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학교◈
이박 삼일 짧은 휴가를 보내고 아들넘이 귀대한
금요일 퇴근무렵 아들넘이 근무하는 부대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아버지학교'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외부단체에 의뢰하여 부대에서 분기별로 운영중인데
아들넘이 신청하여 참여중이고 졸업이 내일이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육을 마치는 날 부모님이 꼭 와서 같이 참여해야만
외박을 보내주는 특혜가 주어진단다.
알고보니 요넘이 외박을 나가고 싶은 욕심에 '아버지교육'을 신청하였나 보다.
그런데 교육 마지막 날은 아버지와 같이 진행해야 하는 일정이지만 어떨결에 받은 2박 3일 휴가때문에
내일 부대로 오라는 말을 미안해서 하지 못하고 귀대를 하여, 다른 부모는 다 참여하는데
나만 참여를 안하는 상황이고, 그래서 아들넘만 외톨이가 되어 졸업을 못한단다.
추석전 마직막 주말이라 토요일은 못다한 벌초도 해야 하고,
더구나 일요일은 블친들과 단양 가은산 둥지봉으로 동반산행도 예정되어 있는데....
안 갈 수도 없고 ...정말 미치겠다 !
부대에 아침 8 시전에 도착해야 하는 일정이라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아예 일요일 산행채비를 갖추고 집을 나선다.
줄기차게 퍼붓는 호우를 헤치고 전주에서 일산까지 250km를 달려 부대에 도착하니 얄밉게도 햇볕이 쨍쨍^^
아들넘이 속한 2조 교육을 맡은 자원봉사자 이 종석 조장님이 따뜻하게 맞아주신다.
이 분이 아들넘이 처한 상황을 알려주시고 참여를 권하는 전화를 주셨다.
전화을 받고 '아버지학교'에 대하여 검색하여 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소개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바로 가정의 문제입니다.
가정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의 문제라는 인식 위에 올바른 아버지상을 추구하며 실추된 아버지의 권위를 회복시키고,
아버지가 부재한 가정에 아버지를 되돌려 보내자는 목적으로 세워졌습니다.
처음에는 교회에서 개설이 되어 참석자도 주로 기독교인들이었지만,
IMF이후 아버지학교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비기독교인(일반인)의 참석자가 급증했습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을 위한 아버지학교 개설 요청으로 2004년부터 기독교 색채를 배제한 열린아버지학교가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바로 서야 가정이 바로 서고, 가정이 바로 서야 사회가 바로 서며, 사회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아버지학교는 아버지를 바로 세우는 곳입니다. 아버지학교는 이 사회를 바꾸며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진정한 남성들의 회복운동입니다.
행사장에 들어갔더니 한쪽 구석에 부모님 오는줄 모르는 아들넘이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어 앉아있다.
저야 장성하여 군인생활을 한다지만 내눈에는 여전히 애기로 보여지니 큰일이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 이 글귀가 '아버지교육'의 핵심 주제다.
6명씩으로 편성된 조 단위로 상견례겸 자기 소개시간을 갖는 것으로 오늘 교육을 시작한다.
아들넘에게 받아본 첫 편지가
부모님께 감사한점과 미안한 점을 열거한 내용인데...
그중에 한가지가 오히려 내가슴을 에리하게 파고들며 지난 날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한다.
8."이렇다 할 자랑거리가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버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황금같은 학창시절을 자책으로 보냈을 아들을 생각하니....
아들넘 미래를 위한다는 생각에 채찍질하 듯 아들을 독려한 점이 후회되고,
좀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고 강요한 점이 후회된다.
자신감을 심어준다며 시도때도 없이
'너는 할 수 있다'는
애기를 수없이 되뇌었음을 반성한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실상은 아들을 위함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한 나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다음 순서로 아들넘이 나에게 쓴 장문의 편지를 읽는데 어느새 내눈에는 눈물이 고여있더라.~~
혁찬아,
너의 편지를 받아보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는구나.
항상 밝고 명랑한 네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겪었던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허심탄회하게 아빠에게 말해주어 정말 기뻤단다.
한편으론,
너무 과한 자책에 시달리며 보냈을 황금같은 너의 청춘시절이
너무 안쓰러워 아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오는구나!
혁찬아,
이제는 서로 좀 더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너와나 서로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그런 부자가 되자.
그리고 아빠 기대에 부응 못해 괴로웠다고 너는 그러지만,
아빠는 언제나 네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아들이었고
앞으로도 그럴거라는 말을 해주고 싶구나.
사랑한다 아들아.~~
약간 어두워진 분위기 반전을 위하여 잠깐 공연감상 시간을 가지고 난 후,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대대장님의 격려사와 함께 본 식이 시작된다.
각조에서 한 팀씩 나와 가족소개와 오늘 교육에 참여한 감상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데,
주된 내용이 사회에서 바른 아들이 되지 못한 점이 후회된다는 아들의 반성과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아들에게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친구처럼 다정하게 대해주지 못해 미안했다는
아버지의 자기반성이 주를 이룬다.
오늘 교육의 하일라이트인 세족식 진행을 맡은 목사님의 강의가 이어진다.
아버지학교 설립목적인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진정한 아버지의 역할을 되찾고 더 훌륭한 아버지로 거듭나는데
도움이 되는 말씀을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신다.
목사님의 감동적인 내레이션과 함께 진행한 '세족식'은 울음바다를 연출한다.
아들이 아버지의 발을 정성스레 씻기며 지난날 지나쳤던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시간이라
여기저기서 씻기는 아들도 울고...아버지도 울고...울음바다가 된다.
물론 오래도록 강의를 하시며 쌓아올리신 목사님의 내공이 큰몫을 한다.^^
'아버지학교'수료증 수료식,
'순결서약서 선서'
자식, 고생했다.
덕분에 오랫만에 눈물바람했다.^^
수료식을 마치고 신나는 외박을 나서기전 중대장님 훈시시간,
부대밖에서 지켜야할 규칙과 복귀시간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듣지만 마음은 콩밭에 있고....
사실, 이 외박증 한장을 받기위하여 개인시간 희생하며 그동안 교육를 받았던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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