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2013년 8월 18일 일요일, 전국이 폭염예보가 내려진 무더운 날이나 봉산골은 서늘하였음.
산행여정:쟁기소→봉산골→봉산폭포→봉산골(좌골)→심마니능선→투구봉→쟁기소능선→봉산골→쟁기소
산행시간:늘산,소나무향 형님들과 함께 약 12km 거리를 유람하듯이 즐기면서 8시간 45분
산행개요:옛날 옛적에 바둑을 무지 좋아하는 소년이 있었는데 바둑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 이 소년도
승부욕이 아주 강하였다.그런데 동네 비슷한 연배의 한 소년에게는 꼭 반집 차이로 지는 것이었다.
어느날 또다시 패배을 당한 날 절치부심 결심하고 깊은 산에 들어 홀로 바둑을 연마하기로 하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깊은 산속에서 홀로 바둑에 매진하기를 십 수 년....거의 중년에 접어 들어 이제는
되었다 싶어 하산을 하여 옛날 쓰라린 패배를 안겨준 소년을 찾아갔는데,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흘러 그
소년도 어느덧 중년 농부가 되어 있었고, 마침 마을 앞 정자에서 한가로히 바둑을 두며 농부들과 쉬고
있어 그토록 고대하던 대국을 다시 하게 되었는데....깊은 산 속에서 그토록 외로움과 고통을 참아내며
바둑연마에 매진하였건만 어이없게도 더 형편없이 지고 말았다.
깊은 산 속에서 독학하며 연마한 바둑이 친구들과 서로 즐기는 놀이 바둑을 이기지 못했다는 애기다.
맨땅에 헤딩하듯이 독학으로 할 일이 있고 앞서 간 선답자의 결실을 체험하며 발전하는 길이 있다.
지리산은 그런 산이다! 흔히 아흔아홉골로 표현되는 방대한 지리산을 홀로 독학하듯이 파훼친다고 보자.
생업을 포기하고 지리산만 판다면 모를까 평생을 바쳐서 지리산행을 하여도 완결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생각해보니 나 파워는 정말 운이 좋게 지리산에 정통한 선배님들을 알게 되어서 행복하다.
지난 칠 월에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칠선계곡산행에 이어 이번에는 두 선배님들과 함께 계곡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지리산 봉산골로 여름 피서산행을 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봉산골 이끼바위지대'
쟁기소→봉산골→봉산폭포→봉산골(좌골)→심마니능선→투구봉→쟁기소능선→봉산골→쟁기소,약 12km, 여유있게 8시간 45분,
달궁에서 7시에 만나기로 하였는데 전주에서 너무 일찍 출발하여 달궁근처 정령치에 도착하니 6시도 안되었다.
지난 지리서북능선종주때 정령치에서 식수를 구하지 못해 곤란을 겪은 일이 생각나 어딘가 있다는 정령치샘이나
찾으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일출이 한참 지난 시간에 갑자기 진한 연무가 걷히면서 해가 환하게 드러난다.
오늘 걸음할 반야봉 아래 봉산골은 아직 진한 어둠에 묻혀있고,
지도에는 분명히 정령치샘이 표시되어 있어 샅샅이 찾아 보았는데도 샘을 찾지 못했다.
‘봉산封山’이란 나라에서 나무를 베어내지 못하게 정해놓은 산을 말하는데,
지금은 지리산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휴식년제를 실시하여 현대판 '봉산封山'을 하였다.
뭐든지 하지마란 일을 하게되면 몸부터 사리는 게 사람 심리라 봉산골 초입이 있는 철다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심원 옛길을 통해 철다리로 향하려는데 태풍으로 나무가 쓰러져 길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도로따라 들머리로....
오늘 걸음할 산행 코스은 달궁 쟁기소를 들머리로 봉산골(얼음골)로 올라 중봉 아래 능선에서
심마니능선과 쟁기소지능선으로 하산, 쟁기소로 원점회귀하는데 조식,중식,휴식 포함하여 약 8시간 45분소요되었다.
봉산골은 반야봉 중봉(1732m)에서 북서쪽으로 뻗어내려 전남과 전북을 가르는 도계능선과,
심마니능선에서 투구봉(1452m) 북서쪽으로 흘러내린 투구봉능선(쟁기소지능선) 사이에 있는 계곡으로,
옛날부터 왕실에서 사용하는 멋진 소나무를 보호하고자 일반인들의 출입을 봉쇄했다고 하여 봉산골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지리산 가운데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 잡아 햇볕이 잘 들지 않는 탓에 얼음이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다 하여 얼음골이라 부르기도 하는 계곡이다.
광주에 거주하시는 지리산산꾼 '늘산''소나무향'형님들,
산행블로그를 운영하는 인연으로 만났는데''山'이란 공통분모가 곧바로 형님동생이란 인연으로 맺어준다.
이코스 정식 명칭은 반야봉옛길 구간으로 2007~2026 년까지 휴식년제로 출입통제구간이다.
하지만 휴식년제가 해제되는 2026년이 되면 내 나이가 도대체 몇이지?
그 때 가서도 내 氣力이 감당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는 일이고...
어쩔 수 없이 살짜기 아니온 듯 다녀오려 한다.
철다리를 건너면서 좌측 달궁방향 계곡이 깊어 쟁기소인줄 알았는데,
쟁기소는 더 아래 방향에 따로 있다는 늘산형님의 설명...
처음부터 계곡을 치고 오르기로...
간간이 계곡 옆 오솔길을 걷게 되는 경우도 있으나 고로수 수액을 채취하기 위한 작업로라 생각된다.
봉산골은 산행로가 따로 없고 워낙 협곡이 좁은 위험스런 골짜기를 반복하여 오르내리며 몇 번씩이나 계곡을 건너야 하는
거칠은 산행로라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설치된 고로쇠채취 파이프와 이들의 작업로가 그나마도 어느 정도 가이드 역할을 한다.
아직도 산행시 똑딱이를 사용하는데 워낙 험하게 다루다보니 최근에 맛이 갔다.
A/S를 의뢰하니 워낙 많이 떨어뜨리고 침수가 자주되어 차라리 하나 새로 사란다.
해가 뜬 맑은 날은 괜찮은데 조금만 흐리거나 빛이 없으면 사진이 영망이라 너그러운 양해를 바랍니다.^^
현재 시간이 해가 중천에 뜬 7시가 넘었지만 워낙 읍습한 골짜기라 햇빛이 스며들지 못한다.
봉산골에 들어선지 20여분이 흐른후 어느 계곡을 횡단한 후에 갑자기 늘산형님이 산세를 알려주신다.
여기서 좌측 비탈위로 치고 오르면 반야봉에 최단 시간에 오를 수 있는 옛길이 시작되고 거리는 7km 정도란다.
우리는 계곡으로 치고 오르고 하산시에는 능선따라 이 곳으로 내려설 예정이라고 하신다.
자세히 주변 지형을 관찰하며 눈에 익혀두려 열심히 둘러 보는데 문득 바닥을 보니
안내판이 세워졌던 흔적이 보이는데 누군가 싹뚝 잘라 초입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려 노력한 모양새다.
반야봉옛길 갈림길을 지나 쉬고 있는데 나이 지극하신 부부산님이 올라오신다.
이 분들이 산길을 물어보시는데 알고보니 그 갈림길을 놓쳐 이 곳까지 올라왔단다.
자세히 설명을 해드리고 내려보냈는데 이 분들 우리 일행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고마워 하신다.
게속 이런 길이 이어질텐데 큰일날뻔 하였다고 하시면서....
무명폭포,
계속 치고 오르고....
늘산형님, 5 년전 처음 매단 자신의 띠지를 발견하고 즐거워 하신다.
삿갓폭포,
소나무향 형님과 함께....
형님들이 이런 곳은 시시하니 사진은 이끼계곡이 시작되는 좌골에서 시작하라는 조언을 주시지만,
정통산행기나 예술적 사진을 담은 산행기를 꿈꾸는 것이 아니고 그저 후답자의 산행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산행네비게이션'을 표방하는지라 그저 망가진 똑딱이로 눌러대기 바쁘다.
거기에 오늘은 내가 제일 막내라 인증샷도 많다.^^(08:25)
전국이 폭염에 몸살을 앓는데 이 곳은 시원한 바림이 불어 선선하다.
오늘 최고의 피서산행을 하나보다.
사태지역이 시작되는가 보더니 산사태로 망가진 봉산폭포가 바로 나타난다.(09:10)
태풍 무이파와 볼라벤에 의하여 볼품없게 변해버렸지만 아주 멋진 모습이었다는 형님들의 증언이다.
자료사진 <photo by 구름바위>
멀쩡했던 2011년 7월 23일에 담은 사진을 블친 구름바위님 방에서 모셔왔다.
매몰되어 거의 반토막으로 변해버린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니 너무 안타깝다.
그래도 인증샷은 남겨야지....
봉산폭포를 지나면 계곡이 갈린다.왼쪽이 본류이고 우측은 도계능선으로 이어지는 지계곡이다.
통상적으로 좌골 우골로 부르는데 이끼계곡이 형선된 좌골로 오름하기 전 잠시 우골에 다녀오기로 한다.
다시 좌골로....
좌골에 들어서니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바위취와 이끼가 적당한 수량의 폭포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최대한 이끼를 밟지 않으려고 때로는 우회를 하며 계속 계곡치기를 진행한다.
말이 필요없는 환상적인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말 그대로 이번 산행은 진녹색 이끼가 계곡을 뒤덥어 급한 경사의 계곡수와 어우러져 환상의 비경을 형성하고
깊은 협곡에 자리한 계곡의 잇점으로 서늘한 바람과 기온으로 무더운 여름폭염을 한번에 날려준 복받은 피서산행이다.
땀하나 흘리지 않고 계속 진행한다.
문득 하늘이 열려 뒤를 돌아보니 만복대가 살짜기 시야에 들어온다.
비경을 천천히 의미하며 진행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지만 무려 1 시간 30 분 동안 이끼계곡이 이어진다.
이제는 이끼계곡이 거의 끝나는 곳에서 식수를 보충한다.(10:45)
물론 하산로 상에 심마니샘이 있지만 물 사정을 모르는 상황이라 식수를 넉넉히 준비하기 위함이다.
로프구간에서 부터는거의 직벽에 가까운 된비알이 시작된다.
경사가 너무 급해 차라리 스틱을 사용않는 쪽이 편하다는 늘산형님,
힘들게 직벽구간을 오름하는 중에 시야가 터지며 정령치와 고리봉이 눈에 들어온다.
거의 직벽 수준이다.
우측으로 우리가 내려설 투구봉 능선도 보이고....
잘못하면 돌이 굴러내릴 위험이 있어 상당히 거리를 두고 진행한다.
직벽구간을 안전하게 통과하고 능선 아래 아늑한 숲에 이르러 점심상을 차리기로 한다.
대추주 한잔에 피로가 가시고....시간 여유가 있어 따뜻한 밥을 해먹기로 한다.(11:30)
점심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중봉 아래 능선에 붙고 여기서 반야봉까지는 1km거리라지만
여름방학 기간에 부쩍 단속이 강화된 모양이라 우리는 여기서 바로 심마니능선으로 하산로를 잡기로 하다.
심마니샘 근처에 숨겨진 박지 위치를 알려주는 나무가 있다.
반야봉에 가장 근접한 박지로 등로에서 우측으로 비켜서 있는데 누군가 나무에 x자 표시를 해놓았고 샘근처에 있다.
상당히 넓다,
박지 조망처에 바라본 심마니능선,
명선봉에서 이어지는 명선북릉과 와운골이 정면으로 자리하고....
바로 우측으로는 묘향대가 자리한다는데 아직 미답이다.
다시 등로로 복귀하여 심마니샘 조망처에 오른다.
이끼폭포가 자리한 함박골...
심마니샘,
산죽길 등로에 갑옷을 입은 듯한 특이한 나무, 마치 조끼를 걸친 듯한 모습이다.
심마니능선 갈림길,(13:50)
심마니능선 갈림길 바로 위에 자리한 조망처에서 산세를 설명해주는 늘산형님,
명선북릉의 옥박골, 도장골, 얼음쇄기골, 작은쇄기골, 삼차골...등이 어쩌고 저쩌고...아이고 머리야^^
바로 앞에 보이는 명선봉 줄기에 또다른 어름골이 자리한다는데...
광점동의 어름골은 벽송능선과 허공다리능선의 독바위들 오를 때 경험하여 보았고,
봉산골어름골도 오늘 경험하여 보았으니 바로 눈앞에 자리한 뱀사골 어름쇄기골만 경험하면
지리산 3대 어름골을 다 경험하게 되는데 그 날이 언제일지....? 넓고 넓은 게 지리산이라 갈 데가 너무나 많다.
뒤로는 노고단과 성삼재에서 이어지는 지리서북능선이 자리하고...
바로 앞이 전남과 전북을 경계짓는 도계능선이다.
달궁능선 갈림길,
달궁능선 갈림길을 지나 아직은 뚜렷한 등로를 따르니 곧 적송지대고
조망없는 능선을 초기 지리구구 활동시 무용담을 들으며 쉬엄쉬엄 내려서니 봉산골 계곡 초입이다.
아침에 출발하였던 달궁계곡 쟁기소 철다리에 당도하며 오늘 하루 즐거웠던 산행을 마친다.(15:40)
오늘 함께 하여 주셔서 늘산,소나무향 형님들 감사합니다.
쟁기소→봉산골→봉산폭포→봉산골(좌골)→심마니능선→투구봉→쟁기소능선→봉산골→쟁기소,약 12km를 여유있게 쉬면서 8시간 45분
혹시나 비지정등로를 이용한다고 본의 아니게
마음상해하실 분이 계시면 너그러이 용서를 구합니다.
맹세코 아니온 듯 다녀왔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덕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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