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동계곡 암반지대...'
인생(人生)을 국어사전에서는'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라 참 간단명료하게 풀이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니 기운이 빠지나... 아님 가을을 타나... 요즘들어 부쩍 인생살이가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큰애도 자리를 잡을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고 늦동이도 크려면 아직 멀었는데 눈만 뜨면 느는 건 하얀머리뿐이다.
이제는 욕심을 내려놓을 때도 되었는데 여전한 我慾에 주변사람 힘들게 하는 피붙이의 매정함이 안타깝기도 하고...
산행이 거의 유일한 취미고 樂인 줄 아는터라 서운함도 있겠지만 산행시 누구와 어디를 가든 좀처럼 관여를 않던 아내가
어느 날부터 심상찮게 내뱉는 충고성 멘트로 신경을 긁는 일이 잦아지는 등 안팍으로 꼬여만 가는 일상에 만사가 귀찮아져,
이번 주말은 집에서 죽은 듯이 지내며 밀린 산행기나 정리하려고 하였는데 금번 설악행보는 부부끼리 진행하는 단풍산행이니
제수씨와 함께 오라는 늘산성의 반 협박성 제의에 심각한 손목수술후 산행을 중단한 아내와 3년 만에 동반산행에 나서기로 한다.
2016.10.8 ~ 9 (토,일) 전체여정 : 백담사 - 가야동계곡 - 작은공가골 - 노인봉(1박) - 공룡능선 1275봉 - 큰공가골 - 내설악만경대 - 백담사 / 27.92km
첫째날 : 백담사 →영시암 →수렴동대피소 →용아능꼬랑지 →가야동 →천왕문 ↗↙오세폭포 →가야동 →가야교 →작은공가골 →노인봉 / 16.61km
백담사...(07:30)
전국에 걸쳐 비가 예보된 주말답게 금요일 밤 늦게까지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오느라 힘이 들었다.
날씨 탓인지 생각밖으로 적은 단풍객에 용대리 버스정류장이 한산하다.
여유있게 버스로 백담사에 도착하여 고풍스런 맛이 없는 경내는 휘리릭 한바퀴 둘러보고...
케른이나 石塔이라기 보다 기원을 품은 소원탑이라 불려지면 좋을듯한 돌탑 가득한 계곡에
한참을 머물며 수많은 돌탑에 얽힌 모든 이의 바램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살짝 얹어본다.
그칠줄 모르던 비도 언제 그래냐는 듯 맑게 개인 고운 아침녘 싱그러움에
아직은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계절을 따라 내딛는 발걸음이 절로 흥이 난다.
간밤의 빗기운을 말끔히 날려버린 아침햇살은 영롱한 빛무리 잔치를 펼친다.
빗물 머금은 강렬한 아침빛이 너무 곱다....
저항령으로 올라서는 길골...
귀떼기청봉으로 올라서는 귀떼기골 초입등...
다음을 기약하며 늘산성이 가르쳐주는 미답지 초입도 머리에 담아본다.
영시암에서 잠시 휴식을 가지며 간밤의 근심도 내려놓고 목 한번 축이고...(09:10)
수렴동대피소를 지나...(09:35)
수렴동 계곡은 가야동계곡과 구곡담계곡이 합수(수렴)하는 계곡이라는 뜻이다.
테크길 따르다 바로 위 설악10-17에서 용아장성 꼬랑지능선에 째빨리 올라선다.
용아 꼬랑지라 능선이 뻔히 눈에 보일 정도로 짧은 거리인데도
경사 급한 너덜 된비알이라 육수깨나 뽑으며 한참을 치고올라간다.
가야동계곡...(10:10)
용아꼬랑지에서 다시 반대편 급사면을 치고 내려가니 바로 만경대 아래 가야동계곡이다.
만경대는 내일 하산할 때 들러볼 예정이다.
물이 많은 곳은 우회를 하고....
제수씨, 아~괜찮당게... 그만 건너와~~유....!
싫어요...무서버요~~^^
이제 막 절정을 향해 치달리는 단풍을 즐기며 쉬엄쉬엄 걸음하니 천왕문이 보이기 시작한다.
천왕문...(10:20)
역광이라 햇빛을 가리고 한장 남기고 다음은 보이는 그대로...
천왕문이란 거창한 이름값을 하려는듯 골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모자가 날라갈 정도다.
아내 우측 짝궁님이 올라선 바위가 '나폴레옹모자바위'...
올해 여름과 가을 두계절 동안 설악을 함께한 담비님내외...
사나눈 골바람을 피해 바위 한켠에서 점심을 든 후 배낭은 두고
우모복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나한골 좌측 지계곡에 있는 오세폭포를 보고오기로 한다.
오세폭포...(12:40)
전형적인 직하 폭포형태로 아주 아담하고 깔끔함이 돋보였다.
아내 좌측 뒤로 검은색 부분은 동굴이다.
적당한 수량에 파란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단풍어린 암반...마치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듯했다.
다시 천왕문...(13:15)
오세폭포에서 돌아와 단체샷을 담으며 보니 좌측 암벽에 수문장이 있다.
아님 킹콩~~?^^
천왕문에 왔으면 나폴레옹모자바위에는 올라봐야하지 말입니다.~~
뒤에서 한번 더...
중앙 암봉이 내일 오를 내설악 만경대다.
깊은 협곡지대는 우회를 하고...
긑없이 펼쳐지는 소폭의 향연에 카메라를 자제할 수 없다.
그저 아무데나 들이대도 그림이다.
멋진 비박터...
와룡연...(14:40)
와룡의 꿈틀대며 승천하듯 여기서부터 가야교까지 본격적으로 암반지대가 시작된다.
와룡연 바로 위에서 내일 공룡능선에서 내려설 큰공가골이 갈라진다.
이 아름다운 계곡을 어떤 여유로 가야동계곡(伽倻洞溪谷)이라 불리게 되었을까..?
가야란 '소' 또는'꽃밭(花園)'이란 뜻을 가진 인디아 말을 소리나는대로 한자로 표기한 음차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불교성지 부다가야(Buddhagaya)인근에 있는 설법처 가야산과 같은
지명을 사용하여 '신성한 장소''최고의 장소''으뜸인 장소'라는 의미로 가야동이라 하였다는 설이 있다.
고도가 높아지며 옥빛물결 너른 암반과 붉게 물든 단풍이 펼치는 절경을 직접 접해보니 사람들이
가지말라 그렇게 말리는 데도 가야동 단풍..가야동 단풍... 하면서 도둑걸음 하는지를 대번에 알겠더라.
숨어서 가는 도둑걸음이라 이 암반을 끝으로 좌측 숲길로 우회하여 가야교로 올라선다.
가야교...(15:15)
천하절경도 좋지만 3년만에 갖는 장거리 산행에 아내가 지치나보다.
오세암 사면길을 따르다 철제계단에서 작은공가골 진입...(15:25)
공가골은 공룡능선과 가야동계곡 사이에 형성된 골짜기들을 말하는데
공룡능선과 가야동계곡에서 각각 앞글자를 따서 공가골이라 이름지었다 한다.
정해진 등로는 없지만 대신 거리가 짧은 작은공가골을 따라 공룡능선에 붙는다.
너럭바위에서 쉼을 가지며 지난 여름 걸음한 용아장성을 눈에 넣으며 즐거웠던 추억담을 나눈다.
공룡능선상 샘터...(16:30)
샘터에서 물을 취수한 후 마등령 방향으로 조금 진행하다 옛길 따라 노인봉으로...
공룡능선 옛길따라 노인봉 안부로...
안부 박지에 사이트를 구축한 후 노인봉에 올라 치고오른 작은공가골을 내려다 보며 멋진 일몰을 기대해본다...(17:10)
☞멋진 조망을 만끽한 노인봉 1275봉편으로 이어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는 가야동계곡 초입이 있는 수렴동대피소를 남깁니다.
'한국의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 큰공가골 내설악만경대 - 溪谷..丹楓..晩秋..! (0) | 2016.11.15 |
---|---|
공룡능선 노인봉 1275봉 - 빼어난 조망 & 환희...! (0) | 2016.11.14 |
지리산 촛대봉 청학연못 - 가을정취가 그윽하구나...! (0) | 2016.11.08 |
매화산 남산제일봉 - 짧은 게 흠이지만 이름값은 제대로 하더라... (0) | 2016.10.29 |
소승폭포 - 해피돼지바위 (0) | 2016.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