 걸음을 재촉하신다.
풍요로운 가을을 상징하듯 익어 떨어진 감을 먹어가면서 흥겹게 내려오니
어느덧 비박꾼들의 산행기에 종종 등장하는 계곡속 정자와 근처에 범종이 팽개쳐져 있고...
이제는 강아리수퍼가 아니라 강아리민박으로 바뀐 광점동에 도착하니
어느덧 어스름이 내려앉기 시작한다.(17:45)
벽송사삼거리에 도착하여 돌팍님이 벽송사주차장에 있는 차를 홀로 회수하러 간다.
역시 산행대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제대로 보여준다.
혹시나 비지정등로를 이용한다고 본의아니게 마음 상해하실 분이 계시면 너그러히 용서를 바라며
7년동안 간암으로 투병하다 올봄에 작고한 山의 시인 이성부님의 시 '도둑산길'에서
비지정로 산길을 걷는 심정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도둑산길
이 성부
내 몸의 무게를 비로소 알게 하는 길입니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느리게 올라 오랜
산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이리 고되고 숨가쁜 것 피해 갈 수는 없으므로
이것들을 다독거려 보듬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나무둥치를 붙잡고 잠시 멈추어 섭니다
내가 올라왔던 길 되돌아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워 나는 그만 어지럽습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산길은 마침내 드러누워
나를 감싸 안을 것이니 내가 지금 길에 얽매이지 않고
길을 거느리거나 다스려서 올라가야 합니다
곧추선 길을 마음으로 눌러 앉혀 어루만지듯이
고달펐던 나날들 오랜 세월 지나고 나면 모두 아름다워
그리움으로 간절하듯이
천천히 느리게 가비얍게
자주 멈춰서서 숨고른 다음 올라갑니다
내가 살아왔던 길 그때마다
환히 내려다보며
나의 무거움도 조금씩 덜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편안합니다
돌팍님이 칠선계곡 드나들때 애용하는 추성 식당에서 돼지고기두루치기로
뒷풀이를 가진후 꿀맛 같은오늘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촌넘에게 지리속살 맛을 제대로 맛보여준
숯댕이님,돌팍님,민순님,빵신님
감사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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