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2014년 6월 6일~7일 금요일,토요일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무더위 여름날씨,
산행여정:자양4교→소승골→소승폭포→해피돼지바위→너덜겅→귀때기청봉→상투바위골→2폭포→1폭포→자양2교
산행시간:동행자 한강,소나무향,옥관,파워....소승폭포에서 1박 후 시작한 산행이라 시간은 별 의미 없으나,거리 8km에 9시간 정도.산행개요:어릴 적 부모님이 주신 가르침에 "남자는 밖에 나가 별 짓을 다 하고 다녀도 잠자리만은 일정해야 한다"는 말씀이 있었다.
그 정확한 의미가 남자의 자유분방함을 경계하는 가르침임을 어림직작으로 알았지만 말씀대로 충실히 따르다 보니 별로
까칠한 성격도 아니면서 어느덧 집이 아닌 곳에서 잠을 자면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었다.
일 년에 한 번 꼴로 시행하는 지리산주능종주를 새벽바람 맞으며 무박당일치기로 실행하는 것도 체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람들로 북적대는 대피소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하루 밤을 유하는 그 번잡함이 싫어서가 사실 정확한 이유라고 하겠다.
야영(野營)을 의미하는 비박(Bivouac) 또는 백패킹트레킹(backpacking treckking)을 꺼려함도 그런 연유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습관도 변한다고 '산에서 별을 보며 잠을 청해보는 기분은 어떨까...?'하는 궁금증이 슬며시 들며
총총한 별을 헤며 잠이 들고 새소리 지저귐에 잠을 깨며...그저 아무 생각없이 한 이틀 산에서 지내고 싶다는 열망이 인다.
마침 주변에 일반 산행은 물론 박산행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지닌 걸출한 산꾼 소나무향 형님도 있겠다...
하고 싶고 마음이 동하면 따르면 되는 것...소나무향 형님께 야영산행에 필요한 장비구매등 실지적인 조언과 도움을 받아
기본장비를 갖춘 후 난생 처음 설악산으로 박산행에 나서기로 한다.
'해피돼지바위'
자양4교→소승골→소승폭포→해피돼지바위→너덜겅→귀때기청봉→상투바위골→2폭포→1폭포→자양2교
6월 6일 연휴를 D-day로 잡고 야간근무라 어쩔 수 없이 광주에서 아침에 출발한 소나무향 형님 차에
전주ic 근처 월드컵경기장에서 오전 9시에 동승한 후 약 350km 거리의 용대리로 부리나케 달려가지만...
영동고속도로에 접어들자마자 길이 막히는데 여주ic에서부터 만종jc까지는 아예 기어가다시피하며 촌사람들 애를 태운다.
비록 남원주에서 향토음식 국수로 점심을 하였다지만 꼬박 8시간이나 걸려 서울팀과 합류하기로한 인제군 구만동에 도착한다.
자양6교 위 44번 도로변 간이주차장에 주차 후 도로따라 소승폭포들머리가 있는 자양4교로 향한다.(17:30)
자양4교에서 바로 계곡으로 내려가 소승골로 스며들며 산행이라기 보다 숙박지를 찾아가는 첫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오늘 산행을 리딩하는 한강님을 비롯한 서울팀은 네이버블로그를 운영하는 소나무향 형님의 블친들로
내일 울산바위릿지가 예정되어 있는 바위를 하는 분들인데 오늘 소승폭포에서 우리와 함께 일박을 하기로 하였다.
소승골은 2006년 전국을 강타한 수해를 피해가지 못하고 그 때 입은 상흔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참, 아침에 집을 나서며 배냥을 메고 분명히 카메라를 들고 나왔는데
고속도로에 접어든 후 나중에 알고보니 카메라 대신 발포매트를 들고 왔다.
비 올 때나 사용하는 디카가 있지만 처음 매본 비박짐에 적응이 되지 않아 피곤도 하여 몇 장만 담았고
오늘 산행기에 사용한 대부분 사진들은 감사하게도 소나무향형님이 보내주신 사진들이다.
소승폭포...(18:18)
처음 매는 박짐 무게에 숙달이 되지 않아 죽겠다 싶을 때쯤 드디어 첫 숙박지 소승폭포에 당도한다.
이 년전 숯댕이눈썹과 함께 경험한 토왕성폭포와 더불어 겨울빙벽을 하는 폭포라 그런지 왕성하지 않아도 위용은 대단하다.
100여 미터가 넘는 병풍처럼 두른 석벽 사이로 80여m 높이에서 폭포수가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고 아래에는 암반이 넓게 깔려 있었다.
나도 한 장 담고...
일단 박지를 정하여 주변을 정리한 후 여장을 풀고 마련한 이른 저녁을 들며
곁들인 반주는 초면의 어색함을 한순간에 날려주고 구수하게 풀어내는 산이야기에 오랜 지기처럼 다가온다.
해가 기울고 어스름이 찾아 들어도 한 잔 술에 곁들인 산이야기와 함께 여흥은 끝없이 이어지고....
소승폭 아래 너른 암반에 누워 바라보는 반달과 북두칠성이 삭막한 도시에서 보았던 어제의 그것이 아니더라.....
소승폭 낙수소리가 마치 비오는 소리처럼 들려 더욱 낭만적이라 꿈 같은 하루 밤을 보낸 후
아침 05:40분에 기상하여 간 밤 큰 시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니 건너편 가리봉에 햇살이 비치운다.(05:40)
산뜻한 설악의 아침공기에 간밤의 꿈결같은 몽상을 떨쳐내고 다시 한번 소승폭을 자세히 둘러보며 왔다간 인증샷을 남기고....
아침식사 후 다른 일행분들은 여기서 하산을 하고 한강형님의 리딩하에 소나무향형님과 옥관동생 나 파워 넷만 계속 산행을 이어가기로 한다.
서울팀과 작별한 후 소승폭 우측으로 우회하여 사면을 치고 오르는데 길은 뚜렷하지만 고도가 급격하게 가파라진다.
무거운 박짐 무게에 더하여 예상치 못한 가파른 고도를 치고 오르려니 초반부터
용대리너머 군대생활을 한 원통 번화가가 시야에 들어와 그래도 잠시 옛 추억에 잠겨본다.
이 후 이어지는 사람 하나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바위 침니 구간에서 배냥을 벗고 겨우 손이 닿는 소나무에 의지하여
침니 사이를 빠져나가자 마자 이번에는 우측으로 경사도가 있는 아리까리한 슬랩구간이 또 이어져 사람의 진을 빼놓는다.
겨우 첫 구간을 오름하고 벌써부터 땀으로 목욕을 했지만 안전한 곳에 올라서니 그제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내려다 보이는 소승폭포와 지도에 상투바위군으로 잘못 표기된 상단의 암군들...
첫 위험구간을 벗어나도 릿지 구간이 계속 이어져 긴장을 늦추지 않는 한편 또다른 스릴을 맛보며 진행한다.
짐을 배정할 떄 초행인 나를 배려하는라 공동으로 사용하는 도구들을 챙기느라 한결 커다란 동료들의 배냥에 비하여.....
버너와 코펠등 식기류등을 빼놓고 오니 한결 가벼워진 배냥으로 가파른 릿지구간도 별 어려움 없이 수월하게 진행하며 고마움을 느낀다.
멋진 고사목을 지나면서 다시 릿지구간이 나타나고 안전을 위해 확보자일을 설치하지만
선등한 한강형님의 리딩과 홀드와 스탠스가 충분하여 짜릿한 손맛과 발맛을 제대로 느껴본다.
그러나 목덜미 위로 배냥이 솟아 있는 통에 고개를 똑바로 펼 수 없어 오름하는데 시선에 제약이 따라 상당히 부자연스러웠다.
한계령쪽으로 운해가 물밀듯이 펼져지기 시작하지만 좀 더 진행을 하여 고도를 높인 후 감상하기로...
이 밧줄 구간을 올라서면....
망대암산 뒤로 점봉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바위에 올라서고....
점봉산과 작은 점봉산....
조금 더 좌측으로 올라서면....
드디어 그 유명한 '해피돼지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08:10)
당겨보고...누구는 개를 닮았다고 하기도 하지만 '행복한돼지'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후 흙길과 바위길을 번갈아 가며 은근히 고저차가 있는 출렁이는 등로를 진행한 후
도둑바위골과 소승골을 가르는 능선에 올라서니 귀떼기청봉 전위봉도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숲길 또다른 조망처에서 황홀한 운해를 다시 한번 감상한 후....
도둑바위골을 우측으로 두고...
소승폭포 상단 위로 이어지는 골짜기를 좌측에 둔 능선을 따라.....
주로 바위 사이로 형성된 등로에 앞을 가로막는 바위를 우회하며 이리저리 진행을 하다가...
별 위험이 없으면 비록 힘은 들지만 잠깐 사지로 용을 써 직등하면 되기에 별 어려움 없이 진행하는데,
시원한 숲에 형성된 숲길을 통과하면서 나뭇가지에 걸리는 배냥이 걸리적거려 오히려 더 진행하기가 난감하다.
대단한 위용의 남근석을 당겨보고....
직등하기에는 불가능한 거대한 바위군 좌측으로 우회하며 한참을 뚝 떨어져 진행하다 다시 치고 오르니....
시야가 탁 트이면서 발아래 환상적인 운해가 펼쳐져 피로를 한순간에 날려버린다.(09:57)
도둑바위골...
너덜겅 직전 우회한 바위군....
이제 이 너덜겅만 통과하면 귀때기청봉 전위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라... 환상적인 운해를 즐긴후
다시 힘차게 발걸음을 떼며 너덜겅을 오름하는데 주위가 온통 마가목 천지라 가을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주변이 온통 마가목꽃이 탐스럽게 만발한 마가목 천지다.
이 때 우측 멀리서 사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살짜기 당겨보니...
한계령에서 오름한 듯한 산님들이 황홀하게 펼쳐진 운해를 즐기며 탄성을 내지르고 있다.
귀때기청봉 직전 전위봉...
그 뒤로 안산까지 쭉 뻗은 설악 서북능선....
소승골에서 오름하며 우회한 암봉과 묘한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고사목....
드디어 정규등로 서북능선에 합류하여 빼어난 암골미를 자랑하는 설악의 진면목을 즐겨보기로 한다.
설악 최고봉 대청봉 방향....
그 아래 자리한 봉정암과 용아장성...언제 보아도 웅장한 암릉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귀때기청봉...(11:25)
귀때기청봉은 설악산 중청봉에서 시작되어 서쪽 끝의 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주릉상에 위치한 봉우리로
자기가 제일 높다고 으시대다가 대청봉 중청봉 소총봉 삼형제에게 귀싸데기를 맞아 귀때기청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단다.
귀때기청봉에서 쉼을 가진 후 상투바위골 초입을 찾아 대승령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저 멀리 오늘 우리 일행을 초대한 하늘빛님 펜션부지가 자리한 용대리 풍력단지가 아스라히 눈에 들어온다.
너덜겅인 등로를 무거운 박짐을 매고 내려서려니 발에 힘이 들어가 평소보다 배는 힘이 들어 죽을 맛이다.
이 때 우리가 하산로로 잡은 상투바위골이 시야에 확연히 들어오는데 수마가 휩쓸고간 흔적이 마치 고속도로 같다.(11:50)
상투바위골로 내려선 후 점심을 들기로 하여 허기도 지고 상당히 피곤한 영향이 있었던지
능선에서 상투바위골 초입을 가리키는 설악12-18이정목을 놓치고 계속 능선따라 진행하다
골짜기와 점점 멀어짐을 간파하고 다시 백하여 적당한 곳에서 상투바위골로 살며시 스며든다.(12:35)
2006년 수마가 휩쓸고간 생채기가 여전하여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상투바위골 상단부...
상당히 거칠은 골짜기를 조심스럽게 내려서면서 펼쳐지는 메마른 골짜기 풍경에 마음마저 삭막해져 가는데
한참을 내려서니 그래도 바위와 흙더미 아래 물이 흐르고 있어 갈증을 해소하며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들기로 한다.(13:07)
점심 후 여전히 황량한 계곡을 계속 치고 내려오니...
어느덧 좌우골 합수부에 이르고....(14:30)
우골 상단부에 자리한 진짜배기 상투바위군이 모습을 드러낸다.
살짜기 당겨본 상투바위....
2폭포 상단부...
또한 합수부 바로 아래는 특별한 이름 없이 그저 제 2 폭포라고 불리는 폭포 상단이다.
바위를 하는 한강형님의 믿음직한 리딩에 내가 먼저 내려서며 오랫만에 스릴있는 발맛을 제대로 만끽한다.
이어서 소나무향형님....
우회로가 없어 설치된 밧줄에 의지하여 암벽을 타고 폭포 아래로 하강해야 한다.
보기와 달리 우측 45도로 비스듬하게 하강해야 하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이 후 수마를 입지 않은 계곡이 계속 이어지면서 설악계곡의 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상투바위골의 비경...
덩치 큰 암릉의 형태라 웅장하고 장쾌함이 느껴진다.
제 1 폭포 상단....(15:02)
상투바위골을 선답한 산님들의 산행기를 보면 제 일 폭포 상단에서 전부 밧줄을 내려 바로 하강하지만
사실 지역 약초꾼들만이 알고 이용하는 은밀한 우회로가 폭포 우측에 있어 우리는 안전하게 우회하여 내려선다.
우회할 때 좌측으로 보이는 1폭포...상당한 높이다.
1폭포....좌측 숲으로 우회하여 내려왔다.
계속 이어지는 상투바위골 비경...
드디어 차량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며 44번 국도상 자양2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계곡을 계속 치고 내려가다 주변 시선이 부담되어 자양2교 못미쳐 숲길로 접어들어 잠깐 진행하다....
도둑 담 넘듯이 살며시 야생동물을 위해 마련한 출입문으로 상투바위골을 벗어나면서 묘한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 동네 야생동물은 겁나게 도시화 되었거나 영리해서 숲에 들나들 때 쇠철망문을 자유로이 이용하나 보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도 도로 무단횡단을 밥 먹듯이 하는데 동물들이 과연 주의판이 있는 저 철문을 이용하여 드나들까 의문이다...??^^
연휴를 이용하여 정다운 산우분들과 나선 첫 일박이일 설악산 박산행을 자양2교에서 즐겁게 마무리 한다.(15:48)
자양4교→소승골→소승폭포→해피돼지바위→너덜겅→귀때기청봉→상투바위골→2폭포→1폭포→자양2교
지금은 기억도 희미한 학창시절 친구들과 캠핑하듯 며칠씩 묵으며 드나들던 지리산 종주산행이 후
난생 처음 무거운 박짐 매고 나선 비박산행을 까칠한 설악산에서 머리를 올려 조금은 힘든 산행이었지만
오랫만에 별빛 아래에서 숙식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함께 하여주신 한강,소나무향,옥관님 수고 많으셨고 고맙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소승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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