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암에서 어믄길...'
첨예한 침봉들이 날카롭게 하늘을 향해 도열하듯 솟아 있는 산...한반도 땅끝에 있는 해남 달마산에 다녀왔다.
등줄기에 뿔달린 공룡 스테고사우르스가 내달리듯 칼날처럼 솟구친 바위 능선이 바다를 향해 남으로 치닫고 있었다.
산행초입을 잡은 미황사에서 병풍처럼 호위한 달마산을 올려다 보니 다듬어지지 않은 날카로운 암봉에서 뿜어지는 거친 야성의 율동...!
잠깐사이 걸음하여 달마산 정상에 올라서니 능선 좌우로 늘어선 기암괴석 암릉이 압권이고 저 멀리 두륜산에서 뻗어내린 땅끝기맥 산줄기와,
올해 농사를 위해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해남들녘 너머 완도와 상황봉, 멀리 다도해 바다풍경이 장쾌하게 펼쳐져 숨이 막힐 듯한 감동이 밀려온다.
산행일시:2015년 4월 26일 일요일,맑고 조망이 좋았으나 30˚c를 오르내리는 기후로 상당히 더웠음
산행여정:미황사주차장→달마봉→문바위재→작은금샘→대밭삼거리→하숙골재→떡봉→도솔암→땅끝천년숲옛길→미황사주차장 원점회귀산행
산행시간:보통걸음으로 한시간여 점심시간 포함하여 10.15km를 7시간 30분 동안 걸음했음.(나들이웹 기준)
함깨한님: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더위 아래 소나무향,어믄길,옥관,파워 4인의 섬산행 같은 남도 해안가 산 산행
미황사주차장→달마봉→문바위재→작은금샘→대밭삼거리→하숙골재→떡봉→도솔암→땅끝천년숲옛길→미황사주차장 원점회귀산행
전주에서 어믄길과 아침 여섯시 반에 출발하였으나 워낙 먼 거리라 광주팀과 약속한 시간에 겨우 맞추었다.(08:30)
미황사에 참배목적이 아닌 일반 등산객은 아래 주차장을 이용하라고 돼 있지만 일주문 부근에도 주차장이 있다.
크고작은 봉우리를 하루종일 넘나들 산객들이 겨우 몇 백미터 위에 살며시 주차하고 기뻐함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이려나...^^
햇살 머금은 산사의 아침빛이 참 곱다...
미황사는 하산후 둘러보기로 하고 등산안내도와 이정목이 있는 사찰 좌측 등로초입으로 들어서며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불썬봉,달마봉이라 불리우는 정상까지는 겨우 1.4km 밖에 되지 않아 서두를 필요가 없지만 대부대로 이루어진 산악회와 거리를 두기 위해서다.
달마산은 두루뭉실한 일반 암산과는 달리 깨지고 갈라진 날선 바위길이라 외길에서 산악회와 조우하거나 동행하게 되면 많은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이다.
산 중턱에 자리한 헬기장까지는 경사 완만한 육산 오름길이라 가볍게 오름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바위산도 좋지만 편안한 이런 숲길이 더 좋아짐은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무게 때문이리라....
헬기장에서 가볍게 땀 한번 훔치고...(08:50)
작년 지리산 두류봉에서 카메라를 떨어뜨린 후 또 고장이 나서 초점이 흐리게 잡힌다.
요즘 이런저런 일로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카메라까지....수리를 할까 아니면 이 기회에 갈아타야 하나 고민이다.^^
헬기장부터는 등로가 급하게 고도를 높히고 게다가 바윗길이 시작되어 힘이 더 든다.
달마봉 정상 못미쳐 조망처...
능선을 따라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황사와 송지면...
미황사는 우리나라 불교 해로 유입설을 뒷받침하는 고찰로서, 신라시대 의조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옛날에는 크고 작은 가람이 20여 동이나 있었던 거찰이었다고 하는데 전각을 세워보니 지금도 얼쑤 18~19채는 되는 것 같다.
바로 아래 보이는 산이 가공산이라는데...
그 좌측으로 바다 건너 희미하게 잡히는 섬그림자는 진도다.
봉수대가 자리한 달마봉(불썬봉)....(09:20)
이름의 유래는 완도의 상황봉과 해남 북일면 좌일산에서 횃불을 이어받았을 봉수대가 있어,
'불을 썼던(붙였던) 봉우리'란 뜻으로 예전 '불썬봉'이란 이름도 여기에서 연유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으론 불선봉(佛仙峰) 이라고도 불리웠는데 부르다 보니 발음이 불썬봉으로 변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고려시대 고승 무애가 표현한 달마산...
북으로 두륜산 접해있고 삼면은 모두 바다와 닿아있는 산,
송호리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무성하여 모두 백여척이나 되는 것들이 치마를 두른 듯 서있다.
그 위에 마주한 기암괴석들이 우뚝 솟은 깃발과도 같다. 혹 사자가 찡그리고 하품하는 것 같고 또는 용과 범이
발톱과 이빨을 벌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며 멀리서 바라보면 하얗게 쌓인 눈이 공중에 한발짝 다가서 서있는 듯하다.
달마봉에서 바라본 관음봉과 뒤로 보이는 두륜산...
삼 년전에 찾았을 때는 송촌저수지에서 너덜겅을 거쳐 저 앞 관음봉으로 오름하였다.
살짜기 당겨서..
좌로부터 연화봉, 도솔봉, 두륜산(가련봉,노승봉), 위봉, 투구봉을 조망해 본다.
두륜산 투구봉은 평소 산행을 같이했던 우보회에서 지금은 영면한 친구 '숯댕이눈썹'을 기리며 추모동판을 설치한 봉우리이다.
'숯댕이눈썹'은 해학과 유머가 가득한 산행기로 많은 이를 웃게 한 친구인데 그의 달마산 산행기 또한 무척 재미가 나서 소개한다.
숯땡이눈썹의 고향인 완도...
지금은 고마도가 보이는 숙숭봉 아래 양지바른 고향땅 언저리에 숯땡이 눈썹이 잠들어 있다.
완도대교...
백일도,흑일도방향...
철탑이 보이는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암릉능선....
서쪽 미황사 방향....
오랫만에 접하는 바다풍경에 한참을 머물며 조망을 즐기다 파노라마로 담아보았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어이,아우님들..조망도 즐겼고 인증샷도 남겼으면 그만 출발해 보더라구...^^
달마산에서 도솔봉까지 거리가 산행기마다 6km에서 8km까지 들쑥날쑥 전부 다른데 올라서기 애매한
문바위재 건너 암봉 하나를 제외하고 모든 암봉을 우회하지 않고 직등하면서 재보니 도솔암까지 약 5.1km로 나왔다.
아마 송촌저수지에서 시작하는 종주산행시 걸음하게 되는 관음봉 능선을 포함하면 8km쯤 되지 않을까 싶다.
워낙 바위 자체가 깨지고 날카로와서 암봉 아래 우회로도 만만치가 않다.
암릉으로 진행하면서...
아찔한 수직절벽은 그런갑다 하지만 얼기설기 붙어있는 바위들이 크게 갈라지고 깨져서 아주 날카롭다.
조금만 방심하다 삐끗하면 자칫 바위 모서리에 찍히거나 다쳐 피를 볼 위험성이 높아 사진기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아,
꼭 필요한 인증샷 몇 장만 담고 눈으로만 즐기기로 하고 조심조심 진행한다.
밤늦게 진도에서 올라와 합류한 소나무향 형님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오늘은 우회하였는데
어느새 저 멀리 진행을 하여 암봉에 올라선 나에게 손짓을 한다.
당겨보고...
암봉에 올라선 나를 아래에서 옥관동생이 담고있다.
카메라가 고장이 나서 초점이 왔다리 갔다리...^^
옥관동생이 담은 사진...
문바위재 위 저 암봉은 도저히 오를 수 없어 우회하였다.
문바위 직전 계곡 사이에 달마산 중턱 헬기장으로 바로 내려서는 등로가 있다.
사진 중앙 아래 길쭉한 바위가 문바위 위 선돌이다...
문바위로...
문바위...
에고 또 흔들렸네,
작은금샘갈림길...(10:10)
삼 년전 처음 찾았을 때는 산악회 일정에 따라 아쉽지만 여기서 미황사로 내려갔었다.
협곡을 이룬 작은금샘능선 삼거리...
여기서도 자주 찾았던 분은 우회를 하고...
전주에서 온 촌사람들은 암릉으로 진행하기로....^^
작은금샘능선 협곡을 뒤돌아 보고....
어이, 좀 천천히 가자구....!!!
가뜩이나 걸음이 빠른데 우회까지하여 벌써 저 멀리 내뺀 옥관동생이 시야에 잡힌다.
어미새와 아기새...??
지나온 달마봉쪽 능선과...
가야할 철탑이 자리한 도솔봉쪽 능선....
대밭삼거리...(11:00)
말 그대로 대밭에 있는 삼거리,
암봉으로 진행한 이유도 있지만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더위에 힘이 들어
달마봉에서 겨우 1.2km 거리인 대밭삼거리까지 1시간 30분이나 걸려서 도착했다.
조망 좋고...
귀래봉이라 불리는 460봉 암릉구간...
저 멀리 산행을 시작한 미황사와 사진 중앙에 자리한 부도전이 시야에 잡힌다.
지나온 능선...
E.T바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마치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 듯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철계단 위 E.T바위를 지나 밧줄을 내려선 직후 도솔봉으로 가는 등로 왼쪽으로 너덜겅이 보이고
너덜겅 지나 왼쪽으로 백여미터 에둘러 가면 큰금샘이 있다는데 지금 접하는 풍광만으로도 가슴벅차 패스하기로..^^
모처럼 맞는 맑은 날씨에 조망이 좋아 눈은 즐거운데...
내리쬐는 햇빛을 피할 곳 없는 능선으로 등로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숨이 막히고 지쳐간다.
이제는 도솔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떡봉이 가까워질수록 등로는 간간히 육산길로 이어진다.
하숙골재...(11:48)
저 앞 봉우리 건너가 떡봉이다.
떡봉 다음 봉우리에서 그늘을 찾아 점심시간을 갖는데....(12:00)
살치살에...
낙지전골...
어찌나 덥던지 그늘에 들어와 있는데도 숨이 막혀....
이 산해진미와 지리산에서 채취한 마가목주를 남기고 왔다는 거...!
도솔암이 지척인 359m봉...(13:45)
경치는 좋은데 다들 더위에 지쳐가는 모양새다.
그래도 도솔봉이 가깝게 보이는 것이 다행히 다와 가는 모양이다.
멀리서 보니 컨테이너 박스처럼 보이는 도솔암 요사채가 시야에 잡힌다.
도솔암 요사채...
도솔암으로 바로 가기전 안부사거리에서 희미한 흔적따라 좌측 숲길로 치고올라 도솔암 건너편 암봉에 오르기로 한다.
조망봉에 오르면서 도솔암사거리 안부를 내려다보니 조금 늦게 도착한 어믄길이 보인다.
도솔암 건너편 조망봉에서 내려다보니 한마디로 그림이다...!
한 그루 느티나무가 운치를 더해주는 것 같고...
도솔암은 통일신라 말경 의상대사가 창건하였지만 정유재란때 왜구들에 의해 소실되어 폐허로 남았다가
2002년 6월 8일 오대산 월정사에 계셨던 법조 스님이 연속 3일간 선몽의 꿈을 꾸고 현세에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이곳 도솔암 터를 보고 해몽하여 터를 다시 다지고 기와 한장 한장 손으로 올려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32일 만에 완성하였단다.
특히 조선시대 도망친 노비를 쫓는 노비 사냥꾼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추노'에 방영된 이후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올라선 암봉 좌측에 있는 암릉군도 절경을 이루고 있다.
나중에 우리가 올라선 이쪽 암릉을 도솔암에서 바라보니 저 암릉군 아래에 삼성각이 있었다.
뒤늦게 올라온 어믄길이 우보회 활동을 함께하는 네비에게 도솔암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며 자랑을 하니...
요즘 아내가 무릎을 다쳐 꼼짝없이 사업장에 갇혀지내는 네비에게서 볼맨 전화가 온 모양이다.
통화를 하는 중에 마침 도솔암을 찾은 법조스님이 시끄러운 소리에 위를 쳐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당신들 지금 위험한 곳에서 뭐하는 짓이냐? 당장 내려오지 못하냐고..."^^
법조스님과 한 그루 느티나무가 운치를 더하는 도솔암...
도솔암에 올라서니 법조스님도 방금 전 헤프닝 주인공이 우리인 줄 알면서도 모른 척 해주신다.^^
방금 전 우리가 올랐던 암봉...
암봉 우측 아래로 삼성각이 보인다.
삼성각으로 향하면서 바라본 도솔암...
기암괴석 사이에 석축을 쌓고 그 위에 터를 다져 암자를 지을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삼성각...
삼성각에서 조망한 도솔암...
요넘들 또 어디로 튀나 살펴보 듯 법조 스님 홀로 내려다 보고 계신다.
달마산 산행의 백미인 도솔암도 보았으니 '땅끝천년숲옛길' 따라서 미황사로 원점회귀하기로 한다.(14:10)
도솔암 아래 100여 미터 지점에 석간수가 흘러 물도 보충하고...
마봉리갈림길까지는 제법 경사가 심한 내림길을 가야하고...
다들 더위에 지쳤는지...?
들레길 따라갈거면서 전쟁터 나가는 전사 아니 쫒겨온 패잔병 표정이다.^^
경쟁하듯 여러 이름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미황사 찾아가는 숲길,
그만큼 걷기 좋고 아름답다는 애기겠지..
너덜지대...(15:08)
여러 너덜지대를 보았지만 방금 깨진 듯 날카롭게 날이 선 모습이라 이 곳 너덜은 유난히 우악스럽게 보인다.
미황사부도전...(15:35)
고승대덕이 열반에 들면 그분의 유골과 사리를 땅속에 봉인하고 그위에 비문을 세워 뜻을 기린다.
경건함을 유지해야 할 곳이지만 날씨가 어찌나 덥던지 물을 보자 바로 세안부터 하고 본다.
미황사...(15:48)
부도전부터는 콘크리트임도를 따라왔다.
대웅보전 뒤로 달마산이 호위하듯 둘러서 있다.
미황사
1692년(숙종 18)에 세운 사적비에 의하면 749년(경덕왕 8)에 의조화상(義照和尙)이 창건했다고 한다.
창건설화에 의하면 돌로 된 배가 사자(獅子) 포구에 이르렀는데, 사람들이 다가가면 멀어지고 물러나면 가까이
다가오는 일이 계속되었다. 그러자 의조가 제자들과 함께 목욕재계하고 맞이하니 비로소 배가 포구에 도착했다.
배에 올라보니 금의인(金衣人)이 노를 잡고 있고 큰 상자 안에 경전·비로자나불상·문수보살상·보현보살상·40성중·
53선지식(五十三善知識) 16나한·불화(佛畵) 등이 꽉 차 있고, 배 안에 있던 바위를 깨니 검은 황소 1마리가 나왔다.
그날 밤 의조의 꿈에 금의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나는 인도 국왕으로 금강산에 봉안하고자 경전과 불상을 싣고 왔으나
금강산에 절이 가득해 새 절터가 없어 돌아가던 중인데 이곳의 지형이 금강산과 비슷하므로 소 등에 불상과 경전을 싣고
가다가 소가 머무는 곳에 절을 지으라"고 했다.
이에 다음날 소 등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길을 떠났는데 한 곳에 이르러 소가 한 번 크게 울고 드러눕자
그곳에 통교사(通敎寺)라는 절을 짓고, 소가 다시 일어나 가다가 마지막으로 머문 곳에 지은 절이 바로 미황사인데
미황사라 한 것은 소의 울음소리가 지극히 아름다웠다 하여 미자(美字)를 취하고, 금인의 빛깔을 상징한 황자(黃字)를 택한 것이라 한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and 옥관동생이 담는 것은...??
옥관동생이야 당연히 달마산의 이 기암군이겠지만...
달마는 아미타불이 살고 있는 아주 깨끗한 세상인 극락정토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
미황사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일주문을 나서며 즐거웠던 달마산 산행을 마친다.(16:00)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더위 아래 내리쬐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힘들게 진행을 하였지만
칼날바위능선으로 진행하며 원없이 스릴도 맛봤고 해안가에 위치한 덕에 마치 섬산행 같은 조망을 만끽하였습니다.
함께한 산우님들 오랫만에 같이하여 더욱 즐거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는 산행 들/날머리인 미황사를 남깁니다.
미황사주차장→달마봉→문바위재→작은금샘→대밭삼거리→하숙골재→떡봉→도솔암→땅끝천년숲옛길→미황사주차장 원점회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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