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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산

칠선폭포-대륙폭포-비선담-두지터...어서와 겨울칠선은 처음이지...?



'칠선폭포에서..'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남성중심주의 사회였던 70년대 초반 이런 유행어가 있었다.

도발적인 눈빛과 육감적인 춤으로 퇴폐미와 관능미를 뽑내던 김추자의 인기를 대변하는 유행어로,

암울했던 군사정권시절 '거짓말이야''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님은 먼곳에'..등 시대와 잘 맞아떨어지는

노랫말로 인기를 끌었는데, 한국록의 대부 신중현 작사/작곡 '늦기 전에'로 1969년 19세 대학새내기때 데뷔하였다.





나도 더 늦기 전에 지리산 칠선계곡의 얼굴마담 격인 칠선폭포를 지난 주말에 다녀왔다.

지리산 칠선계곡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요건 덕에 대륙폭포골, 마폭포골, 제석봉골..등 칠선계곡

주변 여러 지계곡의 관문 역할이라 지계곡을 걸음할 때마다 자주 찾았지만 그동안 겨울칠선은 미답이었다.

유난히 눈이 귀한 올 겨울이라 을씨년스럽고 황량함이 느껴졌지만 얼어붙은 빙폭의 칠선폭포는 역시 웅장하였다.








다샘펜션-인민군사령부-창암사거리-칠선폭포↗↙대륙폭포왕복-탐방로따라-칠선폭포-비선담-두지터-윗장구목-인민군사령부-다샘펜션 원점회귀산행 / 11.89km









백무동 다샘펜션..(07:00)

2016년 6월 제석봉 철쭉 보러 제석봉골로 오름할때 찾앗으니 거의 2년 반만이다.

그 때는 장사가 안 되어 매물로 내놓았다는 현수막이 걸렸더니 영업이 잘 되는지 공사가 한창이다.

















인민군사령부 대숲에서 금줄을 넘어 우측 숲길로...
















예전에는 창암사거리까지 한번에 올라섰는데...ㅠㅠ

능선 꼬랑지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도 한번에 치기가 부담스러워 중간에 쉼을 가진다.

山歷은 저축이 없고 단지 세월과 체력은 반비례란 자연의 법칙만이 효력 있음이 그저 원망스럽다.










창암사거리..(08:03)

그래도 10여분 쉼을 가졌어도 1시간 안에 올라섰다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

















사면을 내려서다 말 그대로 억지로 (?) 첫 조망이 터지는 바위 위에서 나뭇가지를 헤치고...


















중봉을 덮은 구름 위로 막 떠오르는 일출이 빚어낸 장엄한 풍경 보다 좌우에 자리한 

대륙폭포골과 마폭포골의 깍아지른 사태지역을  단숨에 올라섰던 그 시절 체력이 새삼 그리워진다.
















국어공부 잘하는 학생이 영어도 잘한다고...

평지길이나 눈길이나 항상 선두인 찬붕성의 저 왕성한 체력이 이제는 얄미울 정도다...^^ 
















창암오거리에서 흘려내려오는 지계곡이 번들번들하게 꽁꽁 얼어붙어 조금 올라가 조심스레 건넌다.


 























칠선폭포...

낙폭이 짧아 화려하고 웅장한 맛은 덜하지만 그 존재만으로 빛이 나는 폭포다.
















올 겨울은 유난히 포근한 기후라 칠선폭포도 완전히 빙폭이 되지 못하고 얼음막 아래로 물이 흐른다.

































칠선폭포 상단...

















계곡도 완전히 얼지를 않아 빠질라 여름철 계곡치기 스타일로 조심조심...


















눈이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무채색의 춥고 밋밋한 겨울 모습에

흰색의 물감을 뿌린듯 색감을 더하여 그나마 하얀 겨울풍경을 살려낸다.


















대륙폭포...(09:20)

계곡 안 대륙폭포는 옹팡진 응달이라 동장군의 차가운 입깁을 제대로 받아 얼어붙었다.

골짜기에 들어서니 양쪽 귀에 붙은 바람은 칼날같이 날카롭게 에리고 손가락마저 사정없이 쪼아댄다.
















그래도 부족했던지 빙을 두른 폭포는 고즈넉하게 물을 빙 밑으로 흘러보낸다.


















선계인 듯 칠선의 물빛은 계절에 관계 없이 빙폭 속 물빛마저 맑고 투명하더라...

 
















열정 가득한 우리 김잡가(作家가 雜家 김작가 별명) 선생은 무얼 담느라 저러실까 궁금했는데...?^^


















아주 잠깐 사이 하늘을 열어준다...
















역시 응달이라 계곡의 찬 기운이 제법 사납고 앙칼지다.

아직 점심을 먹기에는 일러 커피 한잔 끓이는데 한기가 엄습하여 쫓기듯 탐방로 따라 다시 칠선폭포로...















청춘홀 못미쳐 무명빙폭에서...


















계곡 좌측 탐방로를 따르다 빙폭이 나타나면 그냥 갈 수 없어 계곡으로...
























빙폭도 빙폭이지만 찬붕성 앞 고목이 묘한 섹시미를 발산한다...^^

























칠선계곡을 건너는 양지바른 바위 아래서 점심을 들고 한참을 쉬어가기로...























비선담에서 제도권으로...


















따스한 겨울 햇살이 내리쬐는 계곡에 철지난 단풍이 묘하게 조화를 이뤄 풍경이 참 곱다. 

붉은색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말라비틀어진 단풍이 가슴을 저미게 하는 시린 아픔을 토해낸다.
























옥녀탕...




옥녀(玉女)란...?

가늘고 길게 떨어지는 폭포는 옥녀폭포,

그리 높지 않은 부락 근처의 작은산은 옥녀봉,

보통 청순하고 아름다운 여자를 "옥녀"라고 부르는데...

어느날 갑자기 변강쇠가 등장하면서 옹녀 비스무리한 이미지로 변했다.
















오래전 그 연유를 몰랐던 무식한 시절에 왜 옥녀탕이라 부를까...? 궁금해하며...

혹시 물이 유입되는 상부쪽 이미지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저질스런 때가 있었다는 야그...^^

















선녀교에서 선녀탕을 내려다보니 태풍으로 메워져 칠선녀가 놀기에는 너무 작아졌다.










두지터와 창암산...









예전에는 사유지라고 들어오면 형사고발한다는 무시무시한 글을 써놓았는데 오늘보니 쉼터로 변했다.
















두지터...

이제는 두지마을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민박과 쉼터가 대부분이다.

다행스럽게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것이 겨울에는 휴업을 하는 모양이다.

생각해보라 여름에는 생활오폐수가 쓸려간다 하지만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어 여기저기 널브러진 모습을...


















윗장구목으로 진행하며 뒤돌아본 두지터...

뒤로 아스라히 와불산과 상내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처음 금줄을 넘어 함양독바위를 산행때 걸은 능선이라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윗장구목에서 백무동으로...










앞서 간 선두 찬붕성과 옥관동생 꼬리는 영 보일 기미가 없어 자연동생과 느긋하게

이런저런 애기를 나누다 보니 지능선 4개가 후다닥 지나가고 어느새 인민군사령부터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선두가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결국 점심은 같이 먹게 된다는 걸로 위안을 삼고,

자기들이 빨리 내려가봤자 결국 차는 같이 타고 간다고 마음 먹어야 조급증이 없어지고 걸음이 가벼워진다는 거...^^

















백무동 다샘펜션...(14:30)

거대하고 웅장한 氷土는 애초에 그른 온화한 겨울 날씨지만 짧게나마 겨울칠선을 맛보고 왔습니다.

이제는 느림의 미학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연배에 들어섰는지 아니면 어딘가 고장났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몸관리 제대로 하여 아흔아홉골 전부는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지리에 자주 들도록 각성하는 하루였습니다.

항상 함께하여 주시는 산우여러분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도는 들날머리 다샘펜션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