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사 입구..'
곱디곱게 잘 늙은 절 한 채 화암사!
어느 시인은 인간세 바깥에 있는 줄 알았다는 절,
가는 길이 험하여 사냥하는 사나이라 할지라도 이르기 어렵다는 절,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 않으련다는 숨어 있는 절을 7년 만에 찾아든다.
오랜만에 찾았더니 널찍한 주차장에 새로 공원도 조성하고 많이 가꾼 흔적이 역려 하다.
무심코 옛길을 따르려는데 새로 조성하였는지 못 보던 '복수초 화원'으로 가는 숲길 안내도가 눈에 들어온다.
따르기로...
햇빛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에 맥문동 꽃길을 조성하여 들자마자 발길을 잡는다.
무심코 앉았던 쉼터 벤치에 정성 들여 새긴 안내문도 시선을 끈다.
마치 시를 쓰듯 아름다운 어귀로 정성 들여 새긴 독특한 발상이 참신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전문 용어인데도 친근감까지 들 정도다.
에를 들어보면...승방은 단청을 하지 않고 여염집처럼 소박한 띠살문을 단다.
잘 늙은 절 화암사는 속세의 욕망을 잠시 내려놓는 수도자의 걸음걸음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꽃봉오리 향기를 맡는 집 철영 재(啜英齋)...
바위 위에 내려앉은 꽃이란 의미의 화암사(花巖寺)...
꽃비가 내린다는 우화루(雨花樓) 등 이름 자체부터 범상치 않으니 안내문 또한 당연한 결과 이리라.
본격적으로 계곡에 드니 어제 내린 비로 수량이 제법 되어 오늘은 폭포를 친견할 수 있겠구나...
연화 공주의 전설이 얽힌 복수초 군락지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작은 절터...
'사냥하는 사나이라 할지라도 이르기 어려운 절'이란
중창비의 설명처럼 화암사 찾아가는 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깊고도 험하다.
바위 벼랑의 허리에 한 자 폭 좁은 길이 있어 그 벼랑을 타고 들어서야 한다.
어느 시인의 독백처럼 바위가 기묘하고 나무는 늙어 깊고도 깊다.
화암 2 폭포...
화암사 옛길...
오늘은 비가 많이 와 당연하지만 중간에 안전장치도 잘 갖춰져 있는데 가지 말란다.
절벽 사이 계곡에 놓인 계단이 열한 번 굽어지면서 암반 위로 흐르는 맑은 물을 발아래 두고 1백47계단을 오르면...
화암 1 폭포다.
폭포 바로 위에 해우소가 있어 조금 거시기 하지만 모처럼 수량이 많아 위용이 만만찮다.
싱르러움 가득한 우화루 오름길...
우화루 좌측에 일반 가정집에서나 있을법한 문간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화암사에서 처음 마주하는 건물은 ‘꽃비 흩날리는 누각’이라는 뜻의 우화루다.
복수초와 관계된 창건 설화도 그렇고 이 절은 온통 꽃 이름과 연관이 깊은 모양이다.
화암사는 여느 사찰과 달리 일주문도 없어 문간채 옆으로 난 대문이 경내로 들어가는 문이다.
승려들의 생활공간인 적묵당 툇마루에 앉아서 둘러보니 화암사는
극락전과 우화루는 남북으로, 불명당과 적묵당이 동서로 마주 보고 서 있는 입구(ㅁ) 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극락전은 처마를 길게 뻗대기 위한 장치인 '하앙' 구조라는데 설명서와 처마를 번갈아 살펴보아도 당최 모르겠더라....
머리 복잡한 전문적인 건축기술은 패스하고 극락전과 적묵당 사이로 들어서니 뜻밖의 선경이 반겨준다.
꽃봉오리 향기를 맡는 집이란 뜻의 철영재다.
불가에서는 입을 놀리는 것을 삼가는 묵언수행을 의미하며 중창주인 조선 초기 무인 성달생 위폐를 모셔 놓았다.
귀갓길에 그냥 지나쳤던 안도현 시인의 시구를 감상하기로...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라는 안 도현 시인의 바람과는 달리
이제는 많이 알려졌는지 대포를 맨 진사님 한 무리와 가족단위 일행들이 많이 오고 간다.
'잘 늙은 절' 화암사를 때론 '숨어있는 절이라 부르는 이유가 대번에 실감 나는 하산길...
우리나라 8대 오지 고산현에 자리한 위치도 그렇지만 절이 아니라 화적패의 소굴로 안성맞춤이다.
웬만해선 담지 않는데 오랜만에 나도 한 장 담아본다.
첫 수술을 받은 지 2 달반이 지나 내일 다시 입원하여 복원수술을 할 예정이다.
수술 전 체력 테스트도 해볼 겸 찾은 화암사에서 모처럼 콧바람도 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정도 추세면 올해 안에 비박 짐을 다시 맬 날도 멀지 않았나 싶은 자신감을 찾은 뜻깊은 걸음이었다.
무엇보다 아픈 내 자신보다 마음고생을 더 하는 아내의 입가에 시종일관 웃음끼가 떠나지 않음이 더 좋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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